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튼 오전 수술이라 전날에 입원했고 후기 보니 아프다는 항생제 테스트, 굴욕적인 관장 & 제모 & 소변줄 꼽기는 괜찮았어. 항생제 테스트는 피부를 포 떠서 체크한다고 설명하시던데 일반 주사처럼 따끔하고 끝났고 제모는 뭐 부끄럽지만 스몰토크하고 천장 바라보니 지나갔고 관장은 10분 참으라고 하는데 새벽이라 빨리 자고 싶어서 8분 참고 치웠는데 할만함. 오히려 난 소변줄 꼽는 게 제일 극험... 삽입할 때 후우 하라고 해도 약간 아프고 이물감 찌밤ㅡㅡ 너무 불쾌한 기분이라 나중에 하반신 마취하고 감각 없어지니 살 것 같았음.
수술 첨이고 쥰내 겁쟁이라서 엄청 긴장함. 위아래 속옷 다 벗고 부직포로 된 샤워캡 같은 거 쓰고 수술실 실려가면서 몸 개떨림ㅜ 진짜 너무 몸이 떨리니 하반신 마취로 가능하겠냐고 여사님들이 물어볼 정도였음ㅋ;; 근데 하반신 마취가 회복이 그나마 빠르고 아기 태어나는 그 순간을 볼 수 있어서 하고 싶었어. 그리고 좀 긴 이야기지만 계획 임신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임신하니 원래 있던 우울증이 엄청 심해져서 진심 남편 애 나 할 것 없이 다 싫고 안 좋은 생각까지 갖게 돼서.. 모성애가 안 생길까봐 걱정이 컸고 아기를 그래도 태어난 직후에 보면 뭐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꼭 경험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음.
하반신 마취는 새우 자세로 몸을 굽히면 척추에 마취제 주사해줌. 주사 자체는 하나도 안 아팠고 맞고 나면 하체가 따뜻해지면서 무거워지는데 만져도 내 살이 아닌 것 같음. 수술대에 다시 눕고 양팔을 양쪽에 십자가 자세(?)로 고정시켜서 좀 더 무서웠음. 가림막이 있어서 뭐하는지 보이진 않지만 담당의가 드라마처럼 메스라고 말하니 너무너무 무서워서 심호흡 미친듯이 함. 다행히 배를 자르는 느낌은 안 났지만 뭔가 배가 당기는 느낌은 있었고 MBTI 대문자 N이라ㅋㅋ 상상력과 공포감이 합쳐지니 미치겠더라 티는 안 넀지만..
하여튼 한.. 5분??? (10분 미만,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음) 지나니 몸 흔들껀데 아플꺼라고 경고하셔서 더 무서워짐. 졸라 세게 흔드는데 뭔가 마취제가 상체까지 올라와서 숨이 안 쉬어지는 기분이 들어 마취과 선생님께 말하려고 입 열었는데 ㄹㅇ 목소리가 안 나와서 당황함. 10번 정도 헝겊인형처럼 몸을 격하개 흔들더니 갑자기 속이 가벼워지는 느낌과 함께 아기 나왔다고 말하심. 그리고 애가 보이는데 나 진짜 애 안 좋아하고 이 임신에 대해 졸라 회의적이고 부정적이었는데 스치는 감정이지만 아기 울음소리, 너무 작은 몸집이 안쓰럽고 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놀람. 이게 모성앤가..? 싶었음. 그리고 이때까지 눈물 안 났는데 9~10개월 동안 힘들게 품고 결국 건강하게 낳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하고 뭔가 슬퍼서 눈물 고임...ㅎ
지금 회복 중인데 난 후폭풍도 할만하다고 생각해. 2일차에 그래도 애 보러 갈 정도로 괜찮아졌고 3일차에 남편 도움없이 세수하고 팬티 갈고 나름 사람처럼 돌아가는 중ㅋㅋㅋ 날라다닐 정도라곤 말 못하지만 회복실에서부터 하체 최대한 꼼지락거리고 1일차에 하체 스트레칭 조금씩 하니까 괜찮아지더라. 그리고 엉덩이 주사 진짜 효과 미쳤어!! 꼭 2-3일차까진 12시간 간격으로 맞으면 주사빨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하고 몸 풀어주니까 빨리 회복하는 것 같아. 아 마지막으로 나 14kg 쩠는데 배만 나온 케이스라 그런가 출산하고 배가 바로 임신 전처럼 쑥 들어가서 신기했음.. 절개 상처는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선생님 말씀으론 빨리 아물고 있더고 함. 요즘 수술을 잘하셔서 그런지 피, 고름 모르겠고 상처 길이도 생각보다 짧아.
글이 많이 긴데 혹시 나처럼 출산에 대해 불안하고 제왕 고려하고 있는 덬이 있다면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썼고 조금이나마 도움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