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입문한 지 두어 달 되는 것 같아.
엄마 아빠는 야구 좋아하는데 특정 팀 팬은 아니고 어떤 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을 응원하더라
나도 그런 유전자? 때문인지 하위권이던 한 팀을 오랫동안 눈여겨봤고 때가 좋아서 입덕하게 됐어
오랫동안 야구팬들의 순수한 열정을 부러워했어
팬들의 저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궁금해했고
막상 내가 되어보니 그 원동력이 뭔지 조금씩 알 것 같은 기분이야.
내 팀이라는 이유로 선수 하나하나를 다 아끼게 되고,
조금 미운 놈 있더라도 품어주는, 그런 사랑이 가능하더라
난 야구에 대한 베이스가 아예 없었어서 입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
봐도 잘 모르겠는데 그걸 몇시간씩 보려니 봐지지가 않았거든
열정이 솟구쳐 올랐을 때, 그리고 마침내 입문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나니 공부를 해야되더라.
요즘은 다행히 지피티가 있어서 ㅠㅠ 지피티에게 엄청 물어봤어
불펜이 뭐야? 도루가 뭐야? 멀티히트가 뭐야? 비큐가 뭐야? 할푼리가 무슨 뜻이야? 등등...
모르는 야구 용어가 끝이 없더라 하하 한 몇 년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어
경기 일정이 또 생각보다 잦아서, 퇴근 후 서너시간을 여기에 쓰고 나면 개인 시간이 없더라
내 삶은 오로지 일과 야구.. 야구와 일.. 뿐
인생이 잘 안 풀려서 우울하던 중인데 야구에만 에너지를 쓰게 되니 생각이 단순해져서 좋기도 하고
해야하는 일은 많은데 야구라는 핑계로 회피도 가능해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야구 볼 땐 행복한데 일상생활이 좀 피곤해졌고 어제 같은 경우는 경기 보다가 하품도 좀 나오더라
체력적으로 좀 힘든 것 같아 ㅋㅋ 생각해보니 며칠 전에 직관도 다녀와서 그런듯해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데 야구가 참 낭만적인 것 같아
경기 흐름을 보다보면 인생이랑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
어제는 이긴 기쁨에 잠 못 들었다면
오늘은 진 착잡함에 잠들기 어려운 그런 밤이 돼.
매번 이기는 팀도 매번 지는 팀도 없기 때문에 모든 야구팬들에게 승패의 기쁨과 슬픔은 평등한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환희든 절망이든 너무 젖지 않아야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 어떤 덬의 말이 기억에 남아.
좀 두서 없지만
어쨌든 결론은, 야구 팬이 되어서 행복하다는 거!
지고 나서 속상했던 마음도, 갈무리 하고 나니 내 자신이 좀 더 성숙해진 기분이 들어서
아 야구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싶고
야구가, 우리팀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 줄까 막연히 궁금해지기도 해.
그 동안 야구 입문 미뤄왔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너무 재밌고 좋아.
직관 가봐도, 화면에 잡히는 것만 봐도 야구팬들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한데
나도 별 일 없다면 야구팬으로 늙어가지 않을까? 그런 내 모습이 좀 기대가 되는 것 같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