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엄마가 가라고 한 학과 갔는데 나랑 너무 안 맞아서 꾸역꾸역 다니다가 휴학하고 사정상 고모부네 집에 잠시 얹혀 지냈어
엄마는 내가 거기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살도 안 빼고 방에 처박혀만 있는 거 듣고 또 언니랑 비교하고 니 알아서 나가 살라 그러고... 그날따라 너무 우울해서 혼자 울고 있었는데 그걸 고모부가 우연히 보셨나봐
다음 날 얘기 좀 하자고 거실로 부르시더니
고모부가 하는 말 따라할 때마다 5만원 줄게 하시면서
처음에 5만원 올려두시고는
나는 ㅇㅇㅇ(언니)도 ㅁㅁㅁ(엄마)도 아니고 ㅂㅂㅂ(나)다
이러시는 거야.. 내가 상황파악이 안 돼서 쳐다만 보니까 5만원 받고 싶으면 얼른 따라하라고
얼떨결에 따라했더니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언니나 엄마 인생 아니고 너 인생이니까 너 하고 싶은 게 뭔지 여기서 지내는 동안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엄마 말 듣지 말고 너 뜻대로 하라고... 막 조언을 해주시는 거야
그러고 또 5만원 올려두시면서
나는 내가 돌본다
또 따라하라고 하시면서 내 몸 내 마음 내가 안 챙기면 아무도 안 챙겨주니까 건강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된다고 고모부가 억지로 시킬 수 없으니까 너가 필요한 게 뭔지 잘 생각해보고 스스로를 잘 보살피라고
대신 병원이 필요하면 병원에 같이 가줄 거고 같이 할 벗이 필요하면 고모부도 같이 다이어트를 할 테니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말만 해달라고
그렇게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시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물이 미친듯이 흐르더라 내가 힘든 순간에 날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막 우는데 고모부가 아 나는 요즘 애들은 잔소리 할 때 돈이라도 주고 해야 된대서 그런 건데 나 좀 MZ같지 않았니?ㅋㅋ 이러면서 괜히 분위기 풀어주시고 나 진정될 때까지 토닥토닥 해주셨어
그날 자는데 많은 생각을 했고 그 다음 날부터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일단 무작정 걸었어 난 휴학생이니까 남는 게 시간이라 매일 2시간씩 걷다보니 생각 정리도 좀 되고 살은;; 아주 미미하지만 조금 빠졌더라
무엇보다도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 우울에 잠식당할 것 같을 때는 고모부가 해주신 말씀 혼자 마음 속으로 되새기면서 마음 가라앉히고 아직은 생각만 하긴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몇 개 생각해봤어
오직 고모부의 저 말들 덕분에... 인생에 의욕이 좀 생긴 것 같아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중기라고 썼지만 언젠간 후기도 가지고 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