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고혈압에 폐렴까지 온 노견 살려보겠다고
하루종일 산소방 안에 가뒀어.
자발적으로 물은 먹는데 밥은 먹질 않아서
2주만에 500g 넘게 빠지길래
유동식 강급하고 호흡이 너무 가쁘길래
산소마스크를 뗐더니 혀가 아예 새하얘지더라.
24시간 동물병원이 고작 차로 10분거리였는데
산소마스크를 떼는 순간 넘어갈 것같아서
갈까말까 30분이나 고민하고 자빠졌다가
조금 잠잠해질때 산소캔 씌워서 병원을 갔어.
병원에서 입원시킬때 cpr 여부를 묻더라.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안했어.
정맥으로 이뇨제놓으니 호흡수 안정되길래
집에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병원에서 전화와서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무지개다리를 건넜네.
하루종일 산소방에 가둬서 스트레스 받은걸까.
물은 마셨던 걸 보면 몸이 괜찮았는데
내가 강급해서 오연성 폐렴이 왔던걸까.
폐수종이 왔는데 30분 고민하다 골든타임을 놓친걸까.
cpr 동의했으면 살았을까.
어떤 경우의 수를 따져봐도 내 선택이 잘못됐어.
욕먹으려고 쓴 글 맞아.
15년간 밥먹듯이 병원 들락날락거려도
결국 오뚜기처럼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못돌아왔어.
내가 내 강아지를 죽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