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훌쩍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연말 마무리 겸 4분기에 다녀온 곳 중
덬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들 추려봤어
1. 합정 미필담
짧은 기간에 세 번이나 다녀온 곳이야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이북식 손만둣국 집인데
음식이 아주 담백하고 정갈해
비주얼만 봐도 느껴지지만
아주 슴슴하고 깔끔한 만둣국이야
만두도 따로 시켰는데
피와 속의 밸런스가 아주 좋았어
반찬도 자극적이지 않아
만둣국이 너무 맘에 들어서
여름 계절 메뉴인 김치말이 국수와
겨울 계절 메뉴인 온반도 차례로 먹었어
온반 위에 올라간 건 녹두전이야
계절 메뉴들도 전부 만둣국처럼 차분한 맛 상상하면 돼
계절 메뉴도 좋지만 처음 가면 만둣국 강추야
거의 바 테이블이라 혼밥 하기도 넘 좋고
매장이 작고 주말 식사시간엔 웨이팅이 있어
일요일 점심 기준 4~50분 거리에서 운동 끝나고
원격 줄서기 걸어놓은 다음 설렁설렁 와서
잠깐 기다리면 딱 내 순서 오더라
너무 늦게 오면 재료 소진으로 웨이팅 종료하니까 참고해
2. 이태원 어제의 카레
번화가와는 동떨어진 어느 골목에 자리한 카레집인데
맛있다고 전해 듣기만 하다 동선이 맞아 다녀왔어
평일 늦은 점심 쯤이었는데도 살짝(!) 대기가 있었어
잠깐 기다렸다 착석하고 조리하는 거 구경
나는 고로케 카레에 치킨을 추가했어
계란 후라이는 대부분 메뉴엔 기본으로 올라가고
맛있더라구 약간 묽은 질감의 카레가 정말 정말 부드럽고
평소 안 좋아하는데 이 날은 왠지 땡겨서 주문했던 고로케와
추가한 치킨도 아주 적당히 잘 튀겨져서 넘 맛있었어
큼직하게 들어가있는 당근, 감자와
잘게 썬 신선한 파채까지 하나도 안 남기고 싹싹 비움
카레와 밥은 먹다 모자르면 리필해주더라
카레 땡기는 날 훌쩍 다녀오기 좋은 곳이야
3. 서촌 누하의 숲
서촌에 안경 맞추러 갔다가
시간이 비어서 근처 밥집을 급히 찾았는데
리뷰가 많고 오래된 곳인 것 같아서 즉흥적으로 가봤어
사장님이랑 직원들이 일본 사람인 것 같고
내부는 아주 오래돼서 청결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첫 방문이니 대표 메뉴인 치킨남방정식 주문!
튀김옷 없이 튀긴 닭가슴살이
아래는 살짝 짭짤한 식초 소스
위에는 타르타르 소스가 올려져서 나오는데
오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어
어엄청 촉촉하고 단짠 소스가 잘 어울리더라구
약간 드라이한 옥수수밥은 고소하고
여러 종류 찬이 같이 나와서 전체적으로 푸짐해
4. 서촌 헤르만의 정원
티잘알 친구가 여기 밀크티가
먹어본 중 최고였다고 추천한 곳이야
매장에 햇빛이 듬뿍 들어 밝고 넘 예쁘더라
런던 밀크티를 주문하면 이렇게 셋팅되고
내가 직접 제조해서 먹어야 해
따로 서빙되어 나오는 우유와 홍차 비율은 1:1
입맛에 맞게 당도 조절할 수 있는 황설탕
다기들이 참 예뻐서 기분 좋고
쌉싸름하면서도 내 입맛에 맞게 조절된 밀크티도 맛있고
스콘은 말해 뭐해 티에 스콘 조합 너무 좋아
요즘 티는 합정 티에리스 가서 종종 마시는데
티에리스 밀크티는 아주 진하고 꽤 단데
여기 밀크티는 조금 더 잔잔하고 깊은 맛이었어
5. 망원동 햇
망원동 고도가 문 닫고 너무 아쉬웠는데
고도 사장님 중 식사 담당이였던 분이
바로 근처에 '햇'을 다시 오픈하셨어
테이블 수가 아주 많진 않지만
고도 때보단 확실히 늘었고 공간도 큼직해
메뉴 컨셉은 고도와 비슷한데 조금 더 심플한 느낌
신선한 채소와 함께 나오는 오믈렛 속은
계란과 치즈가 듬뿍 들어있고
새우 콩 오르끼에테는
치즈와 새우, 올리브, 햇콩, 요만한 오르끼에테 파스타가
올리브 오일과 잘 어우러지는 메뉴였어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갔던 오픈 초기 - 평일 이른 점심엔 웨이팅은 없었어
먹고 있으려니 자리는 다 찼고 주말엔 사람 더 많을 듯
신선한 재료 맛을 잘 살린 브런치 좋아하는 덬들에게 추천
6. 공덕 야키토리 키유
다양한 닭고기 부위로 꼬치 구이 코스를 운영하는 곳이야
생일에 친구가 예약해줘서 같이 다녀왔는데, 무척 만족했어
바 테이블로 한 9~10자리 있는 것 같고
시간 맞춰 착석하면 14종 코스가 차례로 서빙돼
코스 시작은 차갑게 나오는 닭고기 햄
부위 설명과 함께 한두 개씩 같이 나오는데
간이 완벽하고 식감도 다양하게 구성돼서 지루할 틈 없었어
가성비 좋은 코스 파는 곳은 주류가 보틀 필수인 경우가 많은데
여긴 잔술로도 팔아서 좋았어 술도 진짜 잘 어울렸고
우엉튀김
코스 59천 원인데 이 가격이면 대박이다 싶을 만큼 좋았어
생긴지 얼마 안됐는데 빠르게 뜨고 있다고 하더라
더 예약 어려워지기 전에 다녀오자
7. 연남동 일기
갓 구운 식빵이 나오는 메뉴 먹으러 갔었지만
이미 완판이라 못 먹고 대신 후추 프렌치 토스트 먹었어
내부는 연남동에 어울리게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이야
웰컴티가 나오고
감자 식빵, 감자 크림에
통후추를 눈 앞에서 갈아서 올려주는데
크림이 꾸덕하고 감자 식빵 특유의 고소한 맛이 좋았어
후추로 감칠 맛이 더해져서 아주 특색 있는 프렌치 토스트야
원두는 ym 거 쓰신다고 하더라
드립 커피도 밸런스가 좋고 너무 무겁지 않아 좋았어
여기 맛도 있지만 젊은 사장님 부부가 진짜 친절하셔
쿠폰도 손으로 한 땀 한 땀 그려주시고ㅎ
원래 먹고 싶었던 메뉴 놓쳐서 아쉽다고 했더니
같이 안타까워 해주시면서 다음엔 연락하고 오라고 하셨어
아기자기 따스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빵 먹고 싶을 때 추천
8. 연남동 르프레
친구랑 연남동 갔다가
둘이 동시에 찜해둔 곳이어서 들렀는데
올 4분기 가장 인상적이었던 디저트 샵이었어
우린 아래 2개 케이크 먹었는데
공통으로 올라간 바닐라빈 크림이 진짜 미쳤더라고
최고로 치는 성수동 발렁스 못지 않았어
통가빈 쇼콜라 갸또는
꾸덕하고 진한 초콜릿 무스가 넘 맛있어서
친구 어머님 생신 파티 케이크로 추천했는데
역시나 반응이 아주 좋았어
생또노레는 큼직한 슈가 바삭 부서지고
속까지 크림을 가득 채워서 리치하면서
아래 비스킷이 고소하게 받쳐줘
다 먹고 물개 박수 치면서 나오는데
지나가던 개 산책 시키던 외국인 아저씨가
갑자기 말 걸더니 여기 진짜 맛있지 않냐고ㅎ
미국식 파이는 다른 데가 최고인데
프렌치 갸또는 여기가 이 동네 최고라면서
엄지 척 하고 지나갔어ㅋㅋㅋ
그래서 그 파이집은 어딘데요 알려주고 가요...
9. 신촌 플릭온커피
단골 카페인데 한동안 못 가다가 최근에 다시 다녀왔어
그 날 땡기는 맛의 원두 추천 부탁하면
사장님이 두세 가지 후보 원두 설명해주시는데
무슨 원두냐에 따라 꽤 비싼 원두도 있으니까
가격 설명까지 잘 듣고 선택해
이 날 처음 마신 라카브라 포토시는
위스키나 와인의 발효향이 연말 느낌이 나서 좋았어
바나나 타르트 설명해주시는데 어? 이상해서 여쭤보니
직접 만드신다고 하더라고ㅇㅇ 당연히 공수하는 줄
많이 달지 않고 드립 커피랑 먹기 딱 좋았어
사장님이 커피를 진짜 좋아하는 분이라
국내 & 해외 여러 로스터리 원두들 갖춰놓으셔
두 번째 커피는
네덜란드 로스터리인 DAK의 크리스마스 시즌 원두
첫 번째 커피가 산미가 있고 발효취가 있는 원두였는데
상반되는 고소한 크래커 느낌 원두가 궁금해서 골랐어
여긴 사장님과 커피 토크도 나누고 또 그러다 내 할 일 하고
편하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이라 자주 찾는 곳이야
드립 커피와 원두에 관심있는 덬들은
한 번쯤 가봐도 좋을 것 같아
10. 한남동 재인
연희동에서 이사간 이후로 아무래도 발길이 뜸했는데
근처에 갈 일이 생긴 김에 오랜만에 다녀왔어
예전보다 마들렌과 휘낭시에가 화려해진 느낌
휘낭시에 몇 개 사와서 먹어봤는데 맛은 여전히 재인다워
이 날은 바에서 티와 케이크를 먹었어
비주얼이 괴랄해서 망설였던 서울 해치는
안 먹었으면 어쨌을까 싶을 정도로 맛있었어
상시 메뉴로 판매하는 것 같은데
생강, 볶은 현미, 곶감, 깨 같은 우리 재료를 써서
아주 고소하면서도 개성 있는 맛을 잘 표현했어
하바구 무화과 타르트는 클래식 그 자체인데
기본기가 좋은 곳에서 당도 높은 무화과를 올렸으니
믿고 먹어도 실패가 없는 메뉴였고
보이기도 수박 맛도 수박 이름도 수박이었던 세 번째 디저트
11. 합정 은코시 커피하우스
커피 좋아하는 계정에 자주 뜨길래 가봤는데
이런 위치에 이런 곳이? 싶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어
사운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술도 파는 곳
나 갔을 때는 책 읽거나 노트북 하는 손님들이 몇 있었고
마구 붐비지는 않았어 약간 단골들의 아지트 느낌
이 날은 드립보다 에쏘 베리에이션이 땡겨서
따뜻한 라떼 시트러스를 주문했어
보기에는 평범한 라떼처럼 보이지만
오렌지와 라벤더를 곁들여서 향긋하고
과하지 않게 상큼한 맛이 나는데 무척 맛있어
원두 라인업 보니 드립 커피도 괜찮을 것 같아서
또 가볼 생각이야
그 밖에 맛있던 곳들:
- 연남동 포가
매끈한 면에 짭짤한 마늘쪽이 어울리는 마늘쫑면과
매콤함이 배어있는 부추 고기튀김이 맛있었어
- 고기튀김 맛집이라길래 갔던 무교동 원흥
여긴 매콤함보다는 적절한 짭짤함에 갓 튀겨나온 튀김이 일품
- 급 막회가 땡겨서 들른 무교동 영덕회식당
여기 초장이 아주 예술이야
막막 비벼서 퍼먹으면 소주 생각이 절로 남 (는 알쓰..)
- 올가을 먹은 밤 디저트 중 맛있었던 것만:
대흥역 과자방 몽블랑 (하얀 산)
대학로 키이로 몽블랑은 몽블랑 중에서도 순위권이고
밤 푸딩
대학로 치읓 마롱 푸딩
마롱 롤케이크
여기 대표 메뉴는 푸딩이지만 롤케이크도 맛있어
시즌마다 다른 종류가 나오는데 시트가 부드럽고
메인 재료 맛이 은은하게 잘 배어있어
망원 구뜨몽떼 마롱 푀이타주
은은한 맛 집어치우고 강하게 때려넣는 곳
- 시청 무슈부부커피스탠드
망원에 있던 매장을 접고 여기에 새로 냈어
국현미 덕수궁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 들렀다 가면 좋을 듯
커피는 원래 맛있는 곳이니까ㅇㅇ
바 형태인데 자리는 많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야
- 을지로3가 커피사
을지로에 있는 카페들은 대부분 요만해서 복작복작한데
커피사는 개중 공간이 여유롭고
괜찮은 원두 써서 정성스럽게 드립 커피 내리는 곳이야
원두 컵노트를 정확히 살리는 방향으로 내려서
아주 깔끔하고 선명한 느낌인데
단점이 있다면 아주 천천히 주신다는 것과
별 생각없이 찾아가면 헤맬 수 있다는 거?ㅎ
- 이대역 비버베이크샵
깜빠뉴가 제법 유명한 동네 빵집인데
여기 빵 맛들인 이후로 종종 사다 얼려놓고
밥 먹기 귀찮을 때 살려서 먹고 있어
대표 메뉴인 단호박 크림치즈 깜빠뉴 포함해서
팥 고구마, 밤 크림치즈, 무화과 깜빠뉴 등 전부 맛있고
넛츠스틱도 단골 메뉴야
치아바타는 살짝 리치한 느낌
주말에 인기빵은 오픈하자마자 품절되니까
미리 예약 주문해놓는 거 추천!
내년엔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추운데 잘들 챙겨먹고 감기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