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데, 좀 기분이 그럼.
우리 동네는 문화재가 근처에 있어서 개발이 묶인 지역이라서 엄청 오래된 구옥만 있는 주택가임.
엄청 노령화된 곳이라 폐지 주우시는 분들이 많은 편이야.
우리 옆 집에 80대 노부부가 사시는데 봄~가을엔 타지역에 가서 농사 지으시고 주말에만 오시고 겨울에만 옆 집에 사셔.
내가 이사온지 8년 정도 됐는데 그 훨씬 이전부터 폐지를 모으셨대.
그래서 동네에서 폐지랑 폐가전 등등 돈되는 쓰레기들 모아다 주시는 분도 많음.
나도 종이/캔/옷/냄비 등 매번 갖다드리거든.
앞 집에는 60대 부부가 살고 있음. 근데 여기분들이 항상 밖에서 재활용 나온거 모아다가 옆 집 노부부 갖다드리는거야. 우리집 앞에 내놓은 것도 항상 갖다드림.
그래서 참 부지런하시고 좋은 분들이구나 하고 몇 년을 지냈는데..ㅎㅎㅎㅎ
실상은..
사람들이 갖다주는 재활용품들이랑 길가에 있는 재활용품 중에 정리안해도 되고 돈 되는 캔이랑 무거운 것들, 옷 들만 쏙 빼가고
손 많이 가고 돈 안되는 종이박스만 노부부댁에 갖다 놓는 거였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리집이 한달전에 대청소 하느라 스텐 냄비랑 스텐/캔 엄청 나와서 다 옆 집 대문 앞에 갖다놨는데..
그걸 홀랑 다 가져갔더라고. 그게 난 안버리고 닦아서 쓰실라나보다 했는데
얼마전에 출근 늦게 할때 봐버림
그 집 마당에서 캔이랑 등등등 해서 쌀가마니 8개분량을 가지고 나오더라...
진짜 인류애 상실....
어쩐지 그 전날 우리집 마당에 재활용품 캔 따로 모아놓는 봉투 매달아 놨는데, 그거 옆 집 드릴라고 모으는 중이라고까지 말 했는데도 자기 주면 안되냐고 해서 뭐 그러세요 하고 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다음날 고물상 가려고 아득바득 다 긁어간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