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만 알고 있는 대형 악재가 곧 터질 예정인 것일까. 아니면 대선 패배 이후 내홍만 거듭하는 국민의힘도 모르는 민주당만의 위기가 존재하는 것일까. 그러다 보니,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으로 향한다. 정 대표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에 자신이 없는가?
정 대표가 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지 열흘이 넘었다. 그 사이 찬반 양측은 주도권 확보를 위한 주장만 쏟아내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 교감설, 조국 대표와의 밀약설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확산되며 논의는 이미 합당의 본질을 벗어났다. 정 대표는 "통합하면 승리하고 분열하면 패배한다"고 말했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분열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다.
합당 명분부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정 대표가 내세운 이유는 "이재명 정부 성공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원팀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선 승리를 위해 합당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반복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선거 구도에서,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빠져 있다.
그나마 제시되는 논리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혁신당 후보 출마가 민주당 후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의문은 더 커진다. 광역·기초의원을 혁신당보다 더 많이 확보한 진보당은 왜 합당 대상에서 빠져 있는가.
진보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야5당 원탁회의에 참여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 과정에 함께했다. 정 대표 주장대로라면 진보당 역시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정치 세력이다. 그렇다면 정 대표 주장처럼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합당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합당에 반대하는 당내 인사들의 문제 제기도 이 지점에 집중된다. 한준호 의원은 "합당이 전국적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 근거와 지표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정 대표가 합당을 제안한 지 열흘이 넘도록 이 질문은 반복되고 있지만, "당원이 하라면 하고, 말라면 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객관적 자료를 요구했더니, 돌아온 것은 '찬성이냐 반대냐'라는 선택지뿐이다. 그래서 이언주 최고위원이 "당원을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인민민주주의적 방식"이라고 지적했을 것이다. 이 최고위원이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전으로 'O, X'만 묻는다면 인민민주주의적 방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정보와 설명 없이 속도전으로 O, X만 요구한다면, 반발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합리적인 문제 제기다. 그렇지만 정 대표는 "당대표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또다시 답을 회피했다.
정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정당처럼 보인다. "2~3% 박빙의 선거에서는 부지깽이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발언이 대통령 지지율 55%, 민주당 지지율 44%인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오히려 당내 일부에서 제기되는 '당대표 연임을 염두에 둔 세력 규합'이라는 해석에 이 발언을 대입하면 말이 더 매끄럽게 맞아떨어진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상대 후보와) 2~3% 박빙의 선거에서 (혁신당) 부지깽이라도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 승리의 기본" 허무맹랑한 말 같아도 실존하는 의심이다.
정 대표는 "통합하면 승리하고 분열하면 패배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민주당이라는 빙하는 정 대표가 끌고 온 혁신당 쇄빙선에 의해 이미 금이 가고 있다. 이 구호는 합당 찬성파와 반대파가 서로를 압박하기 위한 결집용 문구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 최고위원은 반대파를 향해 '당원 심판론'을 꺼냈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기를 든 초선 의원들을 응원하며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는 심사 대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정 대표 측은 이번 합당 제안을 '정치적 결단'으로 포장한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정 대표 얼굴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장면과 합성한 '비상 합당 선포' 이미지가 확산되는 이유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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