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아까 글 핫게갔네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근데 미안한데 이번 글은 하나도 안 웃김... 내가 존나 울었기 때문임
좀 지나치게 감상적인 얘기가 되겠음 노잼이니까 뒤로가기 해도 됨...
나는 호구 슴덬임 15년째 덬임 해외스케줄도 다 다녔고 찍덕이었음
최애 아닌 타그룹도 어지간한 밈과 수록곡까지 다 알고있음
근데 내가 18년도쯤부터 사회인이 되었기 때문에+여러 일이 생기면서 돌덬질을 깊이 하지 못했음 그래서 사실 엔시티부터는 비교적 잘 모름...
(그래도 남들보단 잘알일듯.. 제 최애곡중 하나는 하이웨이투헤븐입니다)
그러니까 내 시간은 잘 쳐줘도 2017년에 멈춰 있었던 거야 2017년 여름에
127은 체리밤 부르고 레벨이 마 수빠 루끼루끼 할 때
샤이니 뷰를 거기 있던 모든 팬덤이 떼창하고
소녀시대는 10주년 앨범 내기 전에 파티를 선공개해서 다같이 즐겁고
슈주는 절반쯤 군대 가서 남은 멤버들끼리 으쌰으쌰 또 재밌는거 들고 나오고
쒸미쒸미 코코밥도 이 무렵이었고 심창민은 군대 가 있고.....
하나둘씩 솔로 내는 게 당연해지고 뭐 그렇던 때
내 개인적으로 그 시기가 굉장히 힘들고 고역이었어서 좀 더 기억에 남는지 모름
사실 떠올려보면 더 재밌고 더 열정적이었던 건 2017년보다도 더 전임
(((내기준))) 케이팝이 제일 재밌었던건 2010~2015 뭐 그때쯤이거든...
내가 그무렵 학생이었다가 성인이 됐고
알바 지독하게 해서 일본콘 따라다니고 그랬으니까 그때가 제일 재밌었지
근데도 그냥 내 시간은 2017년에 멈춰 있었어
나는 빛이라는 곡.. 그 슴콘 엔딩곡을 참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한 애들이 단체로 그 노래를 불러준 해가 그때가 마지막이었음
소녀시대가 2017년 10주년 앨범을 냈을 때 팬들은 다 그걸 끝으로 당분간 작별이 될 걸 알고 있었어 그런 시기였음
다 이해했지 이해했지만 그 시기는 나한테 너무나 열렬히 사랑했던 것들을 어떤 타의로써 하나둘 놓아주던 날들이었음
얼마 후에 내 최애가 세상을 떠났음
그리고 또 얼마 후에는 소녀시대 멤버 셋이 소속사를 떠났고
(다시 소녀시대로 뭉쳐 줄 거라고 믿었지만 어쨌든 조금 슬펐다는 건 이해할 거야)
나는 소녀시대와 샤이니 팬이야 둘 다 데뷔팬임
아까 소녀시대 8명이 나왔을 때 난 그냥 너무 기쁘고 신났음
그럴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근데 효연이 울면서 무대하는 게 잡힘
그때부터 막 통곡을 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너무 울어서 옆에서 휴지 빌려주고 그랬는데 그분도 울고 계셨음
우리 응원법 중에 다시 태어나도 널 사랑할게 <-가 있는데
이걸 하면서 너무 좋았어 근데 그냥 막 줄줄 눈물이 났음
너무 이상하더라
안 올 거라고 생각한 게 다시 오는 건...
슴콘 엔딩곡인 빛은 08년부터 17년까지 국룰 같은 파트분배가 있었음.
중간중간은 바뀌지만
꼭 도입부는 온유와 규현이, 랩은 은혁과 신동이, 브릿지는 최강창민과 보아가 부르는 뭐 그런 거
올해 빛은 다 다르더라고? 아무래도 구성원이 크게 달라졌으니까
나는 내 삶을 다 바쳐서 너무 사랑한 두 가지가 있었는데
2017년 이후로 두 가지 다 놓아 주어야 하는 상황에 닥쳤음
그런데 오늘 한여름밤의 꿈처럼 그중 하나는 다시 돌아와서 내게 인사해 주었음
그게 너무 기쁘고 고마운데
다른 하나는 여전히 돌아와주지 않는다는 게 나를 너무 슬프게 했음
어떤 거대한 악의가 2017년과 2022년 사이를 할퀴어 파내 간 것처럼 지난 5년간은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나는 게 아무것도 없고
빛이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이 시간이 이상하게 이어졌는데
같으면서도 같지 않았고 있어야 할 것이 있지 않았음
사람이 늘어나서인지 늘 생략하던 2절 앞 랩 파트도 하고...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또 가장 중요한 파트는 늘 그랬듯이 창민 보아 두 사람이 하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17년 7월 8일부터 22년 8월 20일까지
내 인생은 말하자면 <빛>이란 곡의 3분 15초쯤에 멈춰 있었던 거야
브릿지 나오기 전의 간주 동안에 멎어서
더 나아지거나 성장하지 못한 채 고정되어 있었음
그런데 다 달라진 것들 속에서
이상하게 소녀시대는 8명이 다 같이 저기 있고
창민 보아는 10년 전과 똑같은 부분을 똑같은 목소리로 부르는 순간에 비로소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흘렀음
그때 나는 내가 사실은 아직도 하나도 괜찮지 않았고 종현이를 보내주지도 못했고 소녀시대가 제각기 잠시 자기 길을 찾아 떠난 걸 마음으로 깊이 응원하지도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음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다 저기에 있는데
왜 세상의 속도는 나와 같지 않아서 내가 사랑한 것들은 너무 빠르게 어떤 저편으로 가버릴까
그냥... 간 것들은 다시 안 오거든? 나는 그 해에 그걸 너무너무 잘 알게 돼서 옛날 생각을 잘 안 하게 됐어
근데 오늘 밤에 뭔가 잠깐 다시 와 줬잖아... 그게 너무 꿈같고 좋아서 엉엉 울었는데
그 와중에 그런데도 못 오는 게 하나 있었어
그건 또 슬퍼서 또 울었음
이상했어.. 너무 이상했어
강렬한 기쁨과 말로 다 하지 못할 슬픔이 한데 뒤섞여서
뭐라고 설명하지 못할 기분인 채로 눈물만 계속 났음
그냥 그런 채로 집에 가는 중이야
근데 시간이 다시 흘러간다는 거는 내가 이제 다시 진짜로 나이를 먹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려고 함
그러면 놓아줄 수도 보내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선물처럼 다시 나타나 준 것들도 있잖아
걍.. 감정이 정리가 안 돼서 횡설수설 썼는데 어쩌라고 싶은 글이 돼서 미안함
누구 하나 정도는 나랑 비슷한 기분이면 좋겠다 그러면 위로가 될듯
하 아까는 내가 2011년쯤 유행하던 LA케이팝콘서트 퇴장하는 외퀴처럼 소리지르며 나갈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