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와서 내가 모 사이트에 댓글 쓴적 있냐고 하더라고, 모 경찰서인데...라고 하길래 보이스피싱인줄 알았음.
그래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 다 했음. `내가 안그래도 거기 갈려고 했다. 거기서 하도 당한게 많아서. 직무 유기로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다` 라고 끊어버림.
다시 전화가 왔을땐. 사태가 조금 심각해졌음. 여기가 모 경찰서인데, 유튜버 누구에게 댓글 쓴적 있냐고 다시 물어봄. 기억안난다고 말하고.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는데 또 사이버수사대라고 하고 이름 이야기를 안함. 불러주는 댓글을 듣다보니 내가 쓴 것 같긴 했음.
손발이 벌벌 떨리고 눈물이 나.... 지는 않음. 비방하려고 리플을 단 적이 없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법알못들에게
`해당 유튜버의 위법 사실에 대해 언론보도를 이용해서 지적만 한거`였음.
모욕과 명예훼손 관련 한국법은 심각한 악영향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개정과 폐지를 권고중인 악법인것도 알고 있었기에 리플은 그 정도로만 적었지.
...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래 고소는 자유니까.
그래서 내가 정확히 무슨 죄로 고소 되었냐고 확인하려고 했음. 모욕이나 명훼냐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지니까.
사태가 엄청나게 심각한 상황이었음.
경찰왈 `정확히 무슨 죄로 고소되셨는지 그건 제가 모르겠는데요`
내가 아는 한국 경찰이 아닌데? 아니 고소장을 썼는데. 명훼인지 모욕인지 죄목을 적시 해서 고소를 안했다고? 아무거나 걸리는 데로 처벌해달라고 고소를 한다고? 그걸 받아들여준다고?
경찰과 불유쾌한 통화를 한 끝에 알게 된 것은
(언제나 한국 경찰과 이야기를 하는건 기대 이하의 일임. 형법과 형사소송법. 그리고 판례로 알 수 있는 `선`이란걸 경찰이 모르거나 안지켜줌. )
- 모 유튜버가 ***명을 고소함. 그 중에 내 댓글이 들어갔음.
- 모 경찰서에서 내가 사는 경찰서로 사건을 이첩시킴. 그래서 나에게 확인 전화를 하게 됨.
- 경찰은 내가 그 댓글을 단건지 확인한다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상으로 취조를 할 기세였음. (사태 파악을 하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긴한데)
- 구성요건 해당성이 안되는걸 경찰이 접수를 하고 수사를 하는게 아닌가란 강한 의심이 들었음.
일단 고소장을 달라고 했는데. 그건 곤란하데. ... 아니 내가 무슨죄로 고소를 당했는지는 알아야할거아니냐. 수사관님도 내가 무슨죄로 고소 당했는지 모르지(...)않느냐니까. 그건 또 부정을 못해. 한숨을 쉬고. 내가 사정이랑 법리. 판례를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드리겠다고 함. 대충 분위기가 경찰도 `아 이거 깜이 안되는구나 싶다`라고 여긴것 같아서
(내가 생각하기엔) 훈훈하게 전화를 끊음.
전화 끊고. 바로 정보공개청구 사이트 가서 고소장 정보 공개 청구 넣었음.
"청구자이자 피고소인인 원덬 에 대하여 성명불상의 고소인이 제출한 ‘고소장’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합니다.
경찰 수사서류 열람·복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2항, 제4조 제1항에 근거하여 피고소인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사건 파악을 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범행일시, 장소, 범행방법 등이 포함된 혐의사실에 해당하는 고소장 해당 부분 정보공개를 청구합니다"
그리고 생업에 종사중인데 1~2시간 뒤에 전화옴. (예상대로 공개청구 때문이었음... -_-;;;)
경찰왈 `고소장 봐도 별 내용 없는데 굳이 청구하실필요 없다. 정보 공개청구를 해도 나머지 첨부자료는 공개가 안된다.
일단 오시면 이야기 해드리겠다. `
.... 아니 시발. 내가 범죄자로 의심받는건 맞는데. `니가 니 죄를 알렷다~!` 는 아니잖아.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고, 뭐가 죄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나오라고? 고소하는 측에서 (특히 사기 사건등에서) 첨부자료를 숨겨서 피고소인의 방어전략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있다는건 아는데. 이거 `악플`이라매. 리플을 단 순간 `범죄가 성립`된거고. 그 이후로 변할거 없는거 아님? (다행히 그 리플 지우진 않았음...)
경찰이 또 `취조`를 시작함. 그 기사가 모년모월언제 달렸고, 내가 그 댓글을 언제 달았고.......
나 `아니 다툼이 없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지금 중요한게 아니구요. 그래서 왜 내가 걸렸냐구요`
경찰 `다른 사람은 이야기 할 게 없규요. `
나 `.... 저기요. 해당 게시물 분위기랑 다른 사람 리플이 어떻게 달렸는지 보셨냐구요`
경찰 `게시물 리플 그건 다 안봤는데. 중요한거 아니잖아요.`
.... 순간 또 딥빡이 차오름. 왜냐고?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란 범죄자들의 변명이 아니라.
적어도 모욕죄에서 위법성을 판단하는데, 그 부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
읽는 덬들도 들어봤을만한 최근 판례 `기레기는 모욕이 아니다` 판결에서 나온 요지가 그거임.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7도17643, 판결]
https://www.law.go.kr/LSW/precInfoP.do?mode=0&precSeq=215153
"[1]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의 의미 /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경우 /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의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글을 작성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
[2] 인터넷 신문사 소속 기자 甲이 작성한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핫이슈’ 난에 게재되자, 피고인이 “이런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甲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나, 위 댓글의 내용, 작성 시기와 위치, 위 댓글 전후로 게시된 다른 댓글의 내용과 흐름 등을 종합하면, 위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
위법성이 조각된다는건 - 죄가 될 수 있지만. 사정을 감안하여 죄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임.
형사사건의 피의자 - `나쁜놈`으로 지목되어서 방어권을 행사해야하는데. 무죄를 입증할 근거는 `경찰이 보기에 중요하지 않`다임. 대법원은 그런 사정도 중요하다고 했음.
일반인은 몰라도 돼. 그런데 내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 1차적으로 판단할 사법경찰관이 그걸 몰라도 된다는건 전혀 다른 문제지.
...
그래서 일단 정보공개청구 넣은거 보셨을테니까. 공개할 고소장 부분 (아까 연락한) 메일로 보내주시면 안되냐고 했음.
그건 절차가 있어서 안된데. .... 아니 시발. 경찰이 무슨죄인지도 봐도 모르는 고소장을 내가 시급하게 확인하겠다는게 라고 할려다가 또 참음.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고소장을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보는건 정례화된 절차임. 그리고 고소장 내용을 알아야 내가 조사를 성실하게 받을거 아냐. 당장 내게 줘도 문제 될거 없음.
그리고 경찰과 나의 잠정적인 해결책인 `사건의 빠른 종결`을 위해서도 그렇고. 공개 시한 다거치면 10일까지 채울 수 있는데 그렇게 하기 싫다고...
바빠 죽겠는데 전화 받은 상황에서 내가 이걸 설명해서 무슨 득이 되나 싶어서. 바쁘다고 하고 그냥 끊음.
읽는 덬들에게 조언하자면, 경찰하고 전화로 길게 이야기할 필요없음. 딱 요점만 전달하면 됨. 피의자로서 불리한 것도 있지만. 경찰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전화하는 경우`가 흔함. 속칭 `조서를 꾸민다`고 하는데.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불러다 놓고 그제서야 제대로 읽으면서 본인이 생각한대로 조서 방향을 잡아 나감. 그 전에 이야기 해봐야 아무 소용없단 이야기임..
그리고. 고소장을 받아봄.
유명 법무법인에서 작성했다고 보기엔 너무나 허접한 고소장이었음. 성명불상자(이름 모를 사람들) 대상으로 쓴 고소장인걸 감안하고도 진짜 별로 있음.
고소인은 선량한 피해자이고 `정신적인 피해가 극심` 하고, 피고소인들은 `희생양을 찾아 무분별하게 악성댓글을 달것이고, 그로 인한 추가 피해가 클것` 이니 엄히 처벌하라고 쓰더라고.
.... 저기요. 제가 지금 주어를 못까서 그러는데. 사회 상규로 볼 때 훼손될 명예가 있으신지 의문이신 분인데요. 본인 때문에 법이 바뀌었는데...
등등 생각을 하면서, 총 7장짜리 고소장을 넘겨보다보고 있었음.
그런데 중요한건 내 사정이잖아. 그런데 내가 뭘로 고소된건지 경찰이 왜 모르겠다 라고 했는지 알 것 같긴하드라.
고소장 본문에 내가 적은 리플이 없었음
`범행일시, 장소, 범행방법 등이 포함된 혐의사실에 해당` 되는게 없었다고.
.... 그럼 나는 뭘로 고소 당한거야? 라고 싶었음. 경찰이 명훼인지 모욕인지 모른다는게 뭔 소리인지 알것 같더라고.
그래도 피의자에게 전화할 때는 경찰이 동전이라도 던져서 정하고 말하는게, 공권력의 이미지를 위해 좋지 않았나 싶음.
.
일단 경찰이 공개안한 정보에 내 `범죄 내역` 이 있길 바라며 추가 공개 정보 청구를 접수해놨고.
이미 판례들은 다 수집해 놨고, 법무법인 측이 어거지로 떼다 붙인 판례들을 전부 검색해서 반박해야지...
`위법행위를 위법하다`라고 지적 한게 명훼이자 모욕이라 주장하면서 고소를 했으니, 책임을 지셔야지.
.....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법정영화가 있음. 60년대 미국 민권 운동을 배경으로 평화 시위를 주장하던 학생들에게, 당시 미국정부가 폭력시위를 주동했다는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노력했던 상황을 다룬 영화임.
거기서 시위의 주도자 격인 학생에게 검사가 심문을 하는 장면이 나옴.
검사 : 이 말도 들었습니까? "피를 흘릴 거면 시카고 전체에 흐르게 하자"
애비 : 그 문장의 앞부분은 사실 그게 아니고..... 네. 들었어요.
검사 : 애비,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애비 : 톰 헤이든이야 말로 멋진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검사 : 그게 아니라 헤이든 씨의 지시 내용에 대해 물었어요.
애비 : 전 톰이 '전쟁을 끝내자'라고 말한 것도 들었는데 총성은 끊이질 않던데요. 문맥에서 뚝 떼어내면 무슨 말이든 조작할 수 있죠.
검사 : "피를 흘릴 거라면'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할 수 있죠?
애비 : '내가 온 것은 아들은 아비에게, 딸은 어미에게 맞서게 하기 위해서다' 누구 말인지 아세요?
검사 : 제리 루빈.
애비 : 예수님 말씀이에요. 마태복음 10장 35절. 자녀들에게 부모를 죽이라고 부추기는 것 같죠. 근데 34절과 36절을 읽으면 뜻이 달라져요"
「The Trial of the Chicago 7」 중.
ps.
아. 글 처음에 경찰서에서 경찰에게 피해 당한게 많다는건 이 이야기였음.
고소장 접수하러 갔는데 .경찰들이 `실무`라면서 법이 정한 피해자의 권리를 걷어차셨었거든...
경찰서에서 고소가 안된다고 했는데 고소 접수 시킨 후기
https://theqoo.net/review/1765376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