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친정 경상도고 우리 부분 서울살아.
일년에 명절, 그 중간 어버이날 즈음 해서 세번 정도 내려가.
처음에는 인지 못했는데
시어머님이 약간 음… 나한테 잘해주는 것과 별개로, 아들은 물론 나도 친정과 거리 두길 바라는 경향이 좀 있어. 그 왜엔 뭐 무난무난.
가끔 우리집에 오셔.
젊은 며느리 새살림 신기할 수 있지. 이해해.
울 엄마도 엄마기준 내가 뭐 신기한거 쓰고 있으면 돈 줄테니 사다달라 하거든.
별 것도 아니야. 진짜로 별 거 아니야.
커팅기가 달린 랩 이라든가 작은 양념병이나 스텐받드 미니 지퍼백 같은 거. 도깨비 방망이 미니 믹서 이런 것도.
근데 시어머닌 내가 쓰고 있는 걸 달라고 하셔.
얼마안하니 새걸로 사서 배송해 드리겠다 하면 아니래. 꼭 내가 쓰던 그걸 가져가야 직성이 풀리시나봐.
그래 좋아. 그것도 괜찮아. 근데 드리고 나서 시댁에 가 보면 내게서 가져간 물품이 구석에 쳐박혀 있어. 안 쓰시더라고.
그렇게 가져간게(정확히는 가져가서 안쓰거나 전혀 다른 용도로 쓰는)
브리타 정수기,
시장바구니(작게 접히는)
무거운거 옮길 때 쓰는 접히는 카트
메신저 백
실내 슬리퍼(남편꺼랑 세트의 여성용)
파사미나 숄
꽤 비싸게 주고 산 낮은 다과상(나름 장인 작품)은 너무 맘에 든다고 가져가시더니 화분 받침대로 전락시켜 원목에 시커먼 물얼룩 만들어 회생 불가.
가장 최근엔 내 독서대를 탐을 내시더라고.
그 다과상 이후로 남편도 뭘 깨달았는지 시어머니가 뭘 달라고 하면 좀 단호히 자르는 편인데(새걸로 부쳐줄게하고 자른 게 몇개 돼)
그 독서대는 조립 과정이 필요하거든. (아이올로스 독서대야)
이걸 노인네가 받아서 조립할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아서
그냥 내걸 주고 난 새로 주문했지.
참고로. 시어머닌 책을 안 읽음…;;; 대체 왜 달라는지 모르겠으나 달라니 그 독서대에 걸려있던 읽던 책 빼서 드렸지.
난 책읽는 게 직업인 사람.
그 독서대가 한동안 품절이었나 해서 2달 걸려 받았지. 그리고 이번 추석에 시댁갔더니 그 독서대… tv 옆에 장식품 거치대로 놔 두셨더라. 아니 왜???? 독서대가 예쁠게 뭐가 있니. 그 가격이면 장식품 거치대 예쁜 걸로 사고도 남지. 굳이 내가 쓰고 있는 걸 빼앗아가서 그 예쁘지도 않은 걸 왜…
그러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시어머니가 달라는 물품중에 없으면 남편이 불편해질 물건은 없어.
진짜 매의 눈으로 살펴서 남편이 쓰고 있는 거다 싶으면 절대 달라하지 않고
비싼 물건이다 싶으면 또 달라하지 않아. (명품백 같은 거)
슬리퍼 같은 건 오래 신어 발 뒤꿈치 부분의 쿠션이 살짝 무너진 걸 기어코 가져가셔. 발이 아주 편하고 디자인이 딱 맘에 드신다나. (그 슬리퍼 욕실 세탁기 뒤에 물에 젖어 시커먼 곰팡이 난 거 남편이 발견함. 시어머닌 빨다가 뒤로 넘어가서 몰랐다 주장)
이런 분에대한 대처법 있을까.
달라는 게 너무 사소해서 안돼욧 하기도 뭐하고.
남편은 그런 사소한거나 달라는 자기 엄마가 또 애틋했고(좋은 거 본 적 없어서 내가 쓰는 건 다 좋아 보이나 보다며. 초기에 글케…)
나는 주고 다시 사기까지 며칠 최대 두달은 불편한…
대체 이런 심리는 뭐니.
며느리 엿먹이고야 말겠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