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놓고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의 당내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경쟁 만큼이나 상반된 정치 스타일에도 주목한다. 정 대표가 싸움꾼의 이미지를 갖고 있고 언론을 비롯한 대외 활동에 소극적인 반면, 김 총리는 반듯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를 바탕으로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정 대표와 김 총리의 상반된 정치 스타일은 두 사람이 밥을 먹고 다닌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정치권에선 공직자 정치자금 지출내역(2012~2024년)을 바탕으로 제작된 ‘법인카드 맛집 지도’가 화제였다.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 이용한 식당 내역을 정리해둔 서비스다. 국회의원들마다 밥 먹는 스타일부터 선호하는 식당과 메뉴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서비스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는 공천에서 컷오프를 당한 20대 국회를 제외하고 해당 기간 동안 총 60곳의 식당을 83회 방문했다. 정 대표가 사용한 총 결제금액은 593만원이다.
정 대표가 가장 많이 찾은 곳은 국회의사당 구내식당(10회)이었고, 그 다음으로 많이 이용한 것도 본도시락 영등포역점(4회)이었다.이 밖에도 본도시락, 파리바게트 등 간편식 위주의 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럿이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기 보다는 구내식당이나 사무실에서 간단한 끼니 해결이 중심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기록은 정 대표의 정치 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자 간담회나 외부 인사와의 식사 자리보다는 단독 행보가 잦은 ‘독고다이형’ 정치 성향이 정치자금 사용 내역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스스로를 ‘계파에 기대지 않는 무계파 정치인’이라고 설명해 온 만큼, 이러한 설명과 행보가 일정 부분 일치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반면 김 총리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1대와 22대 임기 1년을 포함해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기간 동안 김 총리는 43개 식당을 69회 방문했고, 총 2628만 원을 지출했다. 정 대표에 비해 기간은 더 짧았지만 사용 금액은 더 많았다. 김 총리가 자주 찾은 식당 상위권에는 한국의밥상(6회), 가시리(5회), 여의도장어(5회), 연타발(4회), 팔당반점(3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식당은 정치권 인사나 기자들과의 오찬·만찬 장소로 자주 활용되는 곳들이다. 특히 한국의밥상은 점심시간이면 민주당 의원을 한두 명씩은 쉽게 볼 수 있는 ‘민주당 사랑방’으로 꼽힌다. 김 총리의 식당 리스트는 다양한 인물과의 접촉을 중시하는 ‘마당발형 정치’의 모습이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20대와 21대 국회의원 시절 총 142곳의 식당을 384회 방문했고, 지출 규모는 6795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호텔과 중대형 식당 등 회동이나 간담회 등 정치적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 활용이 특징으로 꼽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5개 식당을 209회 방문하며 총 6377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자료만으로 모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국회의원의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국회 관계자는 “정치자금 외에도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나 당무활동비 등은 공개 대상이 아니어서, 실제 식사 지출 전반을 모두 반영한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의 상반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