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heqoo.net/review/3619426580
전에 올해 받는다 글 써놓고 수술이 미뤄져서 이제야 받고 왔어 ㅋㅋ
글의 목적은 내가 수술~검사를 받으며 했던 생각 기록 및 정보 공유야
먼저 나는 모야모야병이라는 난치희귀병을 앓고 있는데
뇌 혈관이 병이 진행되면 점점 얇아지는 병이야 (원인을 모른댜 글쎄ㅠㅠ)
얇아지면 뭐가 문제가 되느냐, 뇌출혈 뇌경색 위험이 커진다!
뇌출혈 뇌경색 오게 되면? 장애 남을 확률이 커진다...
나는 뇌경색이 한번 왔었고 편마비로 왔었어 뇌 한쪽은 예전에 수술 했었고
이번에는 반대쪽도 마저 수술하는건데
개두술이라는 고위험군 수술을 통해 다른 두꺼운 혈관을 얇아진 혈관에 붙여서
얇아진 혈관에 많은 혈류를 흐르게 하는 목적의 수술을 했어
(간접-직접문합술이라 부르더라)
이제부터 입원부터 수술 검사까지 과정을 써볼께
1. 먼저 입원 당일은 여러가지 기본 검사를해
체중 키..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약은 뭐먹고 있었는지
그리고 다음날 수술 준비를 하기 위해 이것저것 표시를 하고
얼마나 위험한 수술인지, 수술 도중 무슨 일이 날 수 있으며
어떤 후유증이 올 수 있는지 등을 설명을 듣고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는데 뭐... 외과는 얄짤없다 다 무써운 이야기 뿐이야
뇌쪽은 특히 무슨~ 수술 시술을 하든 항상 뇌출혈 위험을 안고 해
이미 한번 했던 수술인데도 고.위.험 딱 박혀 있으니까 무섭더라
2. 수술 당일엔 압박 스타킹이랑 수술 부위를 다시 확인하고 기다림!
수술실 가도 바로 수술하는건 아니고 대기를 좀 해
따끈한 담요에 감겨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앞에 와있는 다른 수술 예정자들 보면서 몰래 화이팅을 외쳤어
(아픈 사람이 왜이리 많은건지 몰라)
수술방은 무지 추워! 수술대 올라가서 담요 풀고 환자복 벗고 눕는데
아 나 진짜 수술한닼ㅋㅋㅌㅌㅠㅠ하면서 긴장되더라고
그리고 두구두구 대망의 321 호흡기 마취 마스크를 차고
하나~ 듣자마자 바~로 기억 끊겨서 잠들었던거 같아
3. 일단 뇌수술이라 수술 후 상태를 봐야해서 중환자실에서 눈를 떴는데
세상에 내 팔에 무슨...ㅠㅠ 수술용 바늘이 네개나 꽂혀있더라고
두개는 예비용인가 했는데 그것도 다 착실히 연결해서
새벽 내내 바이탈 모니터링하는데 쓰였어 ㅜㅜㅋㅋㅋㅋ
수술용 바늘 알겠지만 두껍거든
하나가 팔 접히는데 있어서 아프다고 잉잉 했더니
실리콘이에용 괜찮아용이라는 반응이 돌아와서 엄살핀 사람이 되었다ㅋㅋ
걱정했던거와 달리 얼굴은 붓지도 않았고 인지도 좋았어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 안자서 잠깐 안부었던거란 사실을..)
요즘은 중환자실에서더 폰 사용 허락해주더라?
하지만 걱정이 심한 우리 부모님은 뇌수술한애가 무슨 폰이라며 안갖다주셔서
아주 긴긴 밤을 멀뚱멀뚱 하늘 쳐다 보면서 보냈어
잠들면 좋았을텐데 내 옆에 있는 분이 위독했던지
새벽 내내 인턴분들 의사 간호사가 돌아가면서 계속 상태를 보더라고
마약류 진통제를 때려 붓는데도 계속 의식 놓치시고...
아침되서 보호자 분 오니까 그때서야 의식 찾으시더라
밤새 그런 급박한 광경을 보니까 잠에 들 수가 없었어
(그 와중에 사내 의료진 커플 사랑싸움하시는건 좀 흥미롭게 엿들음)
5. 여튼 그런 긴 밤을 보내고 드디어 집중 관찰실로 이동
여기는 간호사가 상주하는 장소인데, 하루 이틀정도 관찰하고
이상이 없는거 같다는 소견이 나오면 일반 병실로 갈 수 있어
나는 수술 전에 하고 나면 손발이 무지 저릴 수 있어용 이라고 설명을 들었어서
사실 엄청 쫄린 상태로 수술을 했단 말야?
마비 오기 전에 미친듯이 저리다 감각이 죽은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또 그럴까봐, 반대쪽 손도 감각 잃어버릴까봐 엄청 무서웠고
이번에 수술하고 중환자실에서 멀쩡해서 너무 안도했고 감사했어
하지만 방심해서 그랬을까 관찰실 오자마자 짧게 여러번 저리더니
혈관에 피가 많아지면 생기는 과관류 증상과 힘이 계속 빠지기 시작했어
한번 겪어봐서 덤덤할줄, 잘 이겨낼줄 알았는데
경험은 공포로 되살아나서 헉 나 또... 또...? 하면서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어
증상 심하게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계속 공황오니까
주치의가 괜찮다고 엄청 달래주셨어 괜찮고 지금 수술 너무너무 잘됐다고
새로 뚫린 길 가느라 저리는거 진짜 잠깐 스쳐가는 증상이니까
마음 굳게 먹으라고 몇번이고 말해주셔서 겨우 진정했어
사실 뇌쪽 병은.. 몸이 아픈건 금방 사라지는데
마음이 진짜 너무 힘들거든 일이 없으면 천만다행이지만
내가 후천적 장애가 생겼다는걸 받아들이는데 나도 한 2년은 더 걸렸던거 같아
근데?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경색, 출혈) 불안함을 항상 안고 사니까
제정신으로 버티기 좀 빡센거 같단 생각도 들어
난 꽤 고생해서 왜 나였을까 하는 상태는 벗어났지만
재발에 대한 공포는 아직도 컨트롤이 안된다는걸 깊이 느꼈어
앞으로도 이 불안함을 안고 가야 하는데 어떻게 멘탈을 잡을지 고민이다...
6. 수술이 끝나고 나서는 수술이 잘 됐는지에 대한 검사를 엄청 해
(왜 대병 mri는 항상 새벽에 찍는지 모르겠는데)
찌릿한 조영술 약을 쓴 ct, mri, 혈관조영술, 혈류검사 등을 해서
4~7일동안 지켜본 결과 응 이상 없다! 하면 퇴원을 할 수 있어
위에서도 썼지만 이쪽은 항상 뇌출혈 위험을 안고 검사한다 했잖여?
안내문 보면 검사 도중 뇌출혈 가능성 (1%라 하지만 그래도ㅠㅠㅋ)이 항상 써있어
다시 보면서도 새삼 진짜 매번 위험한거 한다 싶고 ㅋㅋ
검사도 보통 힘든게 아냐!! 혈관 조영술은 정말 반죽음이야 ㅠㅠ
7. etc
난 이제 큰검사는 다 끝났고 일반 병동에서 검사 결과 분석 기다리면서 경과 보고 있어
개두술 한 환자들은 대부분 머리를 부분삭발하고 의료용 호치케스를 머리에 박아놔서
티가 아주 팍팍팍 나는데 스쳐지나가면서 왠지 모를 전우애 같은거 느낌ㅋㅋㅋ
우리 층 환우들은 다 머찐 반삭발들이야✨
나도 이번에 머리 반정도 밀어가지고 가발 주문해놨는데
병실에서 반가발 빗으면서 지금 후기글 찌고 있어 ㅋㅋㅋ
사흘 뒤에 호치케스 빼고 소독하고 퇴원예정인데
무탈하게 남은 검사 마치고 집 가고싶다
병원 정말 답답해 ㅋㅋㅋ
그리고 보호자로 너무너무 고생하는 우리 가족한테 넘 미안하다
글이 좀 길지만 개두술의 수술~검사 퇴원 과정은 대충 이래
쌩 머리 째서 뼈 째는 수술이라 통증은.. 진정제 팍팍 맞아야하고ㅠㅠㅋㅋ
덬들은 살면서 이런일 아예 안겪길 정말정말 진심으로 빌지만
혹시나 가족이 개두술을 하게 되서 정보가 필요한 덬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괜찮을꺼라고 말해줘
설령 장애가 와도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많이많이 응원해줘
정말 큰 힘이 될꺼야
뇌병변 환우 및 가족 덬들에게
재발에 대한 불안함 없이 평안한 매일을 보내길
앞으로 아무 일 없이 건강하기만 한 매일을 보내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후기방에 기록을 마쳐볼께
다시는 수술도 입원도 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