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핫게간 동생 코인글 보고 쓰는 도박중독 관련글
3,388 21
2024.06.12 19:39
3,388 21

덬들 안녕! 전공이 Neuroscience(뇌과학)인 학생덬임. 
(이번 주도 읽을 논문이 있지만... 그렇지만 더쿠는 들어와야 해...!)
그렇게 논문 읽기 요약하기 등등등(ㅋㅋㅋㅋ) 은 저쪽으로 미뤄놓은 가운데 핫게에 도박중독으로 댓글이 많이 보여서 글 씀.

 

거기 보니 내 가족/혈육이면 일단 갚아 주되

- 지금 빚이 얼마인지,

- 앞으로 한 달에 얼마나 갚을 것이며

-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 이 돈은 가족의 돈이며 단 한 번의 지원에 그친다(이 점을 강조)

라는 일회성 지원을 생각하는 덬들이 꽤 있는 거 같아서.

(스퀘어에 쓰려 했는데 포인트가 부족해서ㅠㅠㅠ 이쪽으로 왔어! 혹시 스퀘어에 올릴 수 있는 덬 있으면 얼마든지 퍼가도 괜찮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박중독자에게는 그런 플랜 세워봤자 소용없을 확률 99%임.
(심리상담, 의학적 도움, 개인회생 등 각종 사회적 시스템이 함께할 경우는 여기서 말하는 게 아니므로 예외)

 

이유는 아래와 같음. (출처: 그동안 읽었던 글들 + 들었던 수업 내용들 + 교수님들의 이런저런 설명들)
첫째로, 그런 플랜을 세우고 지킬 수 있는 머리 상태가 아님.

문자 그대로야. 지금 이분들은 '환자' 임. 뇌가 손상된 환자.

예를 들어볼게. 덬들이 어쩌다 보니 큰 도박판에 껴서 도박을 했고 엄청나게 잃었어.
또 그 도박판에서 돈을 거느라 거액의 빚을 졌어. 일반인이라면 듣는 순간 뜨헉 할 만큼의 그런 빚을.
(정말 '평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사고를 비교하기 위해 예를 이렇게 든 거니까 오해는 말아주길)
자, 그럼 대부분의 덬들은 무슨 생각부터 할까? 다 비슷하겠지.
'Tlqkf 빚.. 빚 어떡하지? 빨리 갚자. 어떻게 해야 갚을 수 있지?' 라는 생각으로 대략 요런 과정을 거칠 거임.

도박판에서 했던 게임 이런 건 생각도 안 날 거고.
- 지금 당장 빚을 갚아야 하고,
- 이제 남은 평생 도박장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할 거고,
- 가족들에게 손을 벌릴 수도 있는데 이건 정말 내가 죽을 죄를 지은 새끼니까 무슨 말을 하든 납작 엎드려야겠고,
- 엑셀 켜서 다 계산해보니 여기랑 여기, 또 저기서 돈을 빌렸고 그 이자는 얼마니까... 앞으로 내 월급(사업가라면 매달 가져가는 수입)이 XXX원일 테니 그 중 얼마를 떼서 갚을 수 있을 듯. 계산해보니 XX원씩 넣을 수 있을 듯 한데 그럼 NN개월이면 다 갚겠다 ㅠㅠㅠ

뭐 대략 이런 식으로 사고가 돌아갈 거임.

여기서 가정을 꾸린 상태라면 의식주 문제가 더 복잡하게 걸리겠지만 최대한 간략하게 써봤어.

 

근데 도박에 한번 맛들인, 도박중독자가 되면 저 사고가 안 됨. 

도박으로 큰 돈을 잃어도, 그로 인해 거액의 빚을 져도 저 사고회로가 안 돌아간다고.

대신 이 생각을 하지.

'도박 밑천 나올 데 또 없나?'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로 저 생각함. 왜? 이미 도박판에서 느낀 심장의 쫄깃함, 어쩌다 한 번 땄을 때의 희열, 그리고 그 때 터진 도파민... 이 경험들로 뇌가 지금 망가진 상태거든.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덬은 '보상 회로' 'rewarding circuit', 'rewarding circuit gambling' 등으로 검색하면 됨.)


그러다 결국 돈 다 떨어져 몰리고 몰려서 가족에게 들키고, 재정적으로 손 벌리게 되면 정신차리는 거 아니냐고?
아니요.

그럼 요런 생각을 하지.

'일단 이 상황만 벗어나면... 그래서 다음에 크게 한 탕 따서 원상복구하면..! 아 왜 그 때 내 패는 그따위로 나와서...!'

그리고 머릿속에는 두고 온(?) 도박판, 앞으로 할 수 있는 도박 게임들, 뭘 해야 내가 딸 수 있을까... 뭐 그런 것들이 떠오르고 있음. 

맞잖아. 이미 잃은 거 어쩔 수 없잖아. 한 판 크게 따서 이거 복구해야지. 

 

부모 형제,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 있지.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 Of course. 없을 리가.

그리고 그깟 도박 욕구 하나를 조절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 어유 있죠. 왜 없을까요.

 

이런 감정들은 다 있어.

그런데, 그런데 이 도박중독자들이 끝끝내 못 버리는게 '가능성' 임.

도박장에서 크게 한 탕 터뜨려 원상복구할... 가능성.

부모 형제, 배우자가 뼈빠지게 밖에서 벌어온 돈을 빚 갚을 때 쓰라며 보내 주면 안 되는 게 이것 때문임.

자기 눈에만 보이는 이 망할 놈의 가능성 때문에, 그 돈이 빚 갚고 집안 살리고 자기 앞날 살릴 돈이 아니라 도박장에서 크게 한 탕 터뜨릴 자금으로 보이거든.

그 돈을 보는 순간 '이거 빼서 게임(도박)하면... 이번에야말로 터지지 않을까...? 정말로 이번에는 터지지 않겠어?' 라는 마음이 드는 거. 

물론 그건 당연히 허상.

망가진 뇌가 도박 충동에 미쳐 돈을 허공에 뿌리는 거지만... 당연히 다른 가족들은 미치고 팔짝 뛰고 피 말라 죽지.

더 미치는 건, 그 망할 죄책감 등의 감정은 도박을 저지른 이후에나 돌아와.

그전에는 '한탕'의 가능성이 눈을 가려 버리니까.

이것 때문에 가족, 집안이 또 난리가 난다면...

미안하죠. 죄책감 들죠. 내가 죽일 놈이죠.

힘이 쭉 빠지고.. 근데 또 눈앞에 가능성이 보이네? 

(반복...)

 

댓글에 단 덬들이 말한 것처럼 빚들 다 리스트업하고 가족들이 달라붙어 돈 꼬박꼬박 갚는지 확인하고 관리한다고 이걸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

아까도 말했지만 이미 뇌 회로는 망가졌고, 이 망가진 뇌가 일으키는 도박 충동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임.

왜 '중독' 이라 하겠어.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처럼. 

가족이 관리한다 한들 그 가족들도 본인들 일에 바빠 들여다보기 힘든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금융업무 특성상 중독자 본인(명의자 본인)이 직접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분명히 있을 거임.

그 무수한 일들 속에서 단 한 번의 빈틈, 그로 인해 생긴 약간의 돈조차도 곧바로 도박판에 갖다 바칠 수 있는 게 도박 중독이야.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이하진 작가님의 '도박중독자의 가족'이 전국민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봄.

가족들 힘만으로는 안되고, 전문 기관 데려가야 하고, 단기간에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도 힘드니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ㅠㅠ 읽어준 덬들 모두 고마워!

목록 스크랩 (5)
댓글 2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다크닝과 무너진 메이크업에 지쳤나요? 네니요. 베이스맛집 입큰의 NEW 톤큐레이팅 신박템 <톤 웨어 틴티드 베이스 2종> 체험 이벤트 879 07.19 64,161
공지 [완료] 7/23(화) 12시 30분 경 서버 작업 공지 07.14 34,687
공지 더쿠 이미지 서버 gif -> 동영상 변환 기능 적용(GIF 원본 다운로드 기능 개선) 07.05 422,25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1,548,78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5,202,545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6,356,14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2,584,173
공지 [필독]성별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3,884,189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9370 그외 3인가구 냄비 추천받는 초기(휘슬러) 10:48 92
179369 그외 수술하고 수술테이프 붙였는데 언제 떨어지는 지 궁금한 초기.. 3 10:38 132
179368 그외 미국 유럽 사는 덬들 있어?미국인들은 저녁 일찍먹어? 6 07:45 681
179367 그외 내가 취업한 후로 엄마가 너무 심하게 깜빡깜빡하는 후기 18 07:41 1,161
179366 그외 멀어지는 관계가 센치한 후기 1 07:34 465
179365 그외 간조 보수교육 궁금한 후기 1 06:02 495
179364 그외 5월말 생리를 끝으로 생리을 안하고 있지만 임신은 아닌 후기 6 05:54 881
179363 그외 피부 좋았던 덬들 망가지고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 궁금한 중기 6 02:08 735
179362 그외 정신과 약 먹는 덬들 부작용 없는지 궁금한 중기 13 00:26 600
179361 그외 기본적인 사회생활이 너무 어려운 중기 10 00:21 1,049
179360 그외 정신과 가려고하는데 풀배터리 검사 꼭 해야하는지 궁금한 중기 4 00:16 846
179359 그외 덭들의 출퇴근 아니면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는 방법 알려줘 5 07.23 568
179358 그외 블라인드라는 것에 대해 궁금한 중기 7 07.23 871
179357 그외 신규 15일차 공무원덬 이틀동안 혼자서 민원대 업무 봐야할 초기 9 07.23 1,139
179356 그외 덬들의 조언이 정말 필요한 후기..!!ㅠㅠ 49 07.23 2,206
179355 그외 쇠?체인?으로 된 손목시계 한번 씻기고싶은 초기 3 07.23 643
179354 그외 티몬 환불 못 받을 거 같아서 빡치는 후기 11 07.23 2,356
179353 그외 비싼 워치보다 값싼 워치가 더 잘맞는 후기 2 07.23 623
179352 음식 마라샹궈 맛집 찾는 중기 17 07.23 709
179351 그외 이사왔는데 권연벌레 때문에 미치겠는 중기 18 07.23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