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가 요리를 하는데
잘 못함.
이혼 직전이었던 아내가 암 말기라서 아내 보살피기 위해 다시 집에 돌아와 사는 걸로 시작하는데,
하는 음식들이 전부 아내를 위한 거임.
환자를 위해 무염식인데도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연구하고,
아내의 추억을 위해 안 먹어본 음식 레시피 찾아서 열심히 만들고,
아내가 음식 넘기는 거 힘들어 하니까 주스도 열심히 만듦.
일본식 음식 드라마 중에 한국에서 제일 잘 된 것 중 하나가 <심야식당>이잖아?
그게 한국에서 무지성으로 리메이크 됐을 땐 아무래도 좀 어색하고 코스프레 같았는데
이 드라마는 원작 자체가 한국사람이 쓴 책이라 그런지
에피소드나 감정선이나 캐릭터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엄청 좋았음.
교훈을 주기 위해 억지 싸움, 억지 눈물 이런 거 없고
엄청 잔잔한데 계속 긴장감이 살아 있음...
한석규가 겉으론 되게 다정해보여도 구속받는 거 싫어하고 까칠할 땐 확 까칠한 번역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로 나오고,
김서형이 '책 만드는 일'에 진심인 작은 출판사 사장으로 나오는데
설정 자체가 엄청 쪼들리지 않는 중산층 + 배려 화법이 몸에 배인 지식인이어서
보는 내내 담담한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야.
올해 들어서 졸라 센 드라마 위주로 봤는데, 이렇게 스트레스 없이 한 번에 쭉 본 드라마는 오랜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