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앞서 제목은 채식이라고 썼지만 난 완전 비건은 아니야,
따지자면 락토오보 채식인데 천천히 느리게라도 락토~로 바꾸는 게 목표고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남이 사주는 고기회식) 가급적 섭취량을 줄이려고 해.
아무튼 약을 먹어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생하는 덬들에게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써보는 간단한 일기같은
얼레벌레 중기니까 사무실 월루하는 재미로 읽어줘.
우선 간단한 내 tmi. 학생 때 입시가 힘들어 우울증이 있었고, 지금은 어느정도 나아졌는데
불면증은 지금까지 못 고침. 약 없으면 절대 못 자고 자더라도 꼭 두세번은 일어나서
수면의 질이나 만족도가 주식 같아ㅠ 바닥이 안보임ㅠ 꿈 안 꾸고 자보는게 소원이다..
채식을 하기로 한 특별한 계기는 없어,
그냥 퇴근해서 유튜브 보다가 ㅋㅋ 심지어 아무 관련없는 쇼츠였는데
갑자기 아, 채식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신의 계시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바로 시장에서 가서 좋아하는 채소를 한가득 샀어.
장보러 갈 때 쓰는 핸드카트 한가득 샀는데 많이 샀다고 운좋게 떨이 파프리카도 좀 얻고.
이 때 실행력 정말 뭐였을까... 그것도 한겨울에 ㅋㅋ
아무튼 그렇게 갑자기 얼렁뚱땅 채식 라이프 시작.
처음엔 멋도 모르고 열심히 샐러드! 생으로만! 그대로! 먹었는데 가스도 차고 배도 아파서 고생 좀 했어.
위장이 약한 사람은 생채소 많이 먹음 안된다네 ㅋㅋ; 진짜 알못이었구나
그래서 좀 손이 가더라도 에어프라이어에 굽거나 찌거나 볶기 시작했지.
에이 안먹고 말지 하기엔 양도 많고 누구 줄수도 없으니 먹어야지 어떻게해...
난 직업 특성상 재택+출근 업무를 병행해서 식단 실천이 더 쉬웠던 것도 같아.
뭐라도 규칙을 정해야 나아지려나 싶어서
출근 전 아침 식사는 항상 잎채소 샐러드(드레싱은 아무거나였지만 보통 올리브유+식초+후추)
+ 삶은 계란 + 아몬드 밀크나 오트밀크를 먹고
나머지 점심과 저녁식사는 집밥+일반식을 먹지만 식사에 곁들이는 채소의 비중을 많이 늘렸어.
재택근무 때는 찐 양배추나 케일, 쌈채소에 쌈장만 넣은 쌈밥이나 채소스틱, 두부지짐 먹고
출근하면 점심 먹기 전 당근, 샐러리, 파프리카 잘라온걸 미리 좀 먹거나, 아예 구내식당에서 샐러드 먹거나
이 루틴이 조금 질리면 모든 채소들을 다 넣은 야채 스프를 만들어서
도시락으로 싸가지고 다니거나 출출할때 간식으로 먹었어.
그렇게 3개월 실천하고 좀 나아진 점은,
늘 안개 낀 것 같은 머릿속이 맑아지기 시작했어.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브레인 포그?
덕분에 감정적인 일에 대처해야 할 때나, 업무때도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가 있었어.
불필요한 낭비가 없어진거지.
난 과자나 초콜릿 같은 간식을 좋아하고ㅋㅋ 일하다보면 당분이 필요하고(변명1)
옆에 탕비실이 있으니 자연히 막 먹을수밖에 없었는데(변명2)
초콜릿 먹는대신 당근 꺼내서 먹고, 또 파프리카 꺼내먹고 하니까
버릇처럼 당분을 막 먹던 때보다 훨씬 감정 컨트롤이 수월해지더라.
금요일 오후에 이것 좀 당장 오늘까지 해달란 메일을 받아도 전보다 화가 덜 나;
또 10년간 수면제가 없으면 절대 잠을 못 잤거든. 내 집 내 방은 물론 출장, 여행 가서도 그랬음ㅠ
심할 땐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수면유도제랑 항우울제, 거기에 졸피뎀을 몇 알씩 먹어도 졸리지 않고
밤새 뒤척이다 겨우 세네시간 자고 그 날 하루를 엉망진창으로 실수하고 혼났는데,
아무튼 채소 많이 먹는 식단으로 바꾸고 난 뒤엔 수면제를 전보다 적게 먹어도 2~30분 지나면 스르르 잠이 오더라.
아침에도 약기운에 쩔어있고 내가 지금 일어난건지 만건지 분간이 안갔는데
지금은 아..침이다!! 하고 정신 차리게 됨ㅋㅋ
종합하면 감정 컨트롤이 잘 돼서 불필요한 일에 화를 내는 일이 줄고,
자연히 업무에 집중도 잘 되니까 일도 좀 효율적으로 하고, 잠도 좀 잘 자게 됐고,
아침에 정신이 말짱하고 피부가 약간 좀 좋아졌다! 조금 사람답게 살 수 있어졌어.
위에 말한대로 변함없이 탕비실 간식은 잘 먹어서 다이어트 효과는 없지만 ㅋㅋ
보통 내 점심~저녁메뉴는 제육이나 돈까스 같은 살 찌는 맛이었거든, 이렇게라도 먹어야 버티겠어서ㅜ
그래서 처음 내 채소 도시락 본 회사 동료들은 갑자기 왜? 토끼밥을 먹냐 어디 아프냐 놀랐는데
요즘 내가 변하는거 보면서 자기들도 풀떼기를 한 번 먹어봐야겠다 하더라고.
앞으로 식단에서 고기류를 완벽히 배제할수는 없겠지만 이왕 먹는다면 전보다 조금 덜 먹고,
천천히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해나가려고 해. 요즘 콩고기도 기웃거리는 중.
시간 나면 운동도... 하고는 싶지만 출퇴근 왕복 1시간 걷기 이 이상은 힘들다...ㅠ
이상 내 얼레벌레 채식 중기 끝!
어렵지 않으니 다들 밥 먹을때 브로콜리 한 줌, 버섯 하나라도 더 먹고 건강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