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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식이장애로 고생했던 후기(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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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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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게글보고 문득 생각나서 두서없지만 적어봄


난 중학교 2학년때부터 식이장애가 시작됐고, 거의 15년 넘게 거식-폭식(구토를 동반한)을 반복하면서 살았어
보통 폭식증하면 거식과 폭식은 다른게 아닌가 하는 오해들을 많이 하는데 보통 식이장애가 있으면 두 증상이 동시에 있는 경우가 많음

그리고 대부분 우울증을 동반해
구토같은 제거행위가 없으면 그냥 폭식장애라고 하지만 나 같은경우엔 제거행위가 있는 신경성폭식증이랑 거식을 반복했어
핫게에서 바디워시 먹은걸로 경악하던데 바디워시는 아니지만 비슷한 거(굳이 말하진 않을게)먹을정도로 심했어ㅎㅎ......지금 생각하면 미쳤나? 싶은데 그땐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랬던거같음

30kg로 살다가 1년사이에 20kg가 도로 불었던 적도있고, 그냥 몸무게도 엄청 고무줄로 살았음

우울증도 엄청 심해서 자살시도도 3번하고 가출도 여러번..

 

식이장애 전문병원을 다니면서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식이장애는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자신의 몸에 대한 왜곡,극단적인 다이어트나 폭식,구토 같은걸로 나타나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튀게되는 심리적 요인이 사람마다 다르지만 분명히 있다는거야

우선 그런 표면적인 이상행동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본인의 불안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나가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야 재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음

 

나같은 경우엔 물론 시작은 다이어트였지만, 엄마랑의 불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아
우리 엄마가 좀 심한 통제광인데다 늘 나보다 자기 체면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어서ㅎㅎ...

어릴 땐 날 쥐잡듯 잡는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살았고, 공부도 전교1등 놓치지 않았고, 다이어트도 엄마가 시켜서 했어 
맨날 나만보면 살쪄서 부끄럽다 어디가서 남들이 널 보면 엄마를 뭐라고 생각하겠냐면서 엄청 구박했거든
그래서 시작한 다이어트였는데 살이 빠지니까 맨날 무섭게 혼만 내던 엄마가 칭찬해줘서 너무 좋았어 근데 그 뒤로부터 멈출 수 없어서 폭주기관차가 됨;

칼로리 하루에 몇번씩이나 계산해서 먹고 운동 하루에 막 5~6시간씩하고 결국 몸무게가 30까지 빠졌는데도 먹는게 무서워서 씹고뱉기 반복하다가 폭토로 넘어갔어

 

내가 문제행동을 일으키기 시작하니까 당연히 엄마는 또 내가 부끄럽다 밖에 돌아다니는것도 누가 볼까봐 부끄러우니까 집에 처박혀있어라 어디 나가지도말아라 하면서 날 또 쥐잡듯 잡음...

다행히 중간에 아빠가 설득해서 폐쇄병동도 들어가봤고, 식이장애 전문병원도 다닐 수 있었지만 어느 병원에서도 꾸준히 권유했던 가족치료는 엄마 자존심에 차마 용납이 안됐었나봐
엄마보다 어린 것들한테 설교듣기 싫다면서 너한테만 문제가 있는거니까 정신병자인 너만 치료받으러 가라고 떠밀었음

집에서 내 얼굴만 보면 폭언하고 갑자기 화나면 내 방에 들어와서 정신병자년아 하고 분풀릴때까지 욕하고

 

이러니까 당연히 치료는 되지않았고ㅋㅋㅋㅋ

아주 나중에는 이게 좀 비뚤어진 맘이긴 한데 내가 유일하게 엄마한테 타격을 줄 수 있는게 내 이상행동이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그래서 엄마가 나한테 폭언을 쏟는 날에는 나도 보란듯이 미친듯이 먹고 토했음 그리고 집안 또 개판나고....

나중에 들었는데 유일하게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자기 몸에다 자해행위(폭식)를 해서 자기 존재를 알리려는 심리도 있다고 하드라

 

결국 이 행동이 언제 나아졌냐면, 첫 직장에 취직하고 독립한 다음부터였어ㅋㅋㅋㅋ
경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독립하고 나니까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져서 그런가 어느날부터 갑자기 미친듯이 먹고 토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지않기 시작했어
우울증도 백퍼 나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 좋아져서 적어도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않기 시작했어

물론 지금도 난 살찌는 게 너무 싫고,가끔 과식하면 토할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파도처럼 우울감이 몰려올 때가 있지만

적어도 스스로의 상태가 컨트롤이 가능할 정도로 나아졌다는 점에서 너무너무 감사해

엄마는 뭐ㅎㅎ 아직도 그 때 일은 너가 의지박약이라서 그랬다 이런 스탠스긴 한데 적어도 그 암흑기를 거치면서 자식이 내 맘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란건 알았나봐 얼마전에 그러더라고 엄마는 자식이 내 껀줄 알았고 채찍질하면서 키우면 잘 클거라고 생각했는데 너 그러는걸 보고나니까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고

지금은 그나마 많이 유해지셨어 나도 머리가 많이 크기도 했고ㅋㅋㅋ
가장 예뻤을 시기를 그렇게 보내버린게 가장 아쉽긴 한데 나는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딴얘긴데 요새는 잘 모르겠지만 나 다닐땐 일반 신경정신과에서는 식이장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몇번 병원을 바꾸다가 식이장애 전문병원으로 가게됐거든 그때 식사지도 받은거나 접근법이 많이 도움이 됐어

병동에서도 핫게 글 사람은 간식을 아예 못먹게 했다던데 나는 간식도 일부러 오전 오후 꼭 먹게 했거든

식이장애니까 간식을 먹으면 안되지~! 하는 댓이 몇몇 있었는데 걍 병원이나 증세마다 다른 게 아닐까싶어 그럼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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