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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우리 아빠가 건강하게 병원을 나와서 나랑 손잡고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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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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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긴글 주의!)

 

어제 일톡에도 간단히 쓰긴 했는데... 오늘도 힘들어서ㅋㅋㅠㅠ

내 자신한테 나도 힘내라고 쓰는 글이기도 하고, 그냥 답정너지만... 읽는 덬들이 한번씩만 힘내라고 해줬으면 좋겠어서 적어

 

우리 아빠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앓고계셔

꾸준히 호흡기내과 외래 진료 받으면서 관리하고 계시는데 이번에 폐렴이 와서 응급실로 가셨어

2주전부터 식욕부진, 열, 오한 등 이상증세가 있으셔서 병원에 가자고 했는데 동네 병원에서는 피검사는 이상 없고 링겔만 놔줬나봐

내가 폐렴 아니냐고 해도 동네 병원에선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하더라고

 

우리 아빠는 묵묵히 힘든거 다 참고, 아무말 없이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거든

그런 아빠가 지난주에 "ㅇㅇ아 일어났어? 아빠랑 같이 응급실 좀 가자."라고 하시는거야 얼마나 아프셨으면 그랬을까 진짜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왈칵남

응급실에서도 바로 응급 중환자 보는 배드로 배정받고 거기서 산소수치랑 염증수치 계속 보다가 병동으로 올라가셨어

그리고 일반병동 3일째에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에 가셨어

 

아빠가 안가신다고 하시고, 만약 호흡이 이대로 돌아오지 못하면 기도삽관을 해야한다고 했는데 그걸 하기 싫으셨나봐, 근데 병원에서는 그럼 중환자실 갈 의미가 없고 일반병동에서 치료 과정 보는것밖에 의미가 없다. 연명 치료 안하겠다는 동의서를 써야한다고 설명하시더라고

 

일단 나는 급하게 옷껴입고 택시타고 병원으로 향했는데 너무 벙벙하더라고... 맨발에 운동화신고 뛰어서 나중에 보니까 발이 다 까졌더라

(우리엄마는 파킨슨병을 앓고계셔서 움직일 수가 없으셔, 그리고 내가 외동딸이어서 아빠 병원-엄마 집을 왔다갔다 하면서 생활했었고 병원에 일이 있을때는 무조건 내가 이동해)

 

엄마는 기도절개는 절대 반대셨어. 나도 아빠가 너무... 마지막까지 힘들게 가시진 않으셨음 했고, 아빠도 같은 생각이셨을거야

아무튼 아빠는 엄마한테 의견을 구했는데 엄마는 절대 안된다고 했나봐. 그래서 아빠가 안간다고 했대... 그래서 아침부터 힘드셨을텐데 중환자실 못가고있었고 교수 전담 호흡기 간호사 선생님도 와서 설명하고 계시고...

엄마랑 아빠가 정말 안좋은 상황까지 갔을때... 기도삽관은 하되, 기도절개는 하지 말자고 합의보고 아빠에게 설명한뒤 아빠 동의도 구하고 중환자실로 보냈어

(사실 인투베이션은 일단 병원에선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을때 모두 시행하는게 의무이지만 정말 안하고싶은 환자가 있을 수 있으니 꼼꼼하게 동의를 구하는 거라고 설명해주시더라고...)

 

아빠는 중환자실 가기 전까지도 나한테 전화해서 본인 옷에 소변 묻으셨다고 새 속옷 가지고 오라고, 그리고 나 병원에 도착하니까 병동에 새 옷 부탁하시고 내 도움 받아서 갈아입고, 다른 분들 오기전에 나보고 소변통 비워달라고 부탁하시고...

남에게 피해주시는거 워낙 싫어하시고, 깔끔한 분이셔서 본인이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가셨어

 

산소를 고동도로 연결하고 있었기때문에 배드를 중환자실로 옮기면서 산소가 끊기면 안되서 직원용 엘리베이터로 수간호사 선생님까지 나와서 진짜 병원 드라마처럼 급하게 내려보내는 그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그리고 중환자실 동의서랑 설명 들으려고 올라갔는데, 설명해주시러 나오신 선생님이 "보호자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라고 말씀해주시더라... 그제서야 아 내가 많이 불안하구나 느꼈어

설명 다 듣고 병실에 아빠 짐 정리하려고 가는데 이송 도와주신 수간호사 선생님도 날 알아보셨는지 보호자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돌아오실 수 있어요 하면서 손 꼭 잡아주시는거야ㅋㅋㅋㅠㅠ진짜 불안해보였나봐...

 

(여기서 급발진이지만 나는 사실 불안장애랑, 양극성장애2형/adhd를 진단받고 5년째 약을먹고 있거든...

셀털미안 지금 28살인데 5년 전이니까 23살에 내가 그랬으니까... 더 어린 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건데, 그때 아빠는 나보다 더 불안하고 아팠겠지?)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아빠를 봤는데 상태가 거짓말처럼 정말 좋아지셨어

열도 내리고, 산소수치도 정상이고 말도 하시고

아빠도 가슴 통증도 없고 편안하시다고, 이렇게 편안해질 줄 몰랐다고 하시고...

담당 교수님도 회진오셔서 나한테 섬유증도 있으신데 폐렴이 같이와서 염증수치가 높아져서 그런거라고, 괜찮아지실 수 있다고 하셨거든

그리고 매일매일 30분동안 볼 수 있는 면회가면서 지내다가

근데 아빠가 면회때 "집안 어른들중에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시면 그 다음 나이많은게 나인데 이젠 내 차례인가보다"라고 하시는거야? 

그래서 내가 "ㅇㅇ오빠들도 있지만 자식들중엔 내가 제일 어리잖아! 아빠 가면 나는 어떡하라고~" 막 이랬지. 우리아빠가 장남이지만 늦게 결혼하셔서 늦둥이로 날 키우셨거든)

 

그러다 아빠 상태가 괜찮아져서 간호간병통합병동으로 가셨는데

아빠가 거기 가시고는 전화 목소리도 매일매일이 눈에띄게 안좋아지시는거야

식사를 못하신대 밥이 안넘어가신대...

그리고는 중환자실에 가고싶다고 하시는데, 내가 "아빠 거기는 지금 상태보다 더 위중한 분들이 가시는 곳이야, 아빠는 거기서 괜찮아져서 나온거잖아~"

라고 했더니 아빠가 "그럼 어떡해? 아빠 죽어?" 하는데...

그리고 며칠뒤에...가 그제인데 아무튼 그제 진짜 거짓말같이 산소수치가 너무 떨어지고 새벽에 호흡곤란이 왔대

근데 아빠가 중환자실에 안가겠다고해서 새벽에 중환자실을 안갔다는거야

지난주에 일반병동에 있다가 중환자실 안간것도, 지금 병실에서 중환자실에 안간것도 전부 가족들이 한 말을 믿어서 안간건가? 하고 별생각이 다들어서 진짜 미쳐버리겠더라고

 

버티시다 너무 힘드셨나봐 가시긴 가셨는데... 어제 아침 6시에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연명 치료에 동의하냐는 유선상 설명을 주셨어...

상태가 정말 안좋으시고, 위급 상황이 올 수 있고, 엑스레이랑 ct도 찍고있는데 예후가 안좋다고...

엄마한테 상황 전하자마자 둘이 같이 울었어ㅋㅋㅋ... 우리집 오전에만 방문요양선생님이 와서 도와주고 계시는데(엄마 파킨슨병때문에) 진짜 죄송할정도로 집안 분위기가 처참했다...

나는 하루종일 아빠 사진 보면서 내내 울었어 정말로

(그리고 내가 외동딸이니까, 이제 엄마는 거동도 힘드시니까 친척들도 다 나한테 연락하고, 나도 내가 친척들에게 다 전화 돌리고 아빠 상태 설명하는데...

이것도 몇 통째 하니까 정신 나갈 것 같더라고)

 

우리 아빠 제일 착하고, 제일 열심히 살았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우리 아빠 조금만이라도 더 곁에 있게해달라고

내 생일이 6월인데, 할아버지/할머니(는 내 생일에 돌아가셨어)가 전부 6월에 가셨거든

아빠까지 데려가지 말라고...

중환자실에서 받아온 아빠 금반지 계속 끼고있었는데 그거 보면서도 계속 울고 울면서도 빌고

 

세상에 힘든 사람들 많지만... 내 인생에서는 우리 아빠 젊었을적부터 일만하다가, 정년퇴직하셨는데 엄마가 뇌졸증으로 파킨슨병 얻으셔서 집안 살림 도맡으시면서... 그래도 쉴만 하니까 병 얻어서 지금 중환자실에 있다는게 너무 원망스러웠어...

내가 제1보호자로 전화 기다리면서 연명 치료 설명듣고 병원 대기하고 있는게 너무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중환자실로 가셨고...

오늘 중환자실 면회갔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버티셔서 말씀도 하시고, 기도삽관도 일단 안하셨더라... 중환자실 옮기고 일단 상태가 안정되셨대

(간호사선생님이 산소는 고농도로 쓰고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해주시고, 위급상황시에 기도삽관 할거라고 주의 한번 더 주시긴 하셨어)

내가 우리집 강아지랑 고양이 사진도 보여주고, "아빠 호두가 밥먹을 때 빼고 아빠 방 구석에서 안나와, 그러고는 쓰다듬어줘도 아빠 방문턱에 앉아서 안움직여. 아빠 기다리나봐" 이런 얘기 막 전해줬는데 아빠가 사진으로 강아지 쓰다듬고 그러시더라고(이때 진짜 울뻔)

그러면서 나가면 공기청정기 사놓을거라고ㅋㅋㅠ 아빠 운동도 하고, 천천히 등산도 할거고

안그래도 너랑 애들 생각나면서 '아 애들 똥치워줘야하는데'같은 생각 했다고...ㅋㅋㅋ 아빠 말 듣는데 너무 행복해서 진짜 앞구르기라도 하고싶었어 진짜 행복했어

 

(고모랑 작은아빠도 면회 오셨는데(2인만 되고 교대로 들어갈 수 있어서 작은아빠랑 내가 들어갔어, 고모는 전 중환자실에서 아빠 뵌적이 있었거든)

고모랑 작은아빠도 나랑 똑같은 얘기 계속 하시더라

형/큰오빠가 진짜 고생만하다가 이제 쉬나보다 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어머니/아버지(내 할머니/할아버지 두분 92/94세로 집에서 편안하게 가셨어) 돌아가셨을 때 보다 더 놀라고 하루종일 손에 일이 안잡히셨다고, 누가 말걸면 그냥 눈물이 나오실 것 같으셨대ㅜ)

 

그리고 친척들이랑 밥먹고(이틀만에 첫끼였다...) 내가 계산하고왔는데 기어코 영수증 뺐더니 돈 쥐어주셨어

"ㅇㅇ이(나) 병원이랑 집 왔다갔다하는거 안쓰럽고 기특해서 밥이라도 사줄려고 온건데 어떻게 얻어먹냐"ㅋㅋㅋ

내가 이건 아빠 복권사라고 드리겠다고 했어ㅋㅋ 아빠 취미시거든

 

하 그치만 지금 불안증 도질때마다 약 먹고, 아빠 사진보고, 반지 한번 보고, 울리지 않는 전화기 한번 보고 그래

그리고 "내가 괜찮으면 다 괜찮아 그러니까 다 괜찮다" 라고 계속 반복해서 생각함

아직까지 병원에서 전화 안왔으니까 지금도 잘 버티고 계신거겠지? 밤-새벽에 주로 열이랑 호흡곤란이 오시는데...

혹시 내가 전화 못받을까봐 밤마다 잠이 안와서 휴대폰도 꼬박꼬박 충전하고 가슴에 올려놓고자(그래봤자 잠버릇심해서 떨어지지만... 그래도 엄마는 잠귀 밝으셔서 엄마가 날 깨움)

 

엄마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중환자실가시고, 이번엔 아빠인데

너무 지친다고 쓰려고 했다가

아니야 그래도 내가 힘내야 모두가 힘내지

아빠한테 오늘 그랬어

"아빠 내가 몇년 전에 정말 힘들었잖아, 그때 안죽길 잘했다는 생각을 어제 했어. 내가 지금 있어서,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거잖아. 그치?"

그랬더니 무뚝뚝한 우리 아빠가 픽 웃으면서 그래 잘 살아야지 라고 했단말이야

 

그니까 열심히 버텨서 꼭 퇴원해서 집에 온 후기 쓰러올게!

혹시라도 다 읽은 덬들, 긴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적으면서 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됐다ㅋㅋㅠ

다들 좋은 밤 보내고, 항상 건강한 하루, 건강한 삶 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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