덬들 안녕! 전공이 Neuroscience(뇌과학)인 학생덬임.
(이번 주도 읽을 논문이 있지만... 그렇지만 더쿠는 들어와야 해...!)
그렇게 논문 읽기 요약하기 등등등(ㅋㅋㅋㅋ) 은 저쪽으로 미뤄놓은 가운데 핫게에 도박중독으로 댓글이 많이 보여서 글 씀.
거기 보니 내 가족/혈육이면 일단 갚아 주되
- 지금 빚이 얼마인지,
- 앞으로 한 달에 얼마나 갚을 것이며
-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 이 돈은 가족의 돈이며 단 한 번의 지원에 그친다(이 점을 강조)
라는 일회성 지원을 생각하는 덬들이 꽤 있는 거 같아서.
(스퀘어에 쓰려 했는데 포인트가 부족해서ㅠㅠㅠ 이쪽으로 왔어! 혹시 스퀘어에 올릴 수 있는 덬 있으면 얼마든지 퍼가도 괜찮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박중독자에게는 그런 플랜 세워봤자 소용없을 확률 99%임.
(심리상담, 의학적 도움, 개인회생 등 각종 사회적 시스템이 함께할 경우는 여기서 말하는 게 아니므로 예외)
이유는 아래와 같음. (출처: 그동안 읽었던 글들 + 들었던 수업 내용들 + 교수님들의 이런저런 설명들)
첫째로, 그런 플랜을 세우고 지킬 수 있는 머리 상태가 아님.
문자 그대로야. 지금 이분들은 '환자' 임. 뇌가 손상된 환자.
예를 들어볼게. 덬들이 어쩌다 보니 큰 도박판에 껴서 도박을 했고 엄청나게 잃었어.
또 그 도박판에서 돈을 거느라 거액의 빚을 졌어. 일반인이라면 듣는 순간 뜨헉 할 만큼의 그런 빚을.
(정말 '평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사고를 비교하기 위해 예를 이렇게 든 거니까 오해는 말아주길)
자, 그럼 대부분의 덬들은 무슨 생각부터 할까? 다 비슷하겠지.
'Tlqkf 빚.. 빚 어떡하지? 빨리 갚자. 어떻게 해야 갚을 수 있지?' 라는 생각으로 대략 요런 과정을 거칠 거임.
도박판에서 했던 게임 이런 건 생각도 안 날 거고.
- 지금 당장 빚을 갚아야 하고,
- 이제 남은 평생 도박장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할 거고,
- 가족들에게 손을 벌릴 수도 있는데 이건 정말 내가 죽을 죄를 지은 새끼니까 무슨 말을 하든 납작 엎드려야겠고,
- 엑셀 켜서 다 계산해보니 여기랑 여기, 또 저기서 돈을 빌렸고 그 이자는 얼마니까... 앞으로 내 월급(사업가라면 매달 가져가는 수입)이 XXX원일 테니 그 중 얼마를 떼서 갚을 수 있을 듯. 계산해보니 XX원씩 넣을 수 있을 듯 한데 그럼 NN개월이면 다 갚겠다 ㅠㅠㅠ
뭐 대략 이런 식으로 사고가 돌아갈 거임.
여기서 가정을 꾸린 상태라면 의식주 문제가 더 복잡하게 걸리겠지만 최대한 간략하게 써봤어.
근데 도박에 한번 맛들인, 도박중독자가 되면 저 사고가 안 됨.
도박으로 큰 돈을 잃어도, 그로 인해 거액의 빚을 져도 저 사고회로가 안 돌아간다고.
대신 이 생각을 하지.
'도박 밑천 나올 데 또 없나?'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로 저 생각함. 왜? 이미 도박판에서 느낀 심장의 쫄깃함, 어쩌다 한 번 땄을 때의 희열, 그리고 그 때 터진 도파민... 이 경험들로 뇌가 지금 망가진 상태거든.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덬은 '보상 회로' 'rewarding circuit', 'rewarding circuit gambling' 등으로 검색하면 됨.)
그러다 결국 돈 다 떨어져 몰리고 몰려서 가족에게 들키고, 재정적으로 손 벌리게 되면 정신차리는 거 아니냐고?
아니요.
그럼 요런 생각을 하지.
'일단 이 상황만 벗어나면... 그래서 다음에 크게 한 탕 따서 원상복구하면..! 아 왜 그 때 내 패는 그따위로 나와서...!'
그리고 머릿속에는 두고 온(?) 도박판, 앞으로 할 수 있는 도박 게임들, 뭘 해야 내가 딸 수 있을까... 뭐 그런 것들이 떠오르고 있음.
맞잖아. 이미 잃은 거 어쩔 수 없잖아. 한 판 크게 따서 이거 복구해야지.
부모 형제,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 있지.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 Of course. 없을 리가.
그리고 그깟 도박 욕구 하나를 조절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 어유 있죠. 왜 없을까요.
이런 감정들은 다 있어.
그런데, 그런데 이 도박중독자들이 끝끝내 못 버리는게 '가능성' 임.
도박장에서 크게 한 탕 터뜨려 원상복구할... 가능성.
부모 형제, 배우자가 뼈빠지게 밖에서 벌어온 돈을 빚 갚을 때 쓰라며 보내 주면 안 되는 게 이것 때문임.
자기 눈에만 보이는 이 망할 놈의 가능성 때문에, 그 돈이 빚 갚고 집안 살리고 자기 앞날 살릴 돈이 아니라 도박장에서 크게 한 탕 터뜨릴 자금으로 보이거든.
그 돈을 보는 순간 '이거 빼서 게임(도박)하면... 이번에야말로 터지지 않을까...? 정말로 이번에는 터지지 않겠어?' 라는 마음이 드는 거.
물론 그건 당연히 허상.
망가진 뇌가 도박 충동에 미쳐 돈을 허공에 뿌리는 거지만... 당연히 다른 가족들은 미치고 팔짝 뛰고 피 말라 죽지.
더 미치는 건, 그 망할 죄책감 등의 감정은 도박을 저지른 이후에나 돌아와.
그전에는 '한탕'의 가능성이 눈을 가려 버리니까.
이것 때문에 가족, 집안이 또 난리가 난다면...
미안하죠. 죄책감 들죠. 내가 죽일 놈이죠.
힘이 쭉 빠지고.. 근데 또 눈앞에 가능성이 보이네?
(반복...)
댓글에 단 덬들이 말한 것처럼 빚들 다 리스트업하고 가족들이 달라붙어 돈 꼬박꼬박 갚는지 확인하고 관리한다고 이걸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
아까도 말했지만 이미 뇌 회로는 망가졌고, 이 망가진 뇌가 일으키는 도박 충동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임.
왜 '중독' 이라 하겠어.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처럼.
가족이 관리한다 한들 그 가족들도 본인들 일에 바빠 들여다보기 힘든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금융업무 특성상 중독자 본인(명의자 본인)이 직접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분명히 있을 거임.
그 무수한 일들 속에서 단 한 번의 빈틈, 그로 인해 생긴 약간의 돈조차도 곧바로 도박판에 갖다 바칠 수 있는 게 도박 중독이야.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이하진 작가님의 '도박중독자의 가족'이 전국민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봄.
가족들 힘만으로는 안되고, 전문 기관 데려가야 하고, 단기간에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도 힘드니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ㅠㅠ 읽어준 덬들 모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