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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관람하고 정말 안타까웠던 <거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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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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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게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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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지운 감독이 인터뷰에서 `퇴행`이란 말을 했다고, 관객들을 무시하는 행위다. 그러니까 흥행성적이 저따위다!! 란 이야기가 일부 커뮤에서 돌아다님. 

 

그러나 인터뷰 전문을 보면 좀 다른 이야기 였음. 본인이 어떤 영화를 만들어 왔고, 대중이 어떻게 반응했었는가. 그리고 지금은 어떠한가에 대한 스토리중 한 구절이 었을 뿐임. 

 

 

[인터뷰] 김지운 감독 "내 영화는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 ‘거미집’)

https://kstar.kbs.co.kr/list_view.html?idx=282491

 

"Q. 영화의 대중성, 오락성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김지운 감독: “이 영화가 너무 자기들만의 리그 이야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는 모든 매체, 모든 드라마, 모든 이야기는 특수한 상황에서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해야한다고 본다. 어떤 대상이든 그걸 보려면, 소설을 읽는 사람이든, 영화를 보는 사람이든 특수한 상황에서 보편적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가족>은 훨씬 비대중적이고 비상업적인 작품이었다. 대중적인 영화가 갖춰야하는 것을 모두 배신한 작품이다. 당시에는 ‘원 톱’, ‘투 톱’ 같은 주인공이 있어야하는데 스타플레이어가 없었다. 그리고 가족이 주인공이다. 호러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닌, 두 장르를 막 섞어놓았다. 상업영화가 가져야할 덕목이 아니었다. 리스크가 많았다. 게다가 열린 결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퇴행한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감독의 몫이지만 관객들도 무엇을 하려는지 최소한 고민해 보는 것이 문화를 수용하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새로운 ‘민초맛’의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 색다른 재미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것이다. 그게 대중성이 확장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 

 

 

나에게는 누군가의 말처럼 

 

`뭐. 이번에는 대중적인 입맛이 아닌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도 첫작품이자 조용한 가족보다는 대중적이다. 그때는 비상업적인데도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줬다. 이번 영화는 `민초`처럼 대중적이진 않지만. 자기가 하던대로 만들었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조금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생각하고 봐달라.` 란 한숨으로 들렸는데,  우매한 대중을 무시하는 오만으로 해석되는 사람들이 많았나봄... 

 

그래서, 표값이 1인당 14천원이 된 시대지만. 김지운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보기로 했었음.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과 김영철이 보여줬던 느와르의 섬세함을 좋아하고, 반칙왕의 샐러리맨의 변신과 헤드락의 정서를 좋아했던 `의리` 였기도 하고. 

 

임수정이란 배우의 연기를 칭찬하는 김지운의 장담이 근거가 있는건가 궁금하기도 했고. 

 

 

2. 보고난 이후. 사라진 것들과 사라질 것에 대한 안타까움. 

 



 

영화는 70년대를 배경으로, `명감독 밑에서 배우고, 한 때 주목 받았으나 지금은 그저그런 치정극만 찍는 감독이 계시를 받은 이야기`로 부터 시작함.

지금 찍고 있는 치정극을 조금만 바꾸면 걸작이 될 것이다!란 확신을 가지고, 세상을 설득하고 예술적 신념을 관철해가려는 의지가 시작점이지. 그러나 영화는 제작자와 촬영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연관되어 있음. 촬영현장과 영화를 보여주면서, 각자의 욕망과 사정이 얽히면서 어수선해지고, 충돌을 빚지만. 어떻게든 굴러감. 우여곡절끝에 영화가 완성되었다.... 가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말할 수 있는 내용임.

 

지금 영화관의 정석인 사이다를 위해 잘 설계된 롤러코스터와는 거리가 멈.  그래서 관람평중 불호는 그 부분들을 지적함. 

"영화 특성상 반복되는 장면이 나오고 지루하게 느낄만한 요소가 있는데"

"임팩트 없다는게 맞는듯 하네요....볼거리가 너무 없는....이야기에 힘이 있지도 않고 "

범죄도시처럼 마동석이 나와서, 나쁜 놈들을 후려갈긴다. 이런 명쾌함은 없음. 그렇기에 익숙한 그맛은 아니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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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 여유있게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취향과 경험의 면에서 훌륭한 작품임.

 

`한국의 70년대`란 시공간은 어떤 것이었을까?  21세기의 우리들은 레트로란 감성으로 그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가게(혹은 그 감성들을 열화복제한 트렌디한 상업공간들을 소비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음.  그 공간의 주인공이던 70년대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란 의문을 가져본적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음. 음악이 깔리면서 그 시대를 `주름잡던` 영화 스타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펼쳐줌. 

 

영화 촬영 세트장이란 압축된 공간이지만. 그 넓지 않은 공간 안의 디테일은 높음. 영화사 사무실. 영화 촬영 현장, 대기실. 세트장. 모두 1970년대 영화의 그것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음. 게다가 배우들도 그 시대의 연기 톤과 생활인의 방식을 담아내고 각자의 개성을 담아서 만개시켜줌. 여자 연기자만해도 그 시대를 살았을 박정수같은 관록있는 배우들 말고도, 모를 전여빈이나 정수정까지도 전부 70년대 스러움을 보여주고 있음. 

 

그래서 그 시절의 `낭만`을 김지운 식으로 보여주고 있음. 낭만이란 말로 뭉뚱그려지지만, 뭐 당시에도 부조리나 폭력이나, 치정이나 그런것들이 있는데. 불쾌하지 않게. 코메디란 장르에 맞게 잘 담았음. 70년대 영화의 과장된 톤 연기처럼 처음에는 낯설지만, 조금만 지나면 매력을 발견하게 되더라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2020년대를 배경으로도 비슷한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을거야. 하지만 감독은 굳이 70년대를 선택하면서, 그 시절의 낭만과 

취향을 보여줌. 조금 더 수고스럽고, 취향을 탈 수 있음에도. 그게 가장 해보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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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지운은.,  거찰고 아날로그 적이고, 미개해보일 정도의 시대인 그 당시를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함.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을 역경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관철시켜나갈 수 있는가. 그 고민은 영화 산업에 속해있는 모두 ( 제작자, 촬영 스태프, 연기자 - 단역까지도-)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하고 있고, 각자가 말하고 행동하면서 어떻게 반영하려 하고 있는가도 다뤄줌. 

 

 

이 영화는 영화계 사람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본 사람들이면, 아니면 적어도 창작에 진지한 열정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이야기를 함. 알면 아는 만큼 잘 보이는 바가 있겠지만, 모르더라도 상관이 없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정도의 집중력과 너그러움만 있다면, 충분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음.

 

2천년대 초반의 한국 영화 전성기를 거친 후에, 인력이고 조건이고 성숙한 상황에서 70년대를 재현했다는것은 지금이 아니면 겪을 수 없는 훌륭한 경험임. 

 

`오른 표값`을 하고도 남는 영화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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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영화관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란 생각이 듬.

 

물론 `그렇게 좋은 영화면 OTT로 보면 되지 않음? 가치는 여전하지 않을까?` 라고 물을 수도 있음. 

 

하지만 개인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의 깊이와, 영화 산업 지속성의 문제가 있음.

 

감독은 영화 스크린에서 이 영화가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면서 영화를 촬영함. 실제로 액션 영화가 아닌 이 영화에서도, 몇몇 장면에서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전달해줌. 세트장 바깥에서 등장하는 인물이라던가. 연극과 가까운 감성이라지만. 일단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는 느낄수 없을 것 같더라. 마틴 스콜세지가 자기 영화를 꼭 영화관에서 봐달라고 했던건 그런 이유기도 하고.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만든, 누군가의 취향을 살린 경험을 온전히 할수 있다면 14천원이 아깝지는 않다...란 것이 가성비 인생인 내가 느낀 바이기도 했음. 

 

또 영화관 관객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이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넷플릭스등의 글로벌 OTT가 70년대 한국 치정극 영화를 배경으로 21세기 한국코메디를 만드는 감독과 관객의 경험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  

 

나는 앞으로도 이런 취향의 영화가 앞으로도 나오고, 사람들이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면 좋겠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더라. 이 영화가 흥행면에서 성공하건, 성공하지 않건.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아.

 

여튼 덬들에게도 좋은걸 나누고 영업하고자 리뷰를 씀. 꼭 극장에서 (할인 혜택을 챙겨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으면 좋겠고. 아니면 적어도 좋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많았으면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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