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문을 오래 닫았다가 열면서 가장 리스크가 적었던 NT live로 시작했는데 나 같은 NT live 처돌이들은 갈 수 밖에 없었음 ㅠㅠ
연극은 엄청 만족스러웠어, 연출이나 각색도 좋았고 시라노로 나오는 제임스 맥어보이가 무대를 씹어먹더라고, 제임스 맥어보이 팬이면 무조건 필견해야 정도로 맥어보이가 연기가 미쳐 날뜀
이 연극 연출가는 시라노 데 베르주라크로 제임스 맥어보이랑 연극 4번째로 같이 하는 건데 서로에게 맞는 연극 파트너라고 볼 수 있겠고, 잘 어울리더라구
시라노가 코가 엄청 큰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코를 아래처럼 붙이고 연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출에선 코를 안 붙였더라구.
연출자는 그러한 외형적인 특징을 버리고 주제, 목적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하던데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로 다 씹어먹으면서 연출 이해되게 함
https://m.youtu.be/bJOVgVgy0T4
연출이 좋았던 점이 많았어. 시라노가 코가 커서 혼자를 상징하는 소수자를 극 중에서 대변하는데, 연극 배우들도 다양한 인종, 계층의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의 배경을 드러내는 억양으로 이야기하게 하더라구. 실제로 아시아계, 인도계, 아프리카계, 아랍계, 영국 내에서는 아일랜드, 스코트랜드, 왜소형 배우 등 다양성에 힘을 들인게 보여.
예로 맥어보이는 출신이 스코트랜드라 스코트랜드 어투로 하고 아프리카에서 온 배우는 그런 어투로 이야기를 하면서 소수인의 특성을 과감 없이 보여주는 연출이 특이했음.
현대사회 맥락에서 가져와서 해석하면서 스토리도 약간 비틀었구, 시를 랩처럼 읽게 시키면서 랩배틀하듯이 연출을 시켜놓았더라고. 이게 제일 큰 변화였긴 해
특히 대사를 현대 런던 말투로 바꿨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했거든. 여기에 랩 라임-운율까지 맞춰서 재해석을 시켜놓았는데 대사들이 치고 빠지는 게 예술이더라구. 연극 내내 랩(시), 산문을 비교하면서 표현의 자유, 표현, 말, 언어란 무엇인가 계속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었고 More words, that's all(더 많은 단어/미사여구 그게 다다) 이게 현실적으로도 구현되는 연극이었어.
무대 세트 디자인은 굉장히 단순하고 랩배틀이나 공적으로 이야기할 때 선 달린 마이크를 들고 다니면서 이야기하게 되는데 굉장히 독특하게 음향이나 무대 연출을 지휘해놓았더라구, 특히, 선 있는 마이크로 랩배틀을 하는데 펜싱처럼 연출한 장면은 백미였다고 생각함.
배우들 분장이 세지 않고 굉장히 단순하게 연출하다 보니까 조명의 역할이 컸는데 시라노의 코를 강조하듯이 빛을 비추는 장면이나, 커피 카페에서 시라노 뒤에 록산 그림자가 나오게 연출하면서 그의 머리 속에 록산이 계속 자리잡고 있다는 식의 연출은 세심하다고 생각이 들었어.
배우들은 랩까지 일취월장으로 소화하면서 다 연기 잘하는데, 제임스 맥어보이 무대 장악력이 엄청남. 연기 진짜 잘함
눈만 봐도 시라노의 서사가 뿜뿜 흘러 나옴. 눈=서사 그 자체
https://m.youtu.be/Q9jHF5HOOlY
여기 연출에서는 시라노가 군인이자 예술가로서 끊임 없는 힘과 열정, 불안함이 있는 사람으로 연출을 해놓았는데 그래서 무대를 완전 휘젓고 다님. 연출가가 여기서 맥어보이 뛰어 노세요 하는 부분이 보일 정도임
사랑에 빠지거나 몰두했을 때 표정 변화나 말투 변화도 엄청 나고 무대를 씹어먹는다는 말 밖에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맥어보이 연기자로서의 매력에 담뿍 빠지게 되는 연극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