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심에 말하자면 약물치료 필요없다 말하는거 아님. 다만 우울증에 약물치료말고 다른 대안을 생각 못하는 경우가 많은거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이 안듣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이 경우 다른 대안도 있다는걸 다들 알았으면 좋겠어.
내가 정확히 그런 경우였어.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전부 효과가 없거나 크고 작은 부작용이 생기거나 했음.
그런데 약이 효과가 날 때까지 2주정도 걸린다, 용량을 조절해봐라 하는 이야기에 안맞는 약을 몸에 맞춰보겠다고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최소 2주 정도 먹는 짓을 반복하다 보니 1년을 시간과 돈과 위만 버렸어.
그리고 결국 나에게 맞는 약이 없다 결론이 땅땅 나버림.
그 중에는 진짜 한알 먹고 아무 이유없이 눈물만 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부작용이 생긴 약도 있어서 이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 좌절스러웠어.
이대로 살아야하는게 내 운명인가 싶으면서 가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화를 벌컥 낼 정도로 사람이 꼬여버림. 물론 운동이 필요한거는 맞는데 그걸 못하니까 우울증 환자잖아.
그러다가 예전에 우울증으로 죽으려다 강제입원을 당해서 전기충격으로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되고 혹해서 찾아보다 tms를 알게됐어.
Ect가 성공확률은 더 높은데 아무래도 더 아플니 무서워서 tms를 먼저하고 효과가 없으면 ect를 시도해봐야겠다 생각으로 기계치료를 시작했어.
사실 나는 약물치료가 너무 안맞아서 이것도 막연히 효과가 없을거라 생각했거든. 큰 기대없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했는데 의외로 그리고 너무나 다행히도 나는 tms 약발이 너무 잘받았어.
소아우울증 환자였었어서 평생 브레인포그와 불면증에 약도 없이 시달렸는데 이게 첫 회에 무안단물 마신것처럼 나아버림. 의사 말로는 보통 몇회는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내가 드문 케이스라고 하긴 했어.
이렇게 다행히 나는 ECT까지 안가고 우울증을 치료하긴 했는데 TMS에서도 효과를 못본다면 ECT도 시도해볼 법 하다고 생각해.
단점을 꼽자면 가격.. 비보험이라 비싸서 금전적으로 아무래도 부담되니 약물을 먼저 시도해보는게 개인적으로 낫다고 봐. 그리고 같은 원리인 피부과 기계도 효과가 다르듯 TMS 기계도 효과가 다르더라고.
나의 경우 생활반경 이동+금전적부담+광고로 (내가 처음 받았을때는 국산 기계가 없었음) 의도치않게 다른 기계들로 치료를 받아봤는데 나한테는 헬멧형 비싼기계가 월등히 나았어. 나중에 싸서 가본 국산기계는 일단 세트인 의자가 내 기준 고문기계 수준으로 욕나오게 불편하고 여러번 최대치로 받고 나니 그때서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조금 오는 정도.
해주는 사람의 스킬차이도 분명 있는데 이건 어차피 의사가 안하니까 잘하는 사람 찾는건 의미없어. 위치/자세에 대해 바로 피드백 주고 뜨지않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는게 중요한데 이건 받아보면 무슨 뜻인지 바로 알거야.
그런데 기계마다 가격차이가 심함. 내가 찾아봤던 기준 헬멧형 제일 싼데가 1회 18만원이었고 국산은 1회 4만원이라 가격차이가 매우 커. 개인차가 분명히 있으니 이 금전차이를 극복할 가치가 있는지는 잘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약물치료 하지말란 말은 아니야. TMS 치료하는 의사들도 유지용으로 약물치료 병행 권하고(나는 이미 약발 안듣는걸 확인했으니 거절했지만) 내 친구는 내가 정말 끔찍한 부작용을 겪었던 약을 먹고 새 삶을 찾아서 내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보이기는 해도 본인한테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약물치료 성공확률은 60%로 여러 종류 시도해도 안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여러가지 약 시도해도 효과없으면 약 안받는다고 좌절하지말고 다른 대안들 고려해보고 다들 삶이 살만해졌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