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제목 그대로 다 던져놓고 땅굴 크게 파고 들어가기 직전이라는걸 집 들어오는 길에 깨달았어
그렇게 길게 살진 않았지만.. 27년 살면서 몇 번 땅굴 크게 파고 들어간 적이 있는데
땅굴 파면서도 땅굴 파는 내 자신이 싫었어서 이번엔 땅굴 파기 전에 막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
만나서 놀 친구들은 있는데 내 속얘기 털어놓을 친구도 없어
근데 이젠 친구들 만나는 것도 지치고
작년엔 부지런하게 나가던 의미없는 모임 나가는 것도 지쳐
모임은 나가면 에너지 소모만 하고 일회성에서 그쳐버리니까 더 덧없다는 걸 얼마전에 깨달았어
그러다보니 집에선 잡생각만 많아져
생각 안나게 하려면 막 부지런히 움직이래
그래서 운동도 주 5일 이상 나가
취미생활도 가져보래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 많이 해봤어
책도 읽어보고 베이킹도 해보고 전시회도 다녀와보고 영화 미친듯이 보러 다니기도 하고
직무 공부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다 해봤는데
그냥 그 뿐이야 흥미도 안생기고 오히려 안움직이면 안돼 하는 강박만 생기고..
생각 없애려고 시작한 운동도 즐겨서 하는 게 아닌 모양이 됐어
회사 다니면서 약간의 우울증도 겪으면서 일부러 사람들 만나러 다녔더니 6~7키로 찐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운동마저 안하면 이 마지노선도 뚫리고 더 찔까봐 강박 아닌 강박이 생겨서 미친듯이 운동해
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난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아..
자기한테 근사한 식사 대접하면 좀 나아질거래서
한동안은 집에서 나한테 요리를 해줬다?
근데 그것도 소용 없었어
그거 다 치우는 것도 내 몫이고 집구석은 좁아서 요리 한 번 했다 하면 온 집안이 난리나있고
냉장고에는 다 못먹은 재료들이 썩고..
취업해서 서울 올라온 것도 기쁘지 않았어
다들 가족들이랑 살거나 주변에 상경해서 사는 친구들이 많던데
나는 진짜 혼자 올라와서 어딘가 붕 떠있는 기분이었거든
본가도 나와 산지 10년 다 되어가서 안정적인 기분도 안들고
자취방도 내 집이라는 느낌이 안들고
챗바퀴 굴러가듯 살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누구고, 어디가 내 집이지? 라는 생각만 들어
그래서 더 회사동기들, 모임 사람들한테 처음에는 정을 많이 줬던 거 같은데
나는 친하다 생각했는데 전혀 안친했나봐
나한테도 일회성인 사람들, 그 사람들한테도 일회성인 나
라는 걸 느끼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다시 벽을 치더라
어차피 퇴사하면, 모임 나가면 안볼 사람들이겠구나 라는 걸 인지하니까
갑자기 무력해졌어
위에서 살 쪘다 했잖아
살찐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다이어트를 했더니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
또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아
위에서 한 말 중에 또 다른 말 있잖아
친구들 만난다는 거 지친다구
진짜 지쳐
내가 나를 너무 몰아낸건지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까
친구들 만나서 얘기해도 다 자기들 자랑같고 나는 한없이 못난 사람 같아
내 얘기는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더 내얘기는 안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대해
물론 내가 오해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굳이 풀어갈 힘조차 없어 이제
그래서 다 내려놓고 생각 안하기를 주제로 떠나볼까 싶었는데
어디로 떠나야하지 부터 시작해서 생각하니까 또 스트레스 받아
계획 없이 떠돌아다니는 거에 너무 큰 스트레스가 있어
그래서 찾아보면 거기에 또 스트레스를 받고 감흥도 없어져..
이걸 그냥 계속 묻어두고 있었는데
오늘 퇴근길에 중간에 내려서 계속 걸었거든
아무리 걸어도걸어도 누가 뒤에서 끌어당기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나가질 못하는 기분이 들더라
갑자기 숨막히면서 다 내려놓고 싶더라고
갑자기 한순간에 모임도 나가고 sns도 다 끊고
카톡은 회사가 있으니 삭제는 못하지만 회사동료들, 회사단톡 빼고 그 외 가족들,지인들 개인톡, 단톡은 다 숨겨놓거나 지워버릴지도 모르겠다
운동도 다 그만두고.. 그냥 다 내려놓을까.. 다 답답하고 숨막히고 싫다..
하고 있을, 그러다 진짜 그래버릴 내가 눈에 보이는거야
이게 옛날엔 땅굴파면 눈물부터 났는데
지금은 눈물도 안날 거 같더라
근데 또 막상 땅굴 파고 들어갈 나를 생각하니까
땅굴 파면서 또 힘들어하고 스트레스 받아하고 땅굴 나왔을 때 또 덮치는 무력감이나 외로움이 더 힘들걸 알아서
놓지말자 놓지말자 하고 붙들고 있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뭔갈 하려는 거 자체가 강박인가 싶어서
그냥 내 존재 자체가 강박인가 싶어서
마음의 여유를 갖는게 뭔가 모르겠어서
정처없이 글 써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