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 넘어지는 바람에 상실해버린 앞니,
치과 정보 찾아보는 와중에 보게 된 여러 부작용 사례들 등등.
이런 게 한꺼번에 겹치니까 순식간에 확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더라고.
자다가도 여러 번 깨고 아침이면 우울하고 불안해져서
집중하기 힘들어서 내내 핸드폰 보거나 미래 걱정하면서 혼자 울거나 가슴 쥐어뜯고. 배고픈데 속이 메쓰꺼워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래도 겨우 용기내서 치과 상담을 다녀왔거든? 어쨌든 치료는 미룰 수 없으니까. 그땐 불안해도 이런저런 얘기 듣고 좀 괜찮아졌어.
갔다와서는 다른데도 하나 예약 잡아서 다녀와야 겠다고 계획도 세울 정도로.
근데 그때 전화가 한 통 온 거야. 서울중앙지검 합동수사부 누구누구 수사관인데 내 명의로 대포통장이 개설됐고 그게 범죄에 활용됐다고.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범인이랑 별 연관 관계가 없어 보여서 일단 전화로 약식 녹취를 받기로 했다고. 만약 지금 전화 끊으면 서면으로 서류 보낼테니 중앙지검 와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그땐 피의자 신분일 거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이거든?
근데 내가 정신적으로 몰려있는 상태라 그런지
저 소리를 들으니까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지고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거야.
오죽하면 상대가 나 괜찮냐고 물어보더라고. 좀 진정하라고 하면서.
너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말을 못 이어나가니까.
다행히 내가 계속 그러면서 말꼬리 질질 잡고 같은 얘기 또 반복해서 하고 물어보니까 결국 그쪽에서 화내면서 끊긴 했거든?
근데 그러고 나니까 힘이 쭉 빠지면서
우울함이랑 불안함이 밀려오더라. 현타도 오고.
결국 그래서 다른 치과 가는 건 취소하고
종일 집에 누워있었는데 나아지기는커녕 숨이 턱턱 막히더라.
다시 임플란트 부작용 사례들 떠오르면서 불안해하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이런 얘기 엄마한테 하니까 불안해 하지 좀 말라면서
니 의지로 불안해하는 것 좀 고쳐보라고 하면서 뭐라고 하더라.
인터넷 좀 그만 보라고 하면서.
진짜 미칠 거 같은 게 나도 이 불안함을 극복 좀 해보고 싶거든?
근데 그게 잘 안 돼.
어릴 때부터 불안함을 느끼는 강도가 너무 심해서
집에서는 말을 엄청 잘 하다가도 밖에 나가면 말을 한 마디도 못해서
원래 말할 줄 모르냐는 소리도 엄청 많이 들었고
그것 땜에 대인관계 유지랑 사회생활에서도 어려움을 심하게 겪었어
어릴 땐 내가 수줍어서 그런 줄 알고 자학이랑 자책을 많이 했었는데
나중에 짧게 상담 받아보니까 원래 타고난 성향 자체가 불안도가 높은 스타일로 나오더라고.
나는 그래도 이 정도로 정신과를 가는 건 내가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가지 않았거든?
근데 이번에 차례로 안 좋은 일 겪고 결정타로 저런 전화 받고
과호흡 일으키는 나를 발견하니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
정신과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좀 타먹으면 이런 증상들이 좀 나아질까? 괜히 오버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