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 90일 3개월 소급…면 소비 유도 사용처·한도 설계
부정수급 땐 환수·2년 지급정지…제재부과금 최대 5배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정부가 인구 소멸 위기 농어촌에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구체적 시행지침을 확정했다.
이달 말 첫 지급이 예정된 가운데 전입자 소급지급·사용처 제한·부정수급 제재 등 '운영 디테일'을 확정하며 정책 실험이 본궤도에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지침'을 오는 11일 확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다고 10일 밝혔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농어촌 주민에게 정기적인 소득을 지원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공동체 활성화 및 지역경제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균형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전국 8개 도 10개 군이다.
해당 지역 주민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매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받게 된다.
사용처 설계는 '면(面) 지역 소비를 늘려 상권을 만들자'는 정책 의도가 전면에 섰다.
강동윤 농식품부 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은 "면에서의 사용이 많아져야 면 내 소비 순환이 생기고 가게가 하나라도 더 생겨 결국 면이 활성화된다"며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취지에서 소비처 제한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활권을 더 넓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면 지역은 사용처 부족 문제를 고려해 사용기한을 6개월(읍 3개월)로 늘리고 생활권 유형에 따라 읍에서 이용이 잦은 업종(병원·약국·학원·안경원·영화관 등)은 허용하되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는 쏠림 방지 차원에서 합산 5만원 한도를 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한이 걸린 업종은 5만원 한도 지갑에서만 결제되고 나머지 업종은 10만원 지갑에서 결제되는 구조"라며 "또 면 주민의 경우 사용기한이 6개월이라 한도 지갑도 이월돼 모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로마트는 전면 허용이 아니라 면 지역 하나로마트가 지자체와 MOU를 맺어 이동장터 운영, 수익 일부 기부 등 상생활동을 하는 경우에 한해 조건부 허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지급 대상은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다. 타 지역 직장 근무자나 대학생의 경우에도 해당 지역에 주 3일 이상 거주하는 경우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강동윤 정책관은 "과반 이상 거주가 바람직하다고 보면서도 생활 패턴 변화를 감안해 최소 기준을 주 3일로 잡았다"며 "지역 여건에 따라 더 엄격한 기준을 둘 수도 있도록 열어놨다"고 밝혔다.
그는 "타지역 통근자의 경우 평일 출근 후 대상지역으로 돌아오는 형태(금요일 퇴근 후 귀가 등)는 실거주 인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범지역 선정 이후 전입한 주민도 신청 후 90일 이상 실거주가 확인되면 최대 3개월분 기본소득을 소급 지급받을 수 있다.
지급 시점은 지자체별로 매월 말(마지막 주 평일 기준)로 운영하되 이번 첫 지급은 26~27일 중 지자체 사정에 따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곡성은 행정 일정상 3월 말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현금이 아닌 상품권 지급인 만큼 사후 관리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정부는 지급 대상자 확인과 부정 수급 방지를 위해 읍·면위원회와 마을 조사단을 운영하고 부정수급 신고센터도 설치해 관리할 계획이다.
강 정책관은 "이웃 주민들이 실제 거주 여부를 더 잘 아는 측면이 있다"며 "부재 시 지급을 보류하고 소명 자료(지출증빙 등)를 제출하면 위원회가 판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경제·사회·행정 분야별 효과를 종합 평가해 본사업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주요 평가 항목은 주민 삶의 질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회복 등이다.
제재도 강하다.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환수는 물론 2년간 지급정지가 가능하고 제재부과금은 부정수급액의 5배 이내에서 부과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신고센터 운영과 관련해 포상금 제도는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 판단의 재량 논란에 대해서는 "읍·면위원회는 이장 등 주민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공무원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해 편향·갑질 우려를 보완했다"는 보충 설명이 뒤따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을 통해 소멸 위기 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농촌, 머물고 싶은 농촌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본사업(전국 확대) 재정 규모와 관련해 강 정책관은 "인구소멸지역 69개 시·군에 월 15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 4조9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면서도 "확정적 규모는 아니고 대략적인 추정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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