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 아기 보러 어제 갔다가 유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걱정스러운 요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주까지 아기는 잘 크고 있었고 이번주에도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심장이 안뛰더라
사실 이런 게 처음도 아니야.
한번의 계류유산 후 한번의 화학적 유산.. 화학적 유산은 유산으로 안친다지만 그때 두줄 보고 많이 기뻐했어서 실망도 컸거든..ㅎㅎ
그리고 그 후 1년만에 찾아온 아기도 또 유산된 거라 마음이 너무 좋지 않다..
뭐가 문제였을까
8주차까지 내내 작던 아기집도 드디어 안심할만큼 커졌는데
손발도 생겨서 정말 귀여운 모습이었는데 아기는 왜 심장이 뛰지 않았을까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자꾸만 별별 생각이 다 들어
태몽을 꾸지 않아서 빨리 가버린걸까?
남들 다하는 입덧이 없는 것부터 문제였던 건 아닐까?
내가 일하느라 오래 앉아있어서 그랬던 걸까?
이번에도 아이가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6주 심장이 뛰는 걸 보고도 태명을 바로 짓지 않아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처음 임신테스트기에서 두줄을 봤을 때 예전처럼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찾아와준 걸 온힘으로 축복하지 못해서 그랬을까?
내가 걱정이 너무 많아서, 내가 너무 불안해해서 그랬을까..
아기가 심장이 뛰는 걸 보고 나면 유산 확률은 5퍼센트도 안된다던데
한번 유산하고 그 다음에 또 유산할 확률도 엄청 낮다던데...
왜 나는 그 모든 낮은 확률에 포함되었던 걸까
의사선생님은 그동안 아기집이 작아서 걱정스러운 소견이 있었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그래서 남들은 2주에 한번, 3주에 한번 가는 병원을 나는 매주 가서 확인해야만 했지만
아기집만 작았지 아기는 주수대로 잘 크고 있었고 심장도 우렁차게 뛰었고 심박수도 계속 정상범위였으니까
이번엔 아기가 버텨줄 거라고 믿었거든...
어제 엉엉 울면서 남편한테 나 이제 못하겠다고
아기 보내주고 다시 임신하더라도 또 유산하면 어떡하냐고
남들은 임신하고 큰 이슈없이 임신 기간 보내고 출산까지 무사히 가는데 왜 나만 매번 이렇게 되냐고
그렇게 하염없이 쏟아냈는데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남편도 속상했을텐데 싶고..
이젠 정말 지친다는 기분이야...
그냥 나한테는 아이가 없는 게 팔자 아닐까?
괜히 내가 욕심을 부려서 이렇게 힘든 건 아닐까..?
벌써 4년째야... 마음이 많이 지쳐가는 게 느껴져
그러면서도 또 욕심은 완전히 내려놓아지지 않아서, 내가 포기를 못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만 같아
내일 아기 보내주러 소파술 하러 가는데
친구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임신사실을 말하지 않아서
이번에도 유산되었다고 나 정말 많이 힘들다고
그렇게 어딘가에 털어놓을 곳이 필요해서 글 써봐...ㅎㅎ
전엔 자연배출로 보내줘서 소파술도 처음이거든
어떻게 수술하는 건지 다른 사람들 후기 찾아봤는데
수술 자체는 금방 끝난다고 배앓이는 좀 하지만 많이 아프지 않다고 봤는데
그래도 조금 무섭네..ㅎㅎ
부디 내일은 울지 않고 아기를 잘 보내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