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2년 전부터 a에게 일이 좀 있었음. 남 일이라 절대 구체적인 설명은 할 수 없고 그저 좀 아슬아슬한데 우리 모두 a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잘 되길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상황이었다고만 말하겠음.
그러다 3-4 개월 전 a는 잠수를 타기 시작함.
일방적인 잠수는 아니었고, a는 우리 셋에게 그 일(1-2년 전부터의 일)이 좀 악화되었다, 너희의 마음은 잘 알고 고맙지만 나는 지금 그 일에 대한 위로조차 아프니 당분간 날 좀 혼자 내버려둬 달라고 톡을 한 뒤 잠수에 들어간 거임.
그런 결정을 내린 a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a에게 안부 메세지와 커피 기프티콘을 보낸 b의 마음도 이해 됨(절대 자주 아니었고 괜히 격려나 위로를 입에 담는게 아니라 그냥 날씨가 좋다 좋아하던 커피 쿠폰 보낸다 정도를 한달에 한번)
b 가 걱정되는 마음에 a에게 전화를 건 적도 있으나 a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함.
그렇게… 넷이 만나다 셋이 만나게 되었는데(a가 빠지니 오히려 셋이 만나는 횟수는 늘음. 이유도 알겠지?) 매번 우린 다들 a는 어찌 지내나 좀 괜찮은가 하고 걱정의 마음을 서로 나눴음.
그런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a는 나에게 아주 가끔 카톡을 보내 자신이 힘들다는 얘기를 했음. a의 그 일에 대한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그 상황을 견디기 위한 일환으로 보내는 거 같고, 그게 b가 아닌 나인 이유는 아마 b는 너무 가까운 사이라 오히려 저어되는 마음이 들수도 있었겠다는 짐작만 할 뿐임. a는 카톡을 보낼때마다 매번 답장도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앞에 붙이고 자신이 겪고 있는 일에 대한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음. 나는 a에게 나라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a의 숨통이 좀 트이겠다 싶어서 묵묵히 그 톡들을 읽었을 뿐임. (내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거? 조금도 기분 안나쁨. 친구가 있다면 무슨 말인지 알거라 생각하고, a의 현재 상황이 많이 안좋기에 이렇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감사할 뿐임) 답톡은 물론 안부톡이나 전화 한번 안했음. 그리고 bc에겐 이 이얘기를 아예 안했음
그렇게 3-4달이 지난 거임.
카페에서 만나 내 폰의 뭔가를 공유하던 상황에서 알림벨이 울렸고, 내가 가지러 갔음. 폰은 b의 손에 있었음.
내가 커피를 가지러 간 사이 a의 장문의 톡이 왔고 bc는 미리보기로 상단 두줄을 읽게 됨. 그 두줄 만으로도 a와 내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음이 짐작될만 했음.
bc 는 화를 냈고 어떻게 자기들에게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 우리가 얼마니 a를 걱정하고 있는 줄 알면서 넌 그렇게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었냐 하는 거고
그애들의 진심은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걸 나도 알지만
내 입장에선 a의 근황을 이야기 할 수가 없었음. 남의 입으로 전달할만한 그런 얘기가 아님. 정말이지 아님.
b는 a보단 나에게 더 화가 나는 상황이고 정말 a가 힘든 상황인 걸 감안하지 않는다면 a에게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라 하고 c는 나중에 단 둘이 있을 때 넌 나를 못믿냐 내가 어디가서 말 옮길 사람이냐 a얘기 자기한텐 해 줄 수도 있지 않았냐(a가 겪고 있는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c도 겪는 중이고 그랬기에 c는 더욱 가슴아파했음)
둘 다 a보단 그간 함께 a를 걱정할 때 딱 모르쇠로 일관했던 내가 더 원망스럽다며 맘이 많이 상해서 헤어졌음.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임??
구체적인 게 아니더라도 귀띰이라도 해 줄 수 있지 않느냐 또는 나한테는 톡이 오고 있다 정도는 말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한다면
어지간한 일이어야지… 톡이 한번 올 때마다 상황은 이전보다 더 나빠지고 있는데 그걸 bc에게 더 나빠졌대, 라고 전할 수도 잘 지낸대 라고 전할 수도 없었음 나는. 난 그냥 a의 일에 관한 한 입이 없고 눈과 귀만 있는 키티라 생각하고 그간 지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