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쌍방울 변호인 특검 추천에 격노
민주 “인사 검증 실패… 누 끼쳐 죄송”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민주당이 주요 현안마다 독자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청와대가 불쾌감을 표현하면서 당청 관계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주요 현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마이웨이’식 결정에 강한 불쾌감을 토로하면서 당청 관계가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개혁 후속 입법,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 등 사안에서 청와대와 궤도를 달리하며 당청 파열음을 노출했다. 청와대는 특히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변호인을 민주당이 특검 후보로 올린 것에 대해 “황당하다”며 질책성 반응까지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정청래 대표의 일방적 합당 추진 발표로 시작된 반청(반정청래)계 세력화가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와 맞물리며 당청 관계가 중대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평가한다. 반청계 의원들 사이에선 지도부 사퇴론도 띄울 분위기다. 정 대표는 간접적으로 “대통령께 누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확산일로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2차 특검으로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법무법인 지평 소속 권창영 변호사를 임명하면서 검찰 출신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민주당 결정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김 전 회장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이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진술하라”고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작 기소를 위한 증인을 변호했던 인물을 민주당이 특검 후보로 추천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어떻게 여당이 ‘김성태 변호인’을 추천할 수 있느냐.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며 “이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면 검증 실패이고, 알고도 추천했다면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참모는 “전 변호사 추천이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지도부 전반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청 간 이상기류는 검찰개혁 후속 입법과 합당 등 현안에서도 누적돼 왔다.
민주당은 지난주 검찰개혁 관련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공소청의 예외적 보완수사권 도입'을 거부하고 보완수사요구권만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보완수사권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 논의하기로 한 주제다. 굳이 이 시점에 민감한 사안을 꺼내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등 검찰개혁 후속 조직 개편 문제를 다루고 보완수사권은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 시 논의키로 합의한 로드맵이 무산됐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당이 청와대보다 훨씬 더 강성 입장을 취하면서 이 대통령을 덜 개혁적인 인물로 보이게 한다는 불만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 논의가 정 대표의 예기치 못한 기자회견으로 수렁에 빠진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노기가 엿보인다. 정 대표가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돌연 추진하면서 당내는 물론 범여권에서까지 분열을 일으켰다는 불만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5000을 넘은 날 발표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여기에 합당 문제를 이 대통령과 사전 교감했느냐를 두고도 섣불리 대응해 논란을 자초했다. 민주당 내분이 커지자 혁신당은 교착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며 합당 진정성에까지 의구심을 표하는 상황이다. 이 탓에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이 대표 시절부터 준비한 혁신당 통합 구상이 물 건너갔다. 유쾌할 게 없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차 특검 인선 파장이 확대되자 당 지도부는 인사 검증 실패라며 로키 대응에 나섰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사된 (2차 특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 당의 인사 검증 실패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후보자 추천 경로의 다양화와 투명성 강화, 추천과 심사 기능 분리 등 당내 검증 절차를 보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도 국민일보에 "(김 전 회장) 사건의 핵심 변론을 맡았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11번째 변호인으로 (뒤늦게) 투입됐고, 횡령·배임 관련 법리 검토와 변론만 했다"며 "대북송금 등 혐의는 전혀 변론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당 지도부는 특검 추천이 '원내 사안'이라며 면피성 해명도 내놨다. 이에 원내 지도부는 행정 실무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변호인'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이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 추천 인사였음을 명확히 했다.
정치권에선 '정청래 지도부'가 사면초가에 내몰리며 출범 반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당내에선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은 물론 친청(친정청래)계 지도부 전체에 대한 성토 움직임이 감지된다. 친명(친이재명)계 이건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전 변호사 추천은) 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자 민주당 당론에 대한 명백한 반역"이라며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상의 없이 지도부 단독으로 추천이 진행됐다는 점은 심각성을 더 무겁게 한다"며 "최고위원인 저도 몰랐는데 어떻게 당정청 원팀인가"라고 비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추천 경위와 최고위·법사위 패싱의 사유를 명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반청계 지도부가 이번 사안을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 책임론과 묶어 정 대표 거취 문제까지 거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정 대표가 의원들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합당 추진을 강행한다면 사퇴 요구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조만간 입장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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