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출산한 지 75일 되는 덬이고 아기 갖기 전에는 아기를 정말정말 안 좋아했음....
영아고 유아고 어린이고 식당에 들어가도 피해서 앉을 정도로 거의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음.
이건 남편도 마찬가지.
남편은 내가 원하면 딩크여도 상관없다 했었는데 내가 거절했어.
왜 임신을 했냐하면
사실 내 욕심이긴 한데 그냥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보고싶었어.
(사실 남편보단 "나"를 닮은 생명체가 더 궁금했음)
그리고 그냥 딱히 낳기 싫은 이유도 없었거니와 사람으로 태어나서 출산은 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피임을 안 했고
적지 않은 나이였는데 신행 다녀오자마자 한 번에 임신이 됐더라구.
임신-출산은 뭐 그냥 너무너무너무 힘들었고 중간에 후회도 많이 했어
왜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덜컥 생겨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
막판까지 임산부임에도 불구하고 아기들이 여전히 안 예뻤음.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는데.... 초반에는 그냥 내 아기라는 게 실감이 안 나는 상태로 쭉 지냈던 거 같아.
산후도우미 오신 기간에는 그냥 맡겨놓고 나가서 회사 동료들도 만나고 오고
혼자 성수동 가서 커피 마시면서 돌아다니다가 오고 그냥 마치 아기가 없었을 때처럼.
그 때는 또 아기 생각이 안 나기도 했어 신기하게....
그러다가 산후도우미 끝나고 아기와 나 둘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정말 갑자기 내 안에 모성애가 막막 생기는 느낌이 들더라? 진짜 갑자기야 ㅋㅋㅋㅋㅋ
갑자기 그냥 아기보면 눈물도 나고 아기가 웃으면 가슴이 막 찌릿하면서 사랑스럽기도 하고...
진짜 오만감정을 다 느낀 것 같아.
임신 중에 후회했던 날들을 아기한테 사과하면서 울기도 하고 ㅋㅋㅋ 진짜 주책...
그리고 나덬 원래 꾸밈비만 한 달에 백 넘게 쓸 정도로 꾸미는 거 엄청 좋아하고
매달 옷 가방 신발 사는 덬인데....
지금 아기 낳고 내 옷이나 신발 하나도 안 산거 실화...?
내 쇼핑보다 아기용품, 육아템 당근이 더 중요해지고
쇼핑몰도 아기옷 쇼핑몰만 눈팅 2847546번째 ㅠㅠㅠㅠ
어떻게 이렇게 변하지? 남편도 내가 너무 신기하대. 내가 이럴줄 몰랐대.
지금은 그냥 여자의 몸은 이렇게 설계가 된 걸까 그런 생각도 해 봐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지나가는 아기들도 예뻐 보여...♥
아직까진 산후우울증 같은 건 한 번도 안와서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갑자기 아기 재워놓고 신기해서 글 써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