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우울증 치료를 시작했는데,
10년 단위로 심해지는건지
또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10년 전에 약 줄여나가고
상담도 종결하면서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병원을 다녀야하고
그동안 내가 했던 노력은
다 헛된 것처럼 느껴져서
펑펑 울고 병원에 갔다
너는 정말 현명한 사람이야
너의 증상을 잘 알고 있고
너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이번에는 더 빨리 병원에 왔고
이번에도 역시 잘 이겨낼거야
의사선생님 말씀에 눈물이 난다
약을 먹어도 여전히 힘들고
뭔가 감정이 둔화된 것 같이
평소보다 말도 단조롭게 나오고
잠이 많이 오고
일도 잘 못하지만
오늘은 운동도 했고
미뤄두었던 연락도 한꺼번에 했고
밀린 일도 하나씩 끝내고 있으니까
나는 이번에도 반드시 이겨낼거야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연락도 씹어서 걱정했는데
그동안 정말 잘 해주었으니까
이정도 연락이 안 되었다고
신뢰가 무너지는게 아니라고
건강하라고 배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래도 나는 잘 살아왔고
또 이번에도 잘 버텨낼거야
잘 버텨서 콘서트도 가고
지금 읽고 있는 책 결말도 보고
내년에도 친구 생일을 축하해줄거야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