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을 보면 독서가 만능이고 책만 많이 읽으면 고등학교까지의 공부는 껌이고 그럴거같잖아 근데 그게 내 경우엔 맞았음
엄마가 돈이 없어도 무조건 책은 전집으로 다 들여주고 책값을 아끼지 않는 분이셨던데다가 티비를 잘 안보셨어 게다가 내 성격도 내성적이라 밖에서 노는걸 안좋아하고..우리때야 게임이니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잖아 할게 책보는거밖에 없었음. 그냥 이해를 하든 못하든 집에 있는 책들을 읽고 또 읽고했는데, 초5때쯤엔 세계문학전집에 있는 맥베스를 봤어 당연히 시대적 철학적인 뭔가를 읽어낸건 아니고, 그냥 줄거리 막장급으로 흥미진진하고 등장인물들 운명이 드라마틱하고 마녀들 저주문이 시적인 리듬이 있고 ..그냥 1차적이해이긴하지만 읽어댔지 코스모스도 중학교쯤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너무 어려운데 흥미진진한거야 그래서 그야말로 수십번 읽고..심지어 집에 있는 백과사전까지 다 읽었어 활자중독이었거든 대신 피아노말고는 사교육같은건 안해봤음
엄마가 책은 많이 사주셨는데 공부하란 말씀은 한번도 안한 분이라 예습복습숙제를 한적이 없음..이건 나쁜 습관인데 대학까지 이어짐 ㅜㅜ 하여간 공부를 안하니 초등학교때는 성적 그냥 중상위였어 그러다가 중학교가니까 갑자기 성적이 상위 10퍼선으로 오르더라고. 나는 똑같이 벼락치기로 시험기간만 공부했는데 상대적인 등수가 올라가는거야. 그리고 중3겨울방학내내 아무것도 안하고 책이나 읽고 놀았는데, 배치고사인가? 첫 시험을 보는데 그때 전교2등이나옴..우리 학교가 대충 서연고를 30명정도는 가는 학교였는데도. 물론 계속 예습복습도 안하고 숙제는 맨날 학교가서 자율학습시간에 베끼고 사교육도 안받았음. 그래도 나름 고등학생되었다고 자습시간엔 문제집도 풀고 시험기간 일주일전부턴 공부도 하고 그래서 내신도 3퍼센트 안으로 넣긴했는데, 사실 수능성적이 더 좋았어 이과였는데 0.4%나왔거든 특히 언어는 전국권이었음
그 때는...부끄럽지만,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딴 애들이 집중을 안해서 공부를 적게하는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시험범위가 이것밖에 안되는데 이걸 왜 일주일씩보지? 3시간이면 시험범위는 끝나지 않나?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문해력이 이미 또래보다 압도적이라 쉬웠던거같아 그냥 한번 읽으면 이해되니까 읽는 것 자체도 훨씬 빠르고. 대학에서도 이 습관자체는 지속되서 하루 2,3권씩 읽었어 4년동안 5천권은 본것같음 만화나 무협지나 로맨스는 제외하고도..
사실 이 책을 본 건 이제 학부형이 되어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기때문이야 3학년부터는 영어, 4학년부터는 수학학원을 보내는데 아니 숙제도 많고 애가 책을 볼시간이 없는거야 그나마 밤마다 같이 책을 읽는 시간이 1시간정도씩은 되는데, 막 주위에선 이제 과학이니 국사니 다른 과목도 보내고..수학학원에서도 이젠 선행들어가야한다고 하고 내 경험을 생각해보면 지금 공부 아무필요 없는데, 책을 한권 더 읽으면 고등학교때 빛날텐데 싶은데 그거 우리때 얘긴가 아니면 나처럼 책에 미쳐있어야만 효과를 보고 애매하게 책보느니 공부를 더 하는게 나은가? 온갖 생각 다 하면서 갈등중이었거든 근데 역시 지금은 책이 맞는거같아 문해력 사고력이 올라가면 진짜 달려야할때 기초체력이 달라지는 건 확실하니까 뭐, 설사 남들 선행할때 책만 읽힌게 실패라해도 길게 살다보니 성적말고도 책을 좋아하는것 자체가 꽤 인생이 도움이 되긴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