안녕 덕들아
가끔 후기방 눈팅하다가 익명에 내 고민 말하고싶어서 글 써보아
나는 20대 후반이고 여자고 엄마 덕분에 로또를 맞아서 어쩌다보니 20대에 파이어족이 되었어
이 생활이 1년이 넘어가는데 점점 현타가 와서 고민이야
누군가에겐 배부른 고민일테지만 나는 나름 힘들어서 지금 무기력증때문에 정신과 약도 먹고있거든 다행이 약 효과가 좋아서 무기력증은 많이 좋아졌어..!
나는 대학교를 외국에서 유학했는데 유학 마치고 돌아오니 20대 중반이었고 1년동안 알바도 하고 취준도 하고 그러면서 보냈어
그리고 딱 1년이 지나고 나서 할머니가 돌아가신거야
그러면서 엄마가 상속을 받았고 그 재산이 100억이 넘더라고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고(엄마와 형제들간에 재산싸움이 있었어) 나랑 내 동생이 같이 법적으로 싸웠어
그 과정에서 인간에게 신물이 나고 그냥 사는게 뭘까 속세가 싫어지고 그러더라고
회사도 다니기 싫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어졌는데 왜 일을 해야할까 싶고
매일 12시간씩 잠자고 남는시간엔 취미생활 종류별로 하고 그렇게 보냈어
동생은 다니던 직장 때려치고 미국으로 석사하러갔고
엄마는 하시던 자영업정리하고 봉사활동다니시고 종교생활에 빠져서 사셔
그렇게 눈떠보니 몇 년 쑥 지나가있고
우리집에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없고
나는 그동안 공허함을 취미생활에 몰두하면서 풀었는데
그러다보니까 몸에 무리가와서 이번 여름에 수술까지 했어
그 취미가 몸을 많이 쓰는 스포츠 종류였거든
몸이 아프면서 내가 사회적 역활이 없다는 공허함을 취미생활에 집착해서 채우려고 해서 무리하게되고 결국 크게 다친건가
그런생각도 들고 현타가 진짜 너무 심하게 와서
이제 그런 익스트림 스포츠도 심드렁해졌어
그래서 대학원간 동생처럼 공부를 해볼까도 했는데
스트레스받고 머리아프고
그렇다고 돈벌러 회사를 다녀볼까했는데
그닥 절박하지도 않으니 하루종일 회사에 있는건 못하겠고
하루에 3-4시간 하는 일 알아볼까 했는데
대부분 최저시급인데 이 돈 받자고 나가는게 현타와서 싫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노는것도 너무 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하고
20대 내내 해외여행 주구장창 다녀서 이제 어디 다니기도 싫고 좋은 차도 심드렁 맛있는음식도 이제 질리고 남자를 만나고싶지도 않고
그렇게 좋아하던 취미생활도 내가 왜그렇게 좋아했지 싶고(그거하다 몸 다치면서 마음도 다친듯ㅠ)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아빠는 엄마 덕분에 로또 맞았으니까 그냥 감사해하면서 지금처럼 살래
네가 지금 하는 고민은 배가 쳐 불러서 그런거니까 밖에 나가서 이런얘기 하지도 말래
근데 나는 지금 별로 행복하지가 않아
불행하지는 않은데 행복하지도 않아
그냥 인생에 아무 색도 아무 맛도 없는 느낌이야
어떻게 살아야할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