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heqoo.net/review/844509780
더쿠에서 내가 작성한 글 살펴보다가 예전에 쓴 글이 있어서 다시 읽었거든
그리고 이 일에 대한 후기를 작성 못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는 덬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후기를 써보려고 해, 너무 개인적인 일이라 민망하기도 해서 나중에 이 글을 삭제할지도 모르겠지만ㅎㅎ
1 남자친구는 계속 엄마를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결국 고민하다가 남자친구 존재를 엄마의 큰 수술 바로 전날 오픈 했음. 엄마는 내가 장난 치는 줄 알더라고? 그런데 내가 진짜 남자친구가 있고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데 외국인이고 흑인이라고 말했더니 엄마 조금 당황;; 흑..흑인? 이런 반응이길래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야, 진짜 잘해줘 이랬더니 그럼 됐다고 네가 선택한 사람이면 믿는다고 좋은 사람이면 된거라고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했음.
2 나중에 엄마가 수술 끝나고(14시간 정도 걸린 대수술이었음) 의식이 돌아와서 말하기를 수술 끝나고 너무 아프고 괴로웠는데 내가 잘 사는 모습 보고 싶어서(남자친구랑) 그거 보려면 오래 살아야 하니까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통을 견뎠다고 했음
3 차차 엄마에게 남자친구 사진 보여주고 했는데 엄마가 처음엔 당황하더니(남편이 엄청 덩치가 크거든;;) 병원에서 매일 남친이랑 내 사진 보고 있었는데 보다보니 정든다고 자꾸 보니 남자친구 얼굴 귀엽고 인상이 좋다고 그러더라고ㅋㅋㅋ
4 남자친구는 계속 엄마 실제로 한 번 뵙고 싶다고 해서 엄마에게 넌지시 물어봤는데 엄마가 이렇게 아픈 모습 말고 다 나아서 좀 좋은 곳에서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남을 미룸. 그런데 엄마 상태가 계속 안 좋아졌고 결국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
5 엄마랑 남자친구는 끝내 못 만나는구나 싶었는데 어느날 그냥 갑자기 남자친구를 엄마 병실에 데려가고 싶더라고? 그래서 그냥 엄마한테 말도 안 하고 갑자기 남자친구랑 엄마 병문안 감(코로나 전이라 병문안 자유로웠어). 엄마가 의식이 없는 상태라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엄마가 의식이 돌아와서 남자친구랑 나랑 잠깐 이야기 함. 엄마는 이제 마음의 준비가 다 됐고 이제 편안하게 죽을 날만 기다리는데 남자친구에게 나를 잘 부탁하고 둘이 행복하게 잘 살라고 그렇게 말 했음
6 남자친구는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가 나를 잘 보살피겠다고 편안히 가시고 돌아가신 자기 부모님 만나면 인사해달라고(내 남자친구는 가톨릭 신자) 했음. 그리고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한 엄마와의 대화였고 정확히 일주일 후에 엄마가 돌아가셨음.
7 그리고 엄마 돌아가시고 3개월 후에 혼인신고 하고 남자친구랑 결혼했음. 물론 우리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급하게 할 줄 몰랐는데 남편(당시 남친;;)은 우리 엄마와 한 약속이 아주 컸나봐;; 나중에 말하길 돌아가시는 분과 약속 했는데 빨리 지켜야지 싶었다고 함.
8 우리는 결혼한지 이제 5년 넘었고 아주 잘 살고 있어. 엄마가 가면서 남편을 나랑 연결해준건가? 뭐 이런 생각도 함ㅎㅎ
9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자식 옆에 누가 있는 게 부모 입장에서 더 안심이 되는 게 맞는 것 같아. 나는 지금 좀 후회되는게 엄마 병원에 있을 때라도 걍 두 사람을 만나게 할걸 싶은거? 엄마가 조금 더 소통이 가능할 때(엄마와 남자친구가 만난 날은 이미 엄마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정말 한 십 분 간신히 대화함) 두 사람이 조금 더 만났으면 어땠을까 싶음. 그래도 한 번이라도 두 사람이 만나서 다행이고 엄마가 떠나도 내 옆에 누가 있다는 생각에 엄마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서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해
당시 내 지난 글을 읽고 조언을 해줬던 덬들이 너무 늦어서 이 글을 볼 지는 모르겠네
너무 늦었지만 당시 조언해 준 덬들 모두 고맙고 혹시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덬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