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마구 더워지는 와중에 올해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어
시간 왜 이렇게 빠른지 실감도 잘 안 남
나는 집에서 밥을 잘 안 먹어서
밖에 다닐 때 잘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요즘은 새로운 곳 가보는 것도 좋지만
좋았던 곳 또 가는 재미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추리다 보니 재방문 한 곳들도 꽤 많은데
어쨌든 2분기 때 다녀온 곳 중 몇 군데 추천할게
1. 망원동 고도 (+칼라스 커피)
고도가 1번인 이유는
올해 7월 22일까지만 영업하기 때문에 ㅜㅜ
정말 좋아하는 곳이었는데 넘 아쉬워
여긴 아침 일찍부터 여는 브런치 집인데
계절 야채와 다양한 수제 소스들을 잘 조합해서
모든 메뉴가 늘 맛있는 곳이야
메인부터 디저트까지 비주얼, 맛 하나 빠지지 않음
영업 종료 소식 듣고 얼마 전 다녀왔는데
이 메뉴 그대로 7월까지 갈진 모르겠어
토마토와 가지 타르틴은
빵 위에 신선한 토마토 소스를 올리고
구운 가지와 치즈, 허브를 곁들였어
햇감자 플레이트는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게 잘 구운 햇감자가
여러 곁들임 재료와 함께 3가지 소스와 함께 나오고
살짝 바삭한 정도로 얆게 구운 메밀 갈레뜨는
반숙 유정란과 햄을 감싸고 있고
솔솔 뿌린 에멘탈 치즈와 계절 샐러드가 잘 어울렸어
디저트는 완두콩 조림 선데 - 완두콩은 진리지..!
둘이 하나 시켰는데 센스 있게 반반 나눠주셔서
기분 좋게 입가심 했어
원래도 이른 시간부터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이번엔 평일 오전 10시 전에 갔는데도 대기가 여러 팀 있었어
여러 번 갔지만 바로 앉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듯
평일이든 주말이든 너무 늦게 가면 재료 소진으로 마감되니까
간다면 아예 일찍 가서 이름 올려놓고 주변에서 시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매장과 테이블이 작아서 1~2인만 가능)
그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하냐, 하면 성향 차겠지만
난 너무 좋아했던 곳이기도 하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 맛을 듬뿍 살린 브런치 좋아한다면 추천!
곁들임 추천으로
큰 길 건너편 연남동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칼라스 커피도 맛있어
여기는 홈카페 원두 먼저 사서 먹어봤는데
추출도 편하게 잘 되고 꽤나 맛있어서
고도 간 김에 매장 들러봤어
시그니처 메뉴인 성산 라떼도 향긋하게 맛있었고
티를 같이 블렌딩 해서 드립으로 내린 블루밍 커피도 부드러웠어
2. 홍대 미로식당
한식 주점으로 오랫동안 유명한 곳이야
다양한 종류의 안주류를 파는데
정갈하면서 조리도 완벽하고
같이 나오는 반찬도 구성이 아주 잘 되어있어
손 맛이 좋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것 같아
당일 전에 선주문 해야 하는 가브리살 수육
좋은 건 크게
여기 또 정식 메뉴가 아닌 떡볶이가 엄청 유명해서
밀키트로도 팔고 있다고 들었어 (난 먹어보진 않음)
떡볶이는 주문은 안되고 서비스로 내주는데
소스가 입에 찰싹 붙는다고 해야 되나? 쫀쫀하고 진짜 맛있었어
항상 주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난 2주 전에 전화로 예약했어
전통 소주 포함해서 여러 종류의 술이 있는데
주류 필수는 아니야 하지만 술하고 워낙 잘 어울려서
즐겁게 맛있는 술자리 좋아하면 꼭 가볼만 해
난 팀원들하고 회식으로 가고 싶은데
홍대 뒤 언덕배기 와우산 공원 바로 앞이라
단체로 이동하기는 좀 어려운 위치라 아쉬움 ㅜㅜ
3. 연희동 다정한 마음
동네는 연희동이지만
홍제천 근처 홍은동 쪽에 가까운 곳에 있는 분식집이야
여러 종류의 김밥, 쫄면, 덮밥 류를 파는데
신선한 재료를 듬뿍 쓰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
기분 좋게 먹었어
언뜻 평범해보이는 김밥이지만
하나만 먹어봐도 재료 하나 하나 신경썼다는 거 알 수 있고
아삭하고 푸릇한 야채가 가득 든 쫄면도 상큼 그 자체
홍제천 근처 나들이 갈 일 있으면
테이크 아웃 해서 먹어도 좋을 듯!
4. 남가좌동 헷키 (+가타쯔무리, 선휴 커피)
오랜만에 새롭게 찾은 디저트 케이크 맛집이야
명지대 근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어
4월에 반신반의 하면서 들렀다가
한 입 먹고 눈 번쩍 뜨였던 포레누아
금귤 바닐라 빅토리아 케이크
얼마 전에는 짧은 시즌을 맞은 초당 옥수수 무스 케이크
메인 소재를 잘 살리면서도 과하지 않고
아주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즌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곳이야
케이크만 먹으러 가기 아쉬우면
우동 맛집 가타쯔무리 묶어서 가면 좋아
일본인 셰프가 운영하는 곳인데
하얗고 통통한 면발이 부들부들 찰기 있어
면과 육수는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맛만 내는 대신
서브 메뉴인 반숙란과 유부조림은 달고 짭쪼름한 맛이 진해서
둘 중 하나는 추가해서 먹으면 서로 보완이 돼
피크 타임에 가면 사람 많고 줄도 길어
브레이크 타임 근처에 시간 여유 좀 두고 가니까
금방 들어갈 수 있었어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인 선휴 커피도 근처야
초록 인테리어에 눈도 마음도 편한 카페인데
여기 드립 커피 진짜 맛있어 원두 종류도 다양하고
약과와 과일조림도 커피랑 같이 먹기 딱 좋고
공간이 꽤 넓고 좌석 수도 충분해
손님은 적지 않고 단골도 꾸준히 들어오는데
다들 조용히 책 읽거나 일하는 분위기여서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야
5. 북촌 기사
북촌 골목에 있는 일식 주점인데
나는 점심 먹으러 다녀왔어
점심 메뉴는 두 개였나..?
태블릿 메뉴판으로 보여주는데 몇 개 안 됐어
이 날은 명란 오차즈케 먹었는데
상차림 만큼이나 깔끔한 맛이었어
간이 약하고 슴슴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한 상ㅇㅇ
아기자기한 소품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바 형태로 둘러앉는 자리가 있고
안쪽으로는 저 멀리 보이는 것처럼
혼밥 or 혼술 자리가 따로 있더라구
스피커로 클래식 들으면서 조용하게 밥 먹으니 좋더라ㅎ
점심에는 한산했는데
저녁에는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 많을 것 같아
술 많이 먹게 되는 분위기일 것 같더라구
지도에는 안 올라와있고
인스타에서 서로 팔로우 해야 운영 시간 볼 수 있어
별로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곳이었어
6. 충정로 램미커피
5월 첫 날 가보고 넘 좋아서
마지막 날 또 갔던 카페야
한국-이태리 커플 사장님이 하는 곳인데
이태리식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정말 정말 맛있어
처음 갔던 날 마신 이태리식 카푸치노
첫 잔이 너무 맛있어서
아이스로 마셔도 향긋한 원두 추천 받아
두 번째로 드립 커피 주문해서 마셨는데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후미에 올라오는 향이 넘 좋았어
첫 날 더 마셔보고 싶은 메뉴가 있었는데
카페인 과다 + 배부름 콤보로 아쉽게 그냥 나왔거든
두 번째 갔을 때는 궁금했던 에콰도르 카카오 밀크 먼저..!
진하고 쌉쌀하면서도 많이 달지 않은 맛
자칫 투 머치일 수도 있는 게이샤 원두로 내린 에쏘도
사장님이 수줍게 자랑하신 대로 쥬시하게 잘 넘어갔어
작은 2층 짜리 카페지만 테라스도 있고
무엇보다 사장님 커플이 넘나 친절하셔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주말에는 안 함ㅜㅜ
평일 휴가 때나 일찍 퇴근하는 날 가보자
7. 을지로 도우큐먼트
을지로에 몇 안되는 맛있는 화덕 피자집이야
(다른 한 군데는 경일옥 핏제리아)
하프 앤 하프로 주문 가능하니
베이스 소스가 안 겹치는 맛으로 섞어서 주문하는 거 추천
토마토 소스인 것과 아닌 걸로 각 4~5종 정도 있는데
뭘 시켜도 실패가 없어 그냥 마음에 드는 재료로 아무거나 ㄱㄱ
사이드 메뉴도 맛있었어
8. 서초 티안
예술의 전당 갈 때 묶어 가면 좋은 위치야
가성비 좋은 애프터눈 티세트를 즐길 수 있는데
아기자기하고 소녀소녀 한 분위기만 있는 게 아니라
티와 디저트 모두 수준급으로 맛있어 (특히 스콘)
풀 코스가 부담스러우면 세미 애프터눈티 세트도 괜찮을 것 같아
미리 예약 필수!
9. 남대문 서령 (+종로 을지면옥)
강화도에서 유명했던 평양냉면집이 남대문 쪽으로 왔어
육수에 육향이 꽤 있는 편이고 자가제면한 순메밀면이 담백해
평냉 입문자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을 듯
편육 대신 잘게 찢은 고기가 깔린 비빔면
항정 수육도 엄청 촉촉하고 맛있어
피크 타임엔 웨이팅이 꽤 있는 편이니까
원격 줄서기를 활용하거나 피해서 가는 게 좋아
+평냉집 나온 김에 얼마 전에 재오픈 한 을지면옥도 추가
을지로 재개발 들어가면서 문 닫았다가
낙원상가 근처로 건물 올려서 다시 오픈했는데 맛 그대로야
언뜻 밍밍 슴슴한 듯 하지만
또 은근 짭쪼름한 맛이 강하게 올라오는 육수!
호불호는 좀 갈리는 편이지
평냉집 비빔냉면이 진짜 맛있는 거 알고 있니
언젠가 그 맛을 알고나서부터 평냉집 가면 비빔도 같이 시키는데
그 중에서도 을지면옥 비빔냉면이 내 입엔 최고
을지면옥도 대기가 많지만
매장이 넓어지기도 했고 음식이 빨리 나와서
회전율은 좋은 편이야
10. 합정 라운지 클라리멘토 (+피피커피, 파스텔커피웍스)
원두가 넘 맛있어서 매장 넘 가보고 싶었지만
위치가 멀어서(고양) 못 가봤던 곳인데
최근에 합정에 매장을 내서 두 번 다녀왔어
이 매장에서는 탭 커피를 팔아
배치 브루 방식으로 미리 대용량으로 내려놓은 드립 커피를
주문과 동시에 따라서 내놓는 방식이야
아무래도 기계가 미리 추출해놓는 거라
바로 내리는 드립 커피 만큼의 맛이 나와줄까 궁금했는데
아주 깔끔하고 향미도 잘 살아있어서 좋았어
처음 갔을 때 마셨던 드립 커피도 당연히 맛있었고ㅇㅇ
숫자는 판매했던 원두들에 순서대로 붙이는 거고
계속 가져가는 하우스 블렌딩 원두는 000인 걸로 알고 있음
합정에 온 김에 가까운 동네 카페 두 개 더 추천:
- 망원 피피커피
노사장님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인데
융드립으로 커피 내려주는 곳이야
보통의 드립 커피가 종이 필터를 쓰는 것과 다르게
융 필터를 써서 커피를 내리는 방식인데
커피 성분을 더 뽑아낼 수 있어서 향미가 더 좋지만
맛을 내기 까다롭고 관리가 어려워서 하는 곳은 많지 않아
그래서 신기하게 보는 재미도 있고 (휘휘 파워풀하게 내리심ㅎ)
맛도 보통의 드립 커피보단 또 달라
직접 직화 로스팅 한 원두를 쓰시기 때문에
진하고 쓴 커피를 싫어하면 안 맞을 수도 있지만
나름의 오랜 커피 철학이 있는 곳이라
커피 좋아하면 가볼만한 곳이야
망원 커피하우스 마이샤 / 종각 커피친구도
커피 오래 하신 지긋한 사장님들이 철학을 담아 내린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이야 이런 느낌 좋아하면 두 군데도 추천해
- 합정 파스텔커피웍스
믿고 마시는 내 최애 카페 중 하나..!
원두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바리스타들도 친절해
바나나 브레드도 뜻밖의 맛템임ㅇㅇ 완전 촉촉
파스텔은 부드럽고 티 같은 커피를 지향하는 곳이야
로스팅도 상당히 잘하는데
요즘은 한 잔 단위로 소분해놓은 브루팩 판매하는 중이야
가격대는 좀 있지만 집에서 진짜 맛있는 드립 커피 마시고 싶으면
한 번씩 시도해볼만 할 거야
기타:
- 팥알로
팥빙수 짱짱! 팥 활용한 다른 다과류도 팔아
속에 요만한 흰콩이랑 오미자 젤리도 숨어있어서
식감과 고소 상큼한 맛도 섞여 좋았어
+ 빙수 하면 북촌 부빙도 빼놓을 수 없지 무조건 1인 1빙
- 연남동 사루카메
합정-연남 이쪽 동네에 라멘집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유명한 사루카메에 이제야 다녀왔어
바지락 라멘 국물이 정말 깔끔하고 시원했어
느끼함 전혀 없이 특색 있는 맛
대기는 좀 있는 편인데 원격 줄서기 됨
- 성수 로우키 & 상수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로우키와 빈브라더스는 워낙 유명한 로스터리이기도 하지만
커피 관련 재미있는 기획들을 꾸준히 하고 있어
지난 4월 로우키에서는 완두콩을 주제로
예약제 커피 코스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기획하면서 과감한 시도가 들어간 점도 재밌었고
바리스타가 직접 하나하나 의도를 설명해줘서 좋았어
빈브라더스에서는 5월에
이태리 피렌체 로스터리와 콜라보 한
커피 칵테일 바를 운영했어
평소에 칵테일 거의 안 마시는데
네그로니에 에쏘를 넣은 블랙 네그로니도 넘 맛있었고
티라미수를 재해석한 커피미수도 굿
이런 이벤트 때는 고급 원두를 쓴 커피도
원가 수준으로 판매해서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바리스타랑 이런 저런 대화도 나누고, 궁금한 거 묻기도 하면서
여러 잔 즐기니 기분 전환이 되더라고
여러 로스터리들이 커피 문화 전파를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니
커피 좋아하면 팔로우 했다가 관심 가는 이벤트 참여해봐
끝! 다들 더위 조심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