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이고 가족력 고혈압 있음
나도 n년 전부터 고혈압약 먹고 있지만 다른 성인병 증상은 전혀 없었고
아직 젊어서 살 빼면 약 안 먹어도 된대서 적당히 다이어트->요요->다이어트->요요를 반복하긴 해도
옷 사입기 불편한거 빼곤 딱히 불편함 못 느끼면서 (옷에 관심도 별로 없어서 정말 최소한의 불편함이었음) 살고 있었음
그러다가 작년부터 업무스트레스로 보복성 폭식?같은게 생김
원래는 그냥 먹을걸 좋아하는거지 양이 많진 않았는데 끊임없이 먹고, 내가 배 부른걸 아는데도 먹고,
그 상황에선 아무생각도 안 들다가 먹는 도중이나 아니면 심지어 먹을거 구입 직후에 후회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더 심해짐
몸무게가 매일매일 플러스되고 스스로도 고치려고 노력은 했는데 당연하게도? 잘 안 됨
다이어트 후에 요요가 온 적은 있어도 다이어트 자체를 실패한 적은 없는데 근 1년은 변명도 다양하게 계속 실패함
그러다보니 우울증까지 오는 것 같고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기애?도 없어짐
예전엔 내가 비만인이어도 스스로 탓한 적 없는데 자꾸 나를 원망하고 가족한테 짜증도 많이 내고 매사에 날카로워짐
그래서 최근들어 약의 도움 받는 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이번 건강검진 결과에 처음으로 당뇨전단계 + 아마도 당뇨때문에 췌장도 안 좋게 나옴
이러다 성인병 종합세트에 정신병자가 되겠구나 위기감 빡세게 느껴서 진지하게 여러가지 찾아봤고
처음엔 정신과쪽으로 알아보다가 이쪽이 더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해서 위고비쪽으로 틀게 됨
겁이 많아서 시작 전에 국내외 논문 보면서 공부도 하고 부작용도 찾아보고 별짓 다 함
결론적으로 부작용 중 확률 높은 건 내가 어떤 방법으로든 정상체중으로 가려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었고
확률 낮은 부작용들 vs 내가 이 몸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며 얻게될 각종 성인병들의 확률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낫다고 판단함
(그리고 다이어트 약 중에 그나마 위고비가 제일 부작용 덜 하더라... 다른건 무서워서 엄두도 못내겠음)
그래도 혼자 찾아본걸론 백퍼 확신하지 못해서 비만치료 쪽으로 유명한 교수가 있는 3차병원 찾아감
다행히 교수가 친절한? 편이라 20분 가까이 상담 하면서 내가 불안했던거 몰랐던거 다 물어보고
(하다못해 아직 추적관찰은 서양인 위주로 결과값이 나와있고 한국은 들어온지 얼마 안 되서 결과가 없는데 한 1년 더 기다렸다가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이런 거까지 다 물어봄ㅋㅋㅋㅋ)
결론적으로 그날부터 위고비 0.25로 시작하기로 함
3차병원에서 약까지 탄거라 최저가는 아니었고 비만치료라 여러가지 검사 한 것도 다 비급여여서 돈은 꽤 깨졌지만 후회는 없음
그리고 오늘이 6일차인데 약효가 지나치게 잘 받는건지 위약효과인지...
1일차(저녁에 맞음): 처음 맞았을 때 10분쯤 맞은 부위 주변이 뜨끈한 느낌만 있고 그 후로 이상한 증상은 없음
2일차: 아침이랑 점심 평소 먹는 양보다 적게 먹었는데도 배불러서 저녁 못먹음.. 이날 저녁에 칼로리 소모 심한 일을 했는데도 끝나고 야식 생각 전혀 안 남
3일차: 점심에 외식해야했는데 아침 먹은게 전혀 소화 안 된 느낌이었고, 1인분씩 시켜서 먹는데 반도 못먹고 배부름. 배부르지만 맛있으니까 좀만 더 먹어야지 이런 생각이 전혀 안 들어서 신기했음... 심지어 점심 먹은거 소화 안되고 트림만 자꾸 나와서 저녁은 아예 패스 (이때부터 하루 먹는 칼로리 대충 계산해봤는데 600kcal 내외로 먹으면서 배부름)
4일차: 3일차와 거의 동일.. 평소 점심 먹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배 안 고프고 딱히 뭘 먹고싶단 생각도 안 들었음. 그래도 당뇨엔(아직 전단계지만) 제때 챙겨먹는게 좋다그래서 점심 먹으려는데 차린거의 딱 반절 먹으니까 더 먹으면 내가 고생할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입맛 뚝 떨어짐.. 이것도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음ㅋㅋㅋㅋ 저녁에 가족이 만든 고구마 야채튀김 반개 먹고 말았는데 트림이 너무 심해서 가급적 튀김은 먹지 말아야겠다 싶음
5일차: 회사에서 오전부터 스트레스 받는 일이 또 생겼는데 드는 생각이 '아 나 평소였으면 뭐라도 주워먹고 있을텐데..' 그냥 이거였고 딱히 실천하고 싶은 생각이 안 남.. 충동이라는 게 사라진 느낌. 근데 점심에 아예 어제의 반절 만큼만 도시락으로 싸와서 먹었더니 조금 모자랐는지 오후에 투약 후 처음으로 간식거리가 생각남. 근데 예전처럼 정신놓고 뭔갈 먹고 후회하는 게 아니라 배가 좀 고프니까 우유나 한 팩 마실까? 의 고민이 가능했음
결론적으로 나는 그냥 호르몬의 노예였구나 싶음
투약 후 내 사고흐름이 평소의 ~ 최근 1년간의 나와 완전히 달라져서 너무 신기함
사실 막 주체 못하고 먹는게 생리때 제일 심해져서 조금 더 두고봐야하긴 하겠지만 아직까진 너무 만족함
지금만 같아선 솔직히 용량 더 안 늘리고 이 용량만으로도 식습관/생활방식 개선에 큰 도움 될 거 같음
그리고 나는 부작용이 트림으로 나오는 듯..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자려고 누우면 트림이 너무 심하다ㅠ
다만 계속 하루에 이정도 칼로리만 먹으면서 몸이 건강할지 좀 걱정되긴 함
담번에 병원 가면 운동방법도 상담 받아야할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