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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읽은 후기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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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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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총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 기승전결이 뚜렷했고, 예상하기 힘든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건 작가의 메세지였다. 작가 자신이 가진 인생 철학이 돋보여서 매우 매력적인 책이였다. 사람의 악의는 어떠한 경위로 나타나는 건가? 이러한 생각을 하려면 꽤나 날카롭고 디테일한 눈과 유연하고도 굳건하게 뿌리 잡은 인생 철학이 필수적인데, 이 작가는 보면 볼수록 그러한 가치관이 뚜렷하게 잡혀있는 사람처럼 보여 매우 흡족한 책이다.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종종 드러나는 악의. 작가는 우리도 선뜻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본능적인 무언가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대목은 바로 이것인데-


[‘인간을 묘사描寫한다’라는 말입니다. 한 인물이 어떤 인간인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써서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뜻일 텐데, 그건 단순한 설명문으로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아주 작은 몸짓이나 몇 마디 말 같은 것을 통해 독자 스스로 그 인물을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도록 쓰는 것이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것이라던데요?]


이 문단이야말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싶다. 우리모두 서로를 각자의 편견과 경험으로 상대방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 묘사된 첫 인상은 아주 강렬하게 뇌리 속에 박힌다. 그 묘사는 자의적이 아닌 타의로 인해 만들어 진 것 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본능적으로 닮은 외모를 통해 제멋대로 만들어진 편견 일 수도 있다. 이처럼 무근본적인 개인의 묘사에 왜 우리는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걸까? 아니, 이러한 묘사들이 무근본일까? 자신이 모르던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대안이 아닐까? 첫인상이라고 하나 사실은 자신이 결여된 무언가를 보여주기 싫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자신의 결여된 모습을 피하고 싶어서, 자신이 약자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싶어서. 그렇게 만든 묘사에 자신이 넘어가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악의가 아닐까 싶다. 노노구치가 하다카를 그토록 싫어했던 이유도 자신만의 묘사에 걸려들어서, 자신의 무의식속에 박힌 열등감을 가릴려고 인위적으로 만든 묘사에 걸려들어서 인 것이지 않을까? 가가형사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추악한 과거와 정의로웠던 히다카의 질투심때문에 만든 노노구치의 하다카에 대한 묘사. 자신이 가가형사를 속이기위해 만든 덫, 차가운 고양이 시체 처럼 자신의 의식을 속이기 위해 만든 덫. 자신이 그토록 열망하던 문학까지 이용해가면서 자신을 추락하게 만든 그 덫의 결과는 바로 악의. 작가의 메시지와 나의 가치관이 어느정도 맞는 부분이 있어 흥미있게 읽었던것 같다.


문체는 대체적으로 깔끔했다. 오락적인 추리소설에 적합 하기보다 수기에 더 어울릴듯한, 길가의 작은 잡초 꽃들 같은 문체. 단조롭고도 수수했지만 이러한 문체야 말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제일 잘 표현해 줄 수 있었으므로 이러한 점 또한 갈채를 보내고 싶다.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으로 치부되던 책이라 좀 피했던 경향이 있었지만, 대중이 좋아한다고 그 특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보다. 노노구치의 범행 시나리오는 반전의 반전을 이루긴했으나, 방법이나 그 의도는 뭐랄까 획기적이기보단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이라 읽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창의적인 방법은 아니였다. 그래서인지 반전이 몇 번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잔잔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범행 시나리오가 시시해서 지루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획기적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락적으로 변질될 수도 있으니. 또한 이 책 자체가 반전을 여러 번 두고 있으니 차라리 이렇게 단순한 범행 시나리오가 더욱 어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케줄이 바빠 읽다가 못 읽다가 꽤 못 읽은 텀이 제일 길었던 책이였으나 책을 집어들자 마자 빠져드는 내용 덕택에 다행히 바로 흐름을 읽고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캐릭터들도 꽤 입체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노노구치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였다. 그 안에서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도 꽤 보이는 것같아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약간 내가 노노구치 였다면 노노구치처럼 행동했을 것같다. 내가 만약 저러한 환경에서 나고 자랐다면, 나도 저랬을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이 꽤 들게 만드는 캐릭터라 흥미로웠다. 내가 스스로를 그다지 좋은 인물상으로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가가형사의 뻔하고도 평면적인 히어로상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듣기론 이 책이 가가형사 시리즈의 하나라고는 하는데 뭔가, 가가형사라는 사람이 너무 소설에서 자주나오는 히어로처럼 묘사되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형사라는 사람이 지가 다 해버리냐. 그렇게 머리가 좋은데 고작 형사라고? 그게 말이 돼? 약간 이런 느낌. 또한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도 좀 부실 했던 것같다. 우연과 가가형사의 “본능”이 다 해냈는데 솔직히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내가 가가형사라는 캐릭터를 그냥 이 책으로만 접해서 그럴 수도 있다.


확실히 이 작가는 글을 잘 쓰는 것같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인생 철학이 뚜렷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곧은 가치관이 그의 글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저자의 다른 책 [니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을 때도 느꼈던 것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인생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그의 소설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간결하고도 입문하기 쉬운 문체도 한 몫하지만, 뚜렷한 메시지가 그의 인기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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