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팬들끼리 모인 곳에 남겨두는게 맞는것 같아서..
말로만 듣던 참사 회차 본사
나도 그 경험을 하게 되는 날이 왔네...ㅎ
이발하고 뿅 등장한 은윈플렌이 어제따라 그렇게나 더 예뻤다ㅋㅋㅋ
왜 매 회차 더 회춘해,,, 몸선 왜 봐도봐도 이뻐,,, 예술이야😆 하면서 아주 행복에 겨워서 입 헤벌레 하고 봤어ㅋㅋㅋ 1막 내내 원없이 얼굴 뜯어먹음
캔잇비...에서 삑이 났을 땐 좀 놀랐지만 딱히 목에 무리가 있어보이진 않아서 아 그냥 오늘 풀컨디션은 아닌가봐 했어
다음 등장씬인 행권쯤부터 연기의 밀도가 평소같지 않아서... 조금 김은 샜지만 그래 배우도 사람인데 어떻게 매번 영혼을 갈아넣겠어ㅎ 했는데.. 그냥 그런 단순한 날바날의 문제가 아니었지
행권-말도 안돼 전부 어째저째 잘 지르길래 그래 은윈은 원래 2막이 원기옥이니까 하고 뒤집어주겠지 했어
각소 그리고 나~~만 잘 넘기자 하는데 기어이 소리가 대차게 깨지는 순간 5일의 추억(?)이 새록새록 올라옴...ㅋㅋㅋㅠ
그눈을 걱정했는데 모세에서 이미 음성이 점점 메말라가는게 느껴지더니 마지막 후렴 휘몰아칠 때 음 다 찢어지고 목소리 안 나오고 바로 어레인지 다 빼고 낮춰서 가도 수습이 안될 때 아... 오늘은 그냥 참사데이구나,,,함
밝히리라는 그냥 음이 산산조각이 나서 뱉어지는데 절로 고개가 푹 숙여졌어 근데 내 주위 덕존도 다 여기서 일제히 숙이고ㅋㅋㅋㅠ 기어이 힘으로 밀어붙여서 그 깨진 소리로나마 음을 올리는데
그때부턴 그냥 피가 식으면서 두 손 꼭 모으고 공연 끝날 때까지 온몸의 근육이 긴장해서 뻣뻣해진 상태로 본 것 같음 지금도 몸이 뻐근해 극을 어떻게 본지도 모르겠어
와중에 다른 배우분들은 내내 다 너무 잘해주고 있는 좋은 공연이라서 더 만감이 교차하고..
그눈을떠 들어갈때 너무너무 걱정돼서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두손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속 깍지 꼈다 말았다를 반복했어
조심조심 발성 바꿔가며 성량 아껴가며 호흡 줄여가며 어떻게든 해냈지만 역시 끝으로 갈수록 점점 힘에 부치고 소리가 갈라지고...
제발 하이노트 시도하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빎
예능 아닌 무대에서 처음으로 하이노트 없는 그눈을 떠를 듣는 날이 올 줄 몰랐어 다행이고 슬펐어
그나마 저음인 웃는놈마저도 어떻게든 발성을 더 두텁게 내는게 느껴지고, 평소같으면 아무것도 아닐 중고음에 호흡이 무너지거나 소리 살살 낼 때 이럴 사람이 아닌데 싶고... 고음 지를 때 깨지려는 소리나마 정말 온 힘을 다해 음을 내보려고 안간힘 쓰는 얼굴이 오글 속으로 보이고
제발 샤우팅하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빎
처음으로 들은 샤우팅 없는 웃는 남자는 여전히 포스가 어마무시했지만
나는 그냥 다행이고 슬펐어
피날레 때 정적도 길게 쓰고 노래도 찬찬히 부르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호흡을 짧게 가져가기에 아... 프로답게 극을 이끌어왔지만 결국 이 사람도 지금 속으로는 엉망진창 흔들리고 있구나, 빨리 이 무대를 끝내고 싶구나 싶고
평소처럼 아름답지만 기괴하게 활짝 웃어보이지도 못하는 엔딩이...
커튼콜 때 혹시 쳐져서 나올까 후기로만 들었던 ㅂㅌㅂ 때처럼 얌전히 인사하며 나올까 별 생각을 다 함
평소처럼 우다다 뛰어나오는 모습에 그래 끝까지 프로네 싶다가도
평소같이 멋 부리는 포즈가 아니라 하트 하는 거 보고 커튼콜의 테마 속에서 이게 저 사람 나름대로는 최선의 방법으로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구나 하는 게 다가왔어
나중에 어 우나..? 싶게 좀 무너질듯한 표정을 잠시 보긴 했지만
커튼콜 제발 하이노트하지 말아달라고 빌었는데
이번엔 들었어
본공때 삐끗했던 그눈을 컷콜때 120프로 만회했던 5일처럼 보란듯이 사력을 다해 음 올리고 최대한 호흡을 끄는데 5일같은 클린은 아니지만 해내긴 했어
객석에선 하이노트를 찍는 순간 고생했다는듯 박수함성을 터뜨리며 노래가 끝날때까지 긴 시간 함께 해주는데
그저 어제의 관객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함
이후 이어지는 모세...
그 솔로파트가 본공에서도 제일 말아먹은 순간이라 긴장했는데
그윈플렌 파트에서도 배우들이 합창을 빼지 않고 계속 이어가주는 순간 아, 이게 뮤지컬이다, 이게 동료다 뜨끈해지고
그저 배우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함
합창 속에서도 팬의 귀에는 구분돼서 들려오는 본진의 노래는 오늘의 수명을 다한듯 사정없이 갈라졌어
그럼에도 그 목소리라도 끝까지 눈 질끈 감고 호흡 채우던 은윈플렌, 그리고 합창을 끊지 않고 계속 감싸주던 배우들의 목소리는 관극 인생 통틀어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 같아
은이 극 내내 눈물을 거의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연기에 집중이 어려운 모습이 팬 눈에는 보였지만
그래도 겉으론 기능적으로나마 극의 감정선을 수행하고 노래가 아무리 흐트러져도 표정 무너지는 거 없이 연기를 이어가는 모습들에 프로는 프로구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은이 캐릭터에 푹 빠져서 연기하는 모습을 좋아해서, 갠적으로는 노래는 둘째치고 연기까지 날린게 더 아쉬웠어...
솔직히 공연의 퀄리티는 부정할 수 없는 참사라서 누군가 욕해도 속상하지도 않고 그냥 할말이 없어
공연 보면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이... 나는 당신의 팬이고 이 공연을 이미 여러번 봤고 또 여러번 볼 거지만 이 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 중 80퍼 이상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텐데, 그들에게 오늘이, 이 공연이 어떤 기억으로 남으려나...하는
본진이 공연을 망쳤다는 사실보다도 이게 더 착잡했던 것 같아
몸이야 언젠가 회복하고 공연이야 다시 또 왠만큼 하겠지 난 덕질 하는 대가로 가끔 레전도 걸리는만큼 이런 날도 만나는 거고
그래도 난 아직 꽃밭순덕인지 화는 별로 안 나고 그냥 많이 안타깝고 멍하고ㅎ 와중에 앞열에서 미모 실컷 보는 것만도 행복은 했고,,, 그렇고ㅋㅋㅋㅠ
그리고 일요일 표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