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는 남자 나는 여자임
전에 같은 사원이었다가 이 동료만 승진해서 직급이 높아짐
이 동료는 일을 잘 하고 당시 난 일을 못해서 모두의 문제거리였음
그렇지만 이 동료는 나를 많이 도와줬고 서로 농담도 자주 했음
당연히 나는 이 동료를 많이 의지하게 됐고 친밀감이 높아짐
그러나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갈등이 있으면 이 동료는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편을 들며 나에게 뭐라고 했음
처음엔 평소 하던 농담과 잘 분간이 안 되어 농담조라고 생각했고 서운했지만 나와 그나마 친하니 중재해주는 거라 생각했음
진급 시즌이 되며 나를 같은 사원인데도 점점 상사처럼 대했고 점점 나를 개무시했음
심지어 가끔은 다른 진짜 상사들보다도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음
감정이 무척 상한 나는 이 동료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음
그러나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그래도 동료이고 동료와 인간관계 나빠 좋을 것 없으니 그냥 잘 지내자고 생각했음
동료는 이제 상사가 되었고 내가 다시 좋게 대하자 동료와의 관계가 전처럼 농담하며 투닥거리는 사이로 돌아왔음
동료는 이제 일을 거의 도와주지 않았음 오히려 더 잘 하지 않았다며 나를 이제 더 당당히 문책했음
그게 점점 더 심해져 내가 하는 모든 업무를 유심히 보고 꼬투리를 찾고 반드시 뭐라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음
지적할 게 있으면 그냥 '무묭씨, 다음부터 이건 이렇게 해주세요' 라고만 해도 될 텐데
그는 항상 내가 아주 큰 잘못을 했고 그런 잘못을 해서 아주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로
'무묭씨, 이건 왜 안 한 거예요? 아니 바쁘지도 않은데 이것도 안 해놓고 저것도 안 해놓고 %#%$' 이런 식이었음
당연히 나를 무척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불쾌했지만
내가 뭐라고 하든 항상 자기 말이 맞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음
처음에는 저런 식의 지적도 나와 친하니 더 편하게 지적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저런 식으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면서 더 위의 상사에게는 내가 무슨 잘못과 실수를 했는지 전부 다 세세하게 일러바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음
그런 식으로 하니 처음부터 박힌 일못 & 문제아 이미지가 상사들에게 점점 강화 또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었음
그건 내가 생각하는 친한 동료라면 상사에게 동료의 이미지가 어떨까를 생각해서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음
내가 생각하는 친한 동료란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었음
지적할 건 얘기해주되 부드럽게 얘기하고 최대한 덮어주고 상사한테 그의 허물이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었음
그런데 그는 내 실수를 발견하면 당연히 덮어주려는 마음은 요만큼도 없었고
아 또 무묭씨가 잘못했다며 바로 상사에게 보고했음
마치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처럼 느껴졌음
그는 내 친한 동료의 기준에 맞지 않았고 나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그의 나에 대한 개무시와 더불어 그가 내 실수나 잘못을 그저 내게 지적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전부 속속들이 보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크게 상처 받았음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다시 거리를 두고 있음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나는 다시 거리를 두기 시작한 이후로 일체의 농담을 하지 않았음
그런데도 그는 그런 내 변한 태도가 느껴지지 않는지 일방적으로 전처럼 농담조로 말하곤 했음 이 부분도 이해가 안 됐음
나 혼자 생각해본 결론은
그냥 이 동료는 나를 처음부터 일 못해서 모두의 빌런 같은 존재니까 개무시하는 마음이 깊이 깔려 있었고 그래서 나를 동료 취급 한 적이 없었던 것임
그걸 나 혼자 농담 좀 하며 지내니까 '친해졌다' '우린 동료다' 라고 착각했던 것임
그래서 내가 태도가 변해도 무묭씨가 기분이 나빴나 이런 생각은 하지도 않으며 신경도 안 쓰는 것임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고 모르겠는 부분이 있음
내 달라진 태도는 신경도 안 쓰는 건 그렇다 쳐도 나를 그렇게 개무시하면서 왜 예전처럼 농담조로 말을 걸려고 하는 걸까(요즘은 덜해진 것 같기도)
왜 내 모든 잘못을 상사에게 다 속속들이 일러바쳤던 걸까 나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정치질일까? 무얼 위해서? 나는 그에게 위협이 되는 대상도 아닌데
그냥 상사에게 오늘은 무묭씨가 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더라 하며 나를 까는 게 하나의 재미이자 가십이자 스포츠라서? 그냥 나를 까면서 우월감을 느끼려고?
다른 남자 사원과 신입사원들의 잘못도 그렇게 보고하진 않는 것 같음
그들에게는 나에게 하는 것처럼 무례하게 말하지도 않는 듯함
이제 막 진급한 그에게 내가 가장 만만하게 상사로서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대상이라서? 그걸 느끼려고? (신입들은 너무 신입이라 나한테 하는 것처럼 쥐잡듯 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 사원은 남자라서 남자끼리의 유대 뭐 이런 것 같음 아마도. 그리고 남성 세계에서 심리적 서열이 그 사원보다 아래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함)
가장 근본적으로 결국 나는 왜 나를 도대체 마치 적을 대하듯
하나하나 다 잘못을 지적하려고 하고 이젠 절대 도와주려고 하지도 않고
본인이 좀 겸사겸사 가볍게 도와줄 수 있는 일조차도 절대 안 도와준다 마음 먹고 어디 언제 하나 보자 이런 식이고 도대체 언제 할 거냐고 계속 묻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날 도와주려는 것도 막으면서 어디 언제 하나 보자, 냅둬 무묭씨가 하게 이럼
도대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임 무슨 원수 진 것처럼
왜 이렇게 날 못마땅하고 괘씸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걸까 내가 뭘 했다고 난 그에게 나쁘게 대한 것 하나 없고 늘 잘 한 것밖에 없는데
생각해보면 늘 날 '친해질 가치도 없는 대상' 으로 생각했던 것 같음 그걸 나 혼자 농담하면서 지낸다고 친하다고 생각했던 거지
친할 가치도 없어서 늘 중요한 얘기는 다른 동료들이랑 나누고 다른 동료들만 '인간 취급' 했던 거지
나는 왜 저 동료도 나를 친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했던 걸까
생각해보니 정말 별 것 아닌 가벼운 농담 말고는 나한테 자기 얘기를 먼저 한 적도 내 얘기를 물어본 적도
한 번도 인간적으로 다가온 적도 존중했던 적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