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이 일컫는 뮤덕은 아니지만 문화이벤트에 좀 관심이 많아서, 토니상 같은 거 잘 챙겨보는데 재작년부터 미국, 영국에서 하데스타운 홍보 돌고 음원 들으면서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한 뮤지컬이었거든
근데 이리 한국에 빨리 들어올 줄 몰랐음. 미국, 영국 이후로 한국에 들어온 게 처음인 거 같아서 솔직히 놀랬고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 듣자마자 예약하고 코뭐시기 때문에 N번 취소당했다가 다시 예약해서 보러 다녀옴
이 뮤지컬이 아나이스 미첼이라는 포크 가수가 썼던 콘셉트 곡들이랑 책으로 버몬트에서 공연을 처음 올렸다가 그게 점점 발전하면서 요즘 떠오르는 브로드웨이 연출인 레이첼 차브킨을 만나서 오프브로드웨이-영국 국립극장-브로드웨이까지 오면서 대박이 난 뮤지컬임
2019년 토니상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등 6-7개 상을 가져가면서 주목을 더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고, 그래서 본 아이버 리드보컬이 참여한 오리지널 컨셉트, 오리지널 레코딩, 브로드웨이 앨범 돌려가면서 기대 많이 했었는데 한국에서도 미국쪽 연출 거의 다 살려서 가져왔더라
뮤지컬하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대하고 화려한 느낌은 아니지만, 하데스타운은 세계관,연출, 캐릭터 구성이 탄탄한 뮤지컬임
음악은 위에 설명했듯이 포크음악 가수가 만들었기 때문에 포크와 재즈느낌이 강해서 보통의 뮤지컬 음악과 다르지만 곡이 굉장히 좋음 ㅇㅇ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캐릭터들마다 킬링 트랙을 주는 느낌이라 곡은 진짜 좋음. 그리고 포크,재즈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재즈바처럼 악단이 무대 위에서 옆가단에 있는데 이런 느낌이 조금 더 포크 뮤지컬로서의 느낌도 살고, 실제 배우들도 뮤지컬 중에 악단 한명씩 소개해주고, 악단도 뮤지컬에 참여하는 느낌이라 좋은 거 같아. 그리고 좀 더 작은 규모에서 시작한 뮤지컬의 느낌을 더 살려줬어
하데스타운은 이름에서 알 수 있겠지만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페르세포네, 에우리디케-오르페우스 신화를 현대사회로 가져와서 엮은 뮤지컬임. 하데스의 지하세계는 탄광과 산업 개발도시로 비유해서 하데스는 큰 사업체의 사업주 느낌으로 연출해놓았음. 그리고 에우리디케-오르페우스는 인간으로 노동자의 모습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런 현대사회적 비유가 신화랑 맞아떨어져서 세계관을 정말 탄탄하게 잘 짰구나 생각하게 됨.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는 헤르메스 전령의 신이 나타나게 됨. 또 뮤지컬에서 나레이션의 역할도 하게 되고, 배역 배치도 기가 막힘
하데스 타운 캐스팅 리스트 뜬 거 보고 거의 모든 배역이 배우로서 경력이 되는 배우들이 다 들어가 있길래 빵빵하게 짰네라고 생각했는데 뮤지컬을 보니까 더 이해가 잘 되더라. 모든 배역이 다 중요한 뮤지컬임. 에우리디케, 오르페우스, 하데스, 페르세포네, 헤르메스, 운명의 3여신등 안 띄워주는 배역이 없음. 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트랙들이 들어가있고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의 서사와 노래를 듣는 재미가 있음. 나는 오르페우스 박강현, 헤르메스 최재림, 페르세포네 박선영, 에우리디케 김환희, 하데스 양준모 이 라인업으로 봤는데 다 연기 잘하시더라고... ㅇㅇ
무대연출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는데 1층, 2층으로 나눠져서 2층은 주로 신들 배역만 오가고, 1층에서 노래 부를 때마다 공간 변화나 조명변화가 주로 많이 일어나는데 적은 소품과 효과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연출을 많이 했더라고.. 특히 지상에서 지옥, 지옥에서 지상 올 때 wait for me나 상대되는 트랙에서 조명 움직이는 거나 무용들이 두려움과 무서움을 잘 보여주는 느낌이라 좋았어. 무용 및 공간, 빛 움직임이 쉴 틈이 없는 뮤지컬 같았어. 무대 위의 모든 인원을 거의 100프로로 가동하는 느낌. 이런 데서 소규모 뮤지컬에서 온 느낌을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음. 그리고 헤르메스가 주로 쓰는 나레이터 마이크를 후반부 되면 주요 배역들이 보통 한번씩 잡게 되는데 하데스가 Why we build the wall을 부를 때 사업주로서의 정치적인 모습이 잘 나타내서 흥미로웠고, 오르페우스가 epic 3 부를 때 합창되는 부분일 때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옴
이 뮤지컬의 약간 감동 포인트는 합창하는 파트에서 오는 울컥함인 거 같아. 모든 배역들이 하나 되어 노래를 부르는 epic 3 가니까 혼자서 주로 부르다가 이 노래를 같이 부른다는 힘, 전율이 느껴져서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게 있더라고 ㅇㅇ 포크, 재즈 뮤지컬이라 관중들이 같이 환호하거나 따라 부르거나 박수치는 걸 유도하는 파트들이 많았는데 코뭐시기라 그런 파트들을 못 하게 되니까 그건 좀 아쉽더라
미국 브로드웨이랑 비교해봤을 때 오르페우스는 본격적 뮤지컬화 되면서 가성부분을 많이 쓰게 곡을 많이 높였는데 이건 해외에 수출되면 좀 사정에 맞춰서 낮추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높게 올리는 가성+진성은 다 살렸더라.. 원 뮤지컬이 그런 의도긴 한데 그걸 살리느라 오르페우스 배우들 개고생했겠다는 생각은 했음
헤르메스는 브로드웨이로 오면서 Andre de Shields라는 노장 흑인 배우가 맡으면서 좀 연배 있으신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연기였거든. 근데 한국판은 조금 나이를 젊게 캐스팅해서 좀 더 냉철한 느낌으로 해석한 느낌이었음. 좀 더 고고한 신 같은 느낌?!
시디로만 ost 돌려듣다가 실제 뮤지컬로 보니까 감동이 더 되는 거 같음. 역시 무대는 봐야 맛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면서 ㅋㅋㅋㅋㅋ
하데스타운 연출도 좋고 연기도 좋은 뮤지컬이니까 한국 상영될 때 한 번 보러가길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