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나랑 여동생이랑 세식구로 살고 있어.
나는 대학교 초반까지 약대를 지망하다가 안 되면 어떡하지 라는 중압감을 못 이기고 보건 관련 학과로 전과해서 안정적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여동생은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약대 지망했고 최근에 합격했고.
동생이 약대 붙은건 거짓말 하나 안 하고 진심으로 기뻤고 축하해줬어. 노력 많이 한 거 알고, 많이 걱정했던것도 다 봤고. 내가 일찍 겁먹고 포기한 길을 동생이 됐다는 거엔 내 스스로에게 씁쓸하고 아쉬운 건 있었지만 나도 뭐 먹고사는 건 지장없고 그걸로 동생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1도 없음
근데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얘기를 하는 중에 어쩌다가 엄마가 동생한테 너는 그래도 약대가면 박사학위 받고 누가봐도 대단하고 성공한 인생이다, 네가 간 약대 못 간 애들이 어쩔 수 없이 대안책으로 다른 B과 C과 편입해서 들어간 거 아니냐... 하는데. 그 C과가 내가 졸업한 과야.... (엄마 말은 반만 사실임 C과가 꼭 약대의대 포기하는 사람들만 오는 과가 아니니까.)
내가 어떤 상황인지 엄마도 정확하게 알고 있고 나한텐 항상 너 그거 정말 잘한 선택이다, 먹고 사는데 안정적이고 아무 지장 없다, 엄마 주변 사람들한텐 너 자랑 엄청 하고 다닌다 얘기했었으면서...
저렇게 툭 튀어나온 말이 결국엔 엄마의 진심인 것 같아서 너무 슬프다. 사실 중학교 시절까진 내가 공부를 정말 잘했어서 엄마 아빠 기대가 가장 큰 자식이었는데 내가 약대 포기하고 진로 돌린거에 두분이 좀 아쉬워하는게 눈에 보였거든.... 난 그냥 애써 외면하고 내 스스로 위로하면서 지냈던 거 같고...
그냥 주저리 해봤어. 마음이 아파서. 엄마가 너만한 직업도 갖기 힘든데 뭘 그런 걸로 삐지냐고 화내고 큰소리쳐서 더 속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