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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츤데레 남편에게 내가 너무한가 싶은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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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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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해 츤데레지 사실 말 뽄새를 아주 더~~럽게 배운 거임.

근데, 남편 입장에서 변명아닌 변명을 해 주자면 시부 말뽄새가 딱 그럼. 좋단 소리를 저렇게 하는 걸 일상으로 보고 자랐으니.

믿어지지 않겠지만, 남편이 나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음. 하기야 결혼을 했다는 거 자체가 좋아한다는 뜻이니까 뭔 말을 더 하겠냐마는, 일단 내가, 남편이 내가 싫어서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렇게 말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는 거임. 그. 러. 나. 알고 있다고 해서 그 말들에 상처를 안받는 건 아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남편은 전형적인,
꽃다발을 하나 사 와서도 오다 주웠다 갖고 싶으면 가지든지.
이런식의 말뽄새를 가진 사람임.
어린 조카 예뻐하는 삼촌이 조카 좋아하는 사탕 사 와서는 줄까 말까 안 줄거야 혼자 먹어야지 이러며 기어코 조카 울려놓고는 사탕 물려주고 조카가 그 사탕 먹는 거 보며 혼자 흐뭇해하는... 뭔지 이해 됨? 머리로는 알겠음. 일단 조카 이쁜 맘이 없으면 그 사탕 사 올 일도 없음. 놀리지도 않지. 조카가 이쁘니까 조카 좋아하는 사탕 사와서 같이 놀아 준다는 게 놀려먹는 그거 아니겠음.

문제는. 나는 손아래 조카가 아니고 성인이고 동등한 아내라는 사실이지.

이쯤되면 덬들은 궁금할 거임. 그런 남자랑 애초 연애와 결혼은 어찌 했니.

또 한번, 믿어지지 않겠지만 내 남편은 본인 아버지의 그러한 말뽄새를 나보다 더 혐오하는 사람임. 그러니까 정신줄 꽉 잡고 긴장하고 있을 땐 말을 그렇게 하지 않음. 그게 연애시절과 결혼 초임. 그땐 말도 참 예쁘게 하는 진중한 사람이었음. 본인도 그런 희한한 말뽄새가 얼마나 상대방을 스트레스 받게 하는지를 알고 있음.

결혼연차 쌓여가고 남편의 정신적 긴장도가 떨어져갈 때쯤 그런 말뽄새가 튀어나오기 시작했음. 처음엔 가끔이었으니 내가 얼마나 충격이었겠음? 자기 아버지 말뽄새 싫어하는 사람인 거 알고 있었으니 설마 지 아버지랑 똑같이 좋단 소리를 저렇게 배배꼬아서 할리는 없을거고, 그럼 저 말은 진심이라는 거네? 라고 생각하는 게 사람 아님...

몇가지 말투가 있음. 말에 가락도 있고 리듬도 있고 무엇보다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에게 하는 말을 녹음해 틀어주듯 똑같음.

예를 들어 보겠음.

내(시어머니)가 어떤 사안을 얘기함. 그러자 남편(시아버지)는 무슨 무조건 반사처럼 말이 튀어나옴.

으이구 으이구 한심하다 한심해. 그게 말이 되냐? 넌 정신이 있냐 없냐~

그 말을 하는 게 재미 있어서 입맛까지 짝짝 다셔가며, 그 말들의 끝에 아주 찰지게도 혀까지 차 가며.

별 것도 아님. 주말에 시장에 가볼까? 이런 사소한 말에 나오는 반응이 저럼. 별 거 아닌 말이라고 생각이 드는 덬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저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하예지며 뒷목이 뻐근해져 오고 너무 상처받고 기가 막혀 말문이 탁 막혀버림. 그리고 아 이 사람은 정말로 주말에 시장에 가고 싶지가 않구나. 라고 생각하게 됨. 근데 주 말이 되잖아? 이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 주말에 시장 가자고 했잖아. 가 보자. 이러고 있음.

내가 위에서 남편이 무조건반사처럼 말을 한다고 했잖아? 정말로 저런식의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건지 자긴 그 말을 한 기억이 전혀 없음. 본인은 내가 시장가자 했고, 내가 하자 한 걸 들어줬던 기억밖에 없음. 중간은 생략되고.
실제로 내가 입밖에 내 놓은 말 중에 남편이 들어주지 않은 건 거의 없음. 무리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도 다 들어줌. 근데 중간과정이 저런거임.

첨엔 나 혼자 일방적으로 상처만 받다가
조금 지나서는 남편에게 말을 왜 그렇게 하냐 했더니
미친놈처럼 길길이 날 뜀. 내가 언제 그랬냐며, 난 농담도 못하냐며, 어쩌다 한번 말한 걸로 넌 사람을 매도 한다며...
그래서 또 한동안 입을 닫았는데
요즘은 남편도 본인의 말뽄새가 점점 자기 아버지와 동일해져 간단 사실을 깨닫는 눈치임. 그리고 안그럴려고 정말 혀를 깨물고 노력한다는 것도 알겠음. 근데 난 상처가 첩첩이지 않겠음?

얼마전엔 그냥 조용히

사실 니가 그런말을 할 때 난 너무 상처가 되었다, 요새는 니가 또 그러면, 미안 나 솔직히 말할게, 그냥 속으로 아 또 지랄이야, 하고 넘기는데 첨엔 그게 아니라 내가 정말 생각이 없는 사람인가, 이 사람은 날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싶어서 딱 말문이 막혀 버리고 살기가 싫더라.

했음.

남편은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이틀째 내 눈도 제대로 못보며 쩔쩔매고 있음.

그래...... 나도 이제는 알고 있음. 이 사람이 악의에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정말로 보고 배운게 그거라 좋단 표현을 그렇게 밖에 못했다는 것도 알고, 내 입으로 이런말 부끄럽지만 이 사람이 나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음.

그걸 다 알지만
난 이 남자가 그간 해온 저 더럽고 못된 말뽄새 때문에 종종 얘가 너무 싫어짐. 남편은 지금 내 눈치를 보며 쩔쩔매지만 그리고 당분간은 정신줄 부여잡고 말조심 하겠지만 어느 순간 긴장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바로 저 말이 튀어나올 것도 알고 있음. 그래서 별로 풀어주고 싶지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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