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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근무 및 면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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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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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무원이 된 계기

  나는 지방대 나와서 별 볼일 없는 학점과 스펙을 가진 사람이였음. 하고싶은 것도 없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인생에 열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였어

어쨌든 졸업은 했고 취직은 해야하니 안정적이게 할 수 있다는 공무원을 택했어. 잠깐 공공기관에서 종이 기록물을 전자 기록물로 보존하는 알바를 한 적 있는데 공무원을 하면 먹고 살 걱정은 안해도 되겠구나 싶었던 게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

 

2. 합격

  따로 학원은 안다녔고 책으로 공부하다가 부족한 부분은 인강 들었어. 주말은 무조건 쉬었고 평일에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휴일이건 명절이건 독서실에 가서 내 공부량을 지켰음 정말 하루도 안빠졌음. 인터넷에 공부 팁이 많긴 한데 내가 지킨 건 공부하다 보면 잘되는 날이 있고, 안되는 날이 있어. 근데 잘되는 날에도 오바하지 않고 딱 내가 정해놓은 양만 했고 반대로 하기 싫은 날에도 꾸역꾸역 대충하더라도 반드시 양은 채움. 그렇게 1년 6개월 정도의 수험 기간을 거치고 나는 국가직 7급에 합격함. 나도 신기하긴 한데 관운이라는 게 있는지 찍은게 다 맞음

 

3. 국가직 공무원으로서 근무

처음에는 지방에 있는 본부에서 근무했고 그 당시에는 멘티 멘토 제도라는게 있었는데 참... 거지 같았음. 보고서도 제출해야 했고. 매우 꼰대였던 내 멘토의 잔소리를 시도 떄도 없이 들어야 했음. 심지어 주말 아침에 전화해 갑자기 나오라고 해서 등산을 간 적도 몇번 있어.

업무는 우리가 제일 상위 기관이라서 직접적인 민원을 들을 일은 별로 없었고(콜센터도 따로 존재) 지자체라던지 밑에 센터의 담당자들과 통화할 일이 많았어.

이 떄 업무 익히느라 진짜 스트레스 많이 받은 듯.

그리고 대망의 첫회식 날. 나는 잔돌리기 문화를 그 곳에서 처음 접했어. 잔 하나로 술 돌려먹고 다 돌아가면서 건배사 하는데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새벽에 집에 오면서 현타 엄청 옴

이 곳에서 6개월 근무 후 나는 본가와 아주 먼 지방 센터로 발령 받아.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관사에 들어가 살겠다고 했는데 그곳에서 또 다른 빌런인 우리 엄마 뻘 팀장을 만나게 됨.... 그리고 나의 식모살이 시작 되었다. ㅎㅎ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다 내 몫!

업무는... 걍 없었음. 시골이라 그런가 본청에 있을때는 쏟아지던 메일이 거기에서는 하루에 한개도 안 옴... 걍 의자에 앉아 있다가 퇴근 그렇게 이게 식모의 삶인지 공무원의 삶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 쯤. 나는 또 지방청(광역단위)로 발령 받아 떠나게 돼

내가 근무하던 곳은 직원들이 특사경 권한도 함께 가지고 있어서 법을 위반한 사람들을 불러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음(경찰처럼) 그러니까 민원 강도도 심할 뿐더러, 나도 중압감이 장난 아니였음. 이 때 진짜 지독한 업체와 엮이면서 6개월을 시달려... 연고 없는 타지에 있으면서 업무자체도 안 맞다보니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진짜 기적적으로 교류에 성공함(물론 강임 동의했고)

 * 여기도 기관장 모시기가 있었고 처음 갔을 때 네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뭔 줄 아냐? 기관장을 모시고 갈 맛집을 찾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들음

 

4. 지방직 공무원으로서 근무

  첫날 이게 무슨일이야 내가 본가에서 출퇴근 하다니! 이런 심정으로 출근 함. 처음 맡은 업무도 나랑 너무 잘 맞았어. 홍보 관련 일이 었는데, 이 떄는 열정도 있어서 공모사업도 따오고 성과도 좋았음. 게다가 민원이 있는 업무도 아니였고, 국가직보다는 훨씬 프리한 분위기에(국가직 떄는 야근하면 부서장 평가에 마이너스라 불끄고 야근함) 근데 여긴 일 없어도 돈 벌려고 초과하더라고. 출장비도 국가직 떄는 두달 뒤에 받고 나중에는 예산이 모자라서 받지도 못했는데, 여기서는 출장비도 바로바로 받았어. 한참 열일 하는데 여기도 역시나 급 인사이동을 당해 단체를... 담당하게 됨(불행의 시작) 단체는 정말....절레절레야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제일 충격적이었던건 도우미 태우고 관광버스 타고 선진지 견학을 가장한 유흥여행을 떠났던 것.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ㅋㅋㅋ 거기다 같은 과에 장례식이 있으면 직원들이 다 나가서 도와준다거나 굉장히 구시대적인 문화가 남아 있었음. 그 때 생각했지 아 여기도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그리고 나서 회계과로 한번 더 인사이동을 거치고 면직을 하게 됨.

 

5. 공무원의 장점

  - 최고의 장점은 육아휴직, 질병휴직도 진단서만 있으면 꽤 수월하게 쓸 수 있음

  - 부모님이 좋아함

 

6. 단점

  - 일을 열심히 하기 힘든 구조

    -> 내가 면직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인데, 지방직에 있을 때는 내가 시범사업도 몇개 하고 그랬거든. 근데 자료 제출해야할게 저어어엉말 많음 뭐만 하면 여기저기서 자료요청이 들어와 사업비가 크단 이유로 집중 감사대상이기도 하고. 공사관련해서는 삐끗 잘못하면 정말 건물을 무너뜨리고 다시 지어야 하는 일도 생김. 건축법 뿐만 아니라 환경법과 별의 별 법을 다 알아야 하고. 이걸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으면 좋은데, 나 혼자서 다 알아봐야 하고 물론 책임도 나 혼자... 그러니 사람이 일을 안하게 됨. 그냥 있는 것만 하고 싶고. 게다가 지방의원들은 정말 적폐 그 자체. 뜬금없는 과장님들의 이권에 따른 잦은 인사이동도 직원들의 사기 저하에 한 몫 한다고 생각해

  - 일을 하는 사람만 함

  - 장점 외 나머지

 

7. 기타

  - 내가 생각할 때 내 어떤지점이 제일 공무원과 맞지 않았나 생각해보면 사회생활을 해보니까 나는 내 성과 내 일이 중요한 사람이더라고, 그전에는 어디서 일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난 그냥 내가 노의욕 안정추구형 인간인줄 알았거든 그래서 홍보일 할때는 그나마 잘 맞았던거 였고. 나는 열심히 하고 싶고 잘하고 싶은데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렇게 하면 튀는 사람이 되고 힘들어지니까 그 지점에서 많이 충돌 했던 것 같아.

 

8. 현재

  - 지금 나는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어. 퇴사하고 내일배움카드로 몇달 배웠고 잘 맞겠다 싶어서 학원도 더 다니고, 회사도 다니고 개인적으로 외주 작업을 하기도 하고. 회사는 그냥 중소기업이라 사람들이 말해도 잘 모르지만 수입도 점점 늘어가고 무엇보다 일하는게 재밌어! 새벽까지 그림 그려도 지겹지가 않아. 이런게 살아간다는 거구나 생각해. 공무원 할 떄는 이런 삶을 60살까지 살아야 한다고...? 이런게 인생이라고?? 이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았거든.

 

9. 끝으로.

  나는 사람마다 각자에게 맞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면직할 때도 고민 없이 했어. 주변에서는 당연히 뜯어 말림. 휴직하고 생각해라. 근데 또 그렇게 버릴 시간들이 아깝더라고. 어차피 그만둘거 하루빨리 그만두고 내 길 찾는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만두고 후회했는지 궁금할텐데 솔직히 나도 그럴 줄 알았거든? 근데 놀랍게도. 전혀 후회가 되지 않아.

 

보통 공시 준비하면 1년 넘게 준비하는데 자신이 공무원에 맞는지 신중하게 고민해보고 진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나는 진짜 오 공무원 괜찮겠네 이 생각만으로 집입했던거라 그 때로 돌아간다면 공시 안하고 사기업 갈거야. 열심히 준비해서 들어왔는데 그만두면 아깝잖아ㅠㅠ 그냥 단순히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할래! 이것보다 나 자신이 사기업 공기업 둘 중 어디가 맞는가 한번 생각해보고 공시 진입하는 걸 추천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 중에 하나야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모두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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