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렸다가 가끔씩 생각나서 쓰는 후기
몇년전 핑크 임산부석이 생기기 전이야
나덬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서 입원하고 보호대 차고 다니다
퇴원하고 보호대를 풀고 집에서 몇달 누워있다가 복귀해서 정상 출근을 하며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한지 얼마안되는 시기
보호대 차고 다닐땐 다들 자리를 비켜주셨는데 아무래도 보호대를 안차니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보이는 그런 시기였는데
그날 전철에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아니었는데 일반 좌석은 꽉 찼고 노약자석은 한자리 비어있었어
어쩌다보니 전부 할머니만 앉아계셨음
내가 좀 많이 힘들고 피곤한 상태여서 딱히 서 있는 사람도 없고 다른 사람 안계시길래 일단 앉았어
앉았다가 어르신 오면 비켜드려야겠다 하면서
그리고 할아버지가 타셨길래 얼른 일어나서 비켜드림 그리고 그 역에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유입되서 전철은 바글바글해짐
근데 할아버지가 자리에 앉으면서 나한테 삿대질하고 소리지르며
나는 바로 일어나서 비켜드렸는데 자리에 앉았다는 것만으로도 분노를 표출하더라고
내가 초기임산부라고 생각했는지 정말 호통을 치면서
다리벌려서 애생긴게 뭐가 자랑이라서 여기 앉냐고 소리소리를 지름
정작 나는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멍~한 상태라 그 호통을 들으면서도 멍~했음
나덬 미혼인데 그런 심한 말은 처음 들어봐서 그런가 오히려 멍했달까
그냥 어디서 ㄱ가 짖나 그 정도
다른 칸으로 피신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멍 하게 듣고 있었음
그 할아버지는 그렇게 몇정거장을 나에게 깽판을 치면서 가다가 내림
그 사람이 내리자마자 조용히 계시던 주변 할머니들이 뭐 저런 ㅅㄲ가 있냐 하면서 엄청 욕함
나를 그 빈자리에 억지로 앉히면서
새댁! 빨리 앉아욧!
라고 하셔서 부정하기도 귀찮고 걍 앉고 집까지 갔다고 한다...
가끔 생각나는데 내가 진짜 임산부였으면 정말 상처받았을꺼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