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팔순이 넘으셨고
또래에 비해 활동량이 많이 건강하신 편이었는데
기침 가래가 좀 있으셨어.
엄마가 계속 병원에 가 보라고 하셨는데
아빠는 계속 안 가시다가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셨고 갑자기 입원하셨는데
병명은 폐결핵.
치료되는 병이니 진작에 치료받았으면 됐는데
아빠는 너무 늦게 가셔서 폐 손상이 너무 심했대.
언제 돌아가셔도 안 이상한 상태였대.
그래도 다행히 폐결핵 전문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했고
결핵균은 이제 음성인데
오랫동안 혼자 입원해 계셔서인지 치매 증상이 왔네.
일시적인 섬망이길 바랐는데...
치료기간 동안에는 면회가 안 됐고
이제 면회가 된 지 좀 돼서 면회 다녀왔는데
옛날 얘기만 하시고 아들 딸을 못 알아 보셔.
이미 이러면 초기는 아닌 거겠지?
한 달 전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살도 많이 붙으시고 기력도 좋아지셔서 너무 다행인데
딸은 어디 갔어요? 하니까 몰라요라고 말씀하시던 게 좀 마음 아프네.
폐 손상이 너무 심해 집으로 퇴원하실 상황은 아니고
퇴원하시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셔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가까운 데로 모시고 자주 찾아 뵈면 조금이라도 속도가 늦어질까...
결핵균이 오래 검출돼서 혼자 오래 병원에 계셨는데
우리가 아빠를 잊은 거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했는데
아빠가 우릴 잊으셨어..
그래도 아빠가 기억이 있는 마지막에 가족이 잊었다고 생각하시진 않았으면 좋겠다.
안 좋은 기억만 잊고 좋은 기억은 조금이라도 오래 붙잡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