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일본에 있는 일덬임.
요즘 경남에서 지진이 자주 나길레 떠오른 311때 후기 좀 써 볼까 함
도쿄에서 조금 올라가면 있는 어드 동네...
나덬이 일하던 곳은 그 동네 7층 건물에 4층에 위치하고 있었음.
점심 먹고 조금 나른할 때 였음.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
2초 정도 지났을 때 이거 보통 지진이 아니구나 하고 느껴짐.
옆에 오키나와에서 온 사원은
"야베, 야베, 고레 혼또 야베!!(쒸발, 쒸발, 이거 존나 쎄)"
하면서 책상 밑으로 숨고
나덬도 일단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갔음.
창 밖으로 보이는 4층 정도 높이 되는 철로된 봉 위에 올려져 있던 간판은 곧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휘청휘청거렸음.
건물 자체에서도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어. 건물 흔들리면서 삐그덕 삐그덕 하는 소리가 나더라.
체감상으로는 1분 정도 흔들렸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음. 일단 흔들림이 안정되고 나니까
우리팀 리더가
"Ctrl + S!!!! 호존!! 호존!! (저장!! 저장!!)"
그의 프로정신에 박수를 보내며 나도 작업물 저장 하고...
지진나기 1달 전 즈음 내가 일하던 건물 대상으로 피난 훈련을 했었는데 그게 어느정도 덕을 봤는지, 아니면 원래 이들에게는 익숙해져 있는건지
다들 간단하게 지갑, 핸드폰 정도 챙기고 비상계단쪽으로 가기 시작하더라.
나도 그들 따라 계단으로 내려갔어.
아, 지진났을 때 엘레베이터는 멈춰.
한국에서 지진났을 때 만약 엘레베이터가 움직이더라도 타면 안돼. 지진 때문에 이상 생겨서 오작동 할 경우도 있고
잘못되면 정전되서 멈추게 되고 그 안에 오랫동안 갇혀 있게 되거나,
그 자체가 바로 큰 관이 됨.
만약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가까운 층을 중심으로 모든 층을 다 눌러놔. 그러고 문이 열리면 탈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벽에는 금이 가 있고 여기저기 천장에서 떨어진 먼지 및 모래같은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더라.
1층까지 내려오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었음. 나도 우리팀원들 있는 곳으로 이동...
"스고깠다네... 고레 5쿄 코에룬쟈네?(굉장했어.. 이거 5강 넘는거 아냐?)"
"소-데스네. 혼또 쯔요깠따네스네.(그러네요. 진짜 쌨어요)"
"곤나 지신 우마레떼 하지메다나(이런 지진 태어나서 처음이야)"
나중에 집에 가서 뉴스를 보니까 진도6약 이었음..(한국식 MMI로 환산하면 진도9 정도임)
나야 물론 진도3 진도4 정도는 종종 겪었었지만 진도6약정도 강한 지진은 처음이라 뭔가 새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머리속이 엉망진창이었음.
밖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다들 전화를 꺼내서 가족들에게 전화로 안부 확인 하더라.
나도 한국에 무사하다고 연락하려는데... ??? 응???
인터넷이 안됨!! 3G가 안터져!!!
핸드폰으로 국제전화 안되게 설정 되어 있었어서 내쪽에서 한국으로 전화도 못거는 상황.
밖에 모여 있는 상황에서 관리책임자가
"에... 이마 카쿠닌 시따 죠호니 요루또...(에, 지금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이러는데 또 지진 발생. 커다란 여진이 시작됨.
7층짜리 빌딩이 흔들리는게 눈 앞에 보이더라. 그 큰 건물이 흔들리는게
그때 무슨 정신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아... 하늘색 순두부 같다...'
라는 생각을 했었음(건물 타일이 하늘색).
몇몇은 땅에 주져 앉기도 하고 대부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음.
여진이 멈추고 난 후
"카쿠닌 시따 조효니 요루또 토호쿠가와데 오오지신가 아리마시타. 키보와 마그니츄도 7.9"
(확안한 정보에 따르면 동북쪽에서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규모는 매그니튜드 7.9)
(나중에는 9.0으로 수정됨)
"미나상와 이마 스구 기타구 시떼 쿠다사이. 시부츠와 소노마마 오이데이떼 카엣떼모 카마이마센"
(여러분은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가 주세요. 짐은 그대로 회사에 놓고 가도 됩니다.)
그 이야기 듣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 한곳에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사람들, 건물에 다시 들어가는 사람들 각양각색.
난 가방이라던지 이런저런거 챙기려고 다시 올라갔어.
불안불안해 하면서 짐 챙기고 무사히 다시 밖으로 나와서 집까지 자전거 타고 귀가.
집에 가는 길에 보니까 기와집들 기왓장 많이 떨어져 있고 금이 간 벽들이라던지 많이 흔들렸다는게 눈으로 보이더라.
집에 와 보니 내가 살던 집은 큰 피해는 없었어.
티팔(프랑스 테팔이 일본에서는 T-fal. Tefal이라는 이름을 쓰는 회사가 이미 있었다고 하는 것 같은데...) 냄비가 떨어져서 조금 찌그러진 정도...
(아직도 쓰고 있다 그 냄비 ㅋㅋ)
그리고 벽에 금이 약간 가 있는 정도...
집에 와서 현관문을 열어 놓고...
아, 지진난 후에는 가급적이면 현관문이라던지 방문 등등 문들은 열어 놔야 해
닫아 놓은 상태로 여진 등이 와서 뒤틀리면 안 열려서 실내에 갇혀버리는 일이 발생함.
문이란 문은 (그래봤자 현관문1개, 방문1개 뿐이었네 ㅋㅋ 레오팔레스였음) 다 열어 놓고 테레비를 켜니
치바쪽 정유공장? 에서는 불이 나 있고
산리꾸쪽 바다에선 검디 검은 바닷물이 밀려 오는게 헬기촬영으로 나오고 있었음...
이때 지진 생각하면, 지진 자체보다 그것에 의한 부수적인게 더 무서웠음.
첫날 바로 쓰나미의 어마무시한 광경을 생중계로 보고,
며칠 후 후쿠시마 원전의 연쇄 폭발과 그로 인한 계획 정전
(나중에 들어보니까 도쿄 23구는 계획정전 안했다고 하더만... 왠 지방차별 ㅠㅠ)
계획정전 때문에 일을 못해서 초저녁에 퇴근하는데
그날 마침 흐렸는데, 방사능의 공포 때문인지 집에까지 가는데 걸어다니는 사람 한명을 보질 못함.
이 세상에 나만 있는 기분... 엄청 두려웠음...
방사능이 가장 무서웠던 것 같아...
그러니까 고리 월성 원자로 쫌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