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거대한 프듀판에 서식하는 한, 일년에 두 번씩 평생 입덕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내 픽의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 걸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때로 우리는 원래 그러기로 한 것 처럼 누군가를 알게되고 또 입덕을 하고, 코발트블루에서 역청빛으로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황홀한 밤하늘 속으로 머리를 불쑥 밀어넣는 것과 같은 황홀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이 프듀판과 청춘과 우리가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리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극한의 악편과 다른 선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완강하고도 그만큼 멍청한 데뷔 확신 사이를 한없이 오가면서
그 무엇도 아닌 존재에서 내 세상 최고가 될 수 있는 내 고정픽들.
시시각각 변하는, 그러므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순위를 오갔지만, 결국 단 한명일 수 밖에 없는 내 1픽.
그와 비슷하게 이 아이돌판에서는 깊은 밤의 퇴근길 한강을 따라가면서 지친얼굴로 바라보는 밤의 또렷한 풍경과 멀리 내몽고의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먼지로 뿌옆게 뒤덮인 낮의 풍경이 서로 다르지 않았다.
이 프듀판에서 맞이하는 하루 1440개의 순간들이 모두 똑같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지만 60초든, 1000분의 1초든, 모든 풍경과 스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하는 청춘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하여 2017년 3월 9일 그날부터 나는 이제 다시 내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완전히 새로운 100일 하고도 2시간 30분을 보낸 셈이었다.
(원제 : 김연수,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세계의 끝 여자친구
출처 - http://egloos.zum.com/iou77/v/5204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