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덕질의 순기능이라며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던 사람들이 덕질을 하고 많이 회복되었다는 글을 볼때마다 공감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쓰리더라고. 슬프고...
나도 연예인 덕질을 그 사람 덕분에 처음 하게 되었고 덕분에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던 내가, 서울도 가보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늘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내 세상도 넓어졌던 것 같아. 성인되어서 더 자유롭게 더 자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ㅎㅎ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죽음을 겪은 후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어
내가 딱 20살 되던 해였는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해본 적도 없었기에 처음 겪어보는 죽음과 상실에 감당이 안되더라
이기적이게도 내 슬픔이 중심이었던 것 같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볼 수 없다는게 괴로웠어
근데 가족도 친구도 지인도 아닌 그저 연예인의 죽음일 뿐이었기에
유난처럼 보일까봐 단 한번도 남들 앞에서 슬퍼했던 적이 없었어
내 성격상 약한 모습 보여주는 걸 싫어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
지인들 앞에서도 늘 웃으면서 그 사람 얘기를 꺼냈어 그냥 살아있던 때 처럼,
그 사람의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더라도 별 일 아닌 것 처럼 넘겼던 것 같아. 나로 인해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지인들이 불편해하면 안되니까.
가족, 친구들은 내가 힘들다 했음 분명 위로 해주었을거야. 근데.. 참 내 힘듦을 표현하는게 안되더라고. 그러면서도 역설적이게 내가 자처한 상황인데 위로 받지 못하고 공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슬프고 괴로웠어.
안괜찮아 보이기도 싫고 괜찮아 보이기도 싫고.
괜찮아? 라는 질문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누가 괜찮냐고 물어봐줬음
좋겠고..
그 중 부모님께 위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제일 서러웠던 것 같아. 부모님은 늘 나를 1순위로 생각하시고 걱정하신다는 걸 알면서도, 정말 한번씩 상처되는 말을 들을 때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늘 죽고 싶었어. 죽으면 그 사람을 볼 수 있겠지 라는 마음보단 지금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미칠 것 같으니까 살기싫었어. 도망치고 싶었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이 너무너무 필요했는데
주변에서 찾긴 어렵고, 지방 살아서 덕메들을 만나기도 어려워서 유튜브 영상이랑 책 중에 죽음, 상실, 애도를 다루고 있는 걸 많이 보게됐어
대학 다니면서 죽음학이란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어
그런 매체를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 받는 기분이 들더라고.
사실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도 다른 연예인들의 죽음을 접하면, 다시 내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던 그 날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약물 치료를 하면서 복합적인 우울한 감정은 많이 괜찮아졌었어. 죽음 이후 여러 일들이 겹쳐서 늘 죽고싶단 생각에 사로잡혔고 1주기 시점부터 치료를 받았던 것 같아. 1주기랑은 무관한데 그냥 내가 참다 참다 안되겠어서 갔었던 때가 그 시점이였어. 물론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슬픔은 아직도, 아니 어쩌면 영영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같아. 때론 시간이 약인 것 같다가도, 또 때로는 시간이 지나도 안괜찮아지더라고.
근데 또 내가 가족의 죽음을 접하거나 친구 지인들의 죽음을 접한 사람들 앞에선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래서 감히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기도 미안하더라고. 흔치 않은 내 상황에 늘 외로운 것 같아.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어쩔 수 없는 부분임에도..
약물 치료를 하면서 죽고 싶단 생각도 사라졌고, 더욱이 내가 죽음과 상실의 아픔을 경험해보았기에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죽지 못하게 되었어.
그래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왜 살아야되는지, 이렇게 힘든 삶을 앞으로 몇십년 더 살아갈 바에 죽음이 더 낫지 않은지 < 늘 생각하고 살아.
물론 그냥 태어났으니 사는거지만 늘 죽음 이라는 키워드를 머릿속에 넣고 사는 것 같아.(죽고 싶던 생각 말고 그냥 죽음에 대해서)
끝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모르겠네...
사실 지금도 안믿겨.. 볼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지 못했던 것 같아.
늘 숨어서 몰래 울고 슬퍼했어.
만약 이런 상황에 놓인 덬이 있다면 많이 슬퍼하고 충분히 애도 했음 좋겠다.
그나마 더쿠에선 같은 상황을 겪은 몇몇 덬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한 것 같아. 덕질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누군가의 죽음을 이렇게 괴로워하는게 이해가 안될 수도 있겠지만(내가 덕질 안해봤음 그랬을거야)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덬들이
그리고 죽음과 상실의 아픔을 겪은 모든 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