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때는 정말 차갑게 불타오르는 푸른 불같은 넘사벽 준엄한 심판자같았고, 음색도 어어엄청 짙고 두꺼운 저음을 내리깔았다면(난 갠적으로 그거 듣고 아니 이 배우가 이런 소리도 낼수 있었다고..? 하고 다시 보고 입덕했어)
이번에는 심판자 속성은 있지만 좀더 인간적이고 상처받는 만큼 드러내기도 잘 드러내서 좀더 붉게 타는 불같고, 음색도 앙리의 연장선으로 미성을 유지한 저음에 연기로 음울함을 채우는 느낌(도망자 "나와야했나", 절망처럼 위압적이어야 할때는 두꺼운 저음으로 임팩트 챙기지만)
갠적으로 이런 비슷한 느낌을 22지킬에서도 느꼈었어
19지킬의 하이드는 진짜 너무너무 섹시해서 인외같았고 지킬과 음색 차이도 꽤 뚜렷했다면
22지킬의 하이드는 섹시함보다는 오히려 질척댄다 싶게 인간쪽으로 격이 내려오고 음색도 지킬과 아주 뚜렷하게 차이를 두진 않았거든 오지는 연기로 충분히 구분시킬수 있으니 가능한 도전이었겠지만
사연 인터뷰에서 '앙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언급, 언젠가 했던 '앙리와 괴물이 비슷할 수록 더 슬프지 않을까' 하는 본진의 해석이 1인2역극들을 거듭하면서 점점 구체화되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22지킬 자체도 노선이 그랬잖아 공동연구자를 선포하는 하이드, 한 몸을 두고 정말 매순간 치열히 주도권 싸움을 하던 지킬
1인2역이지만 오히려 외적으로는 각 역할의 간격을 줄이고, 대신 두 역할간의 미묘한 간극을 연기적으로 포착해서 극대화하는 데 본진이 집중하기 시작했단 느낌이었거든
이번 프랑켄 오연은 A, B 두 역할의 차이를 줄이는 것을 넘어 역으로 B 캐릭터가 A 캐릭터와의 그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싶어하는 모습까지 구현하고 있는 것 같아
제일 단적으로 드러나는게 난괴물 정적씬이야
사연때는 그 기억을 찾고 무너지고 절망하는 데까지만 갔다면
이번에는 그 기억을 찾은 순간 정말 잠시 앙리가 되어버리기까지 해 앙리로써 빅터를 부르다가 그 따뜻한 기억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아
그런 이중구조로 구체화돼서 오니까 괴물이 느끼는 절망감과 배신감이 더 처절하게 이해되고..ㅠㅠㅠㅠ
같은 모습을 하는데 왜 난 그걸 누리지 못하나, 왜 여기 버려져있나, 나를 만들어놓고 왜 버려뒀나
세상에 대한 상처는 이미 극이 격투장으로 충분히 보여주는데, 본진이 풀어온 노선을 더하니 빅터에게 받는 이중상처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
조금더 인간적이고 감성 짙어진 절대자, 각잡은 저음 발성 대신 미성 연장선 수준 저음의 증가, 앙리의 기억을 찾고 잠시 앙리에 빙의된듯 빅터를 찾다가 그 따뜻함은 내것이 아님을 깨닫고 느끼는 좌절,
이 모든게 앞에서 말한 A, B 두 역할의 차이를 줄임+역으로 B 캐릭터가 A 캐릭터와의 그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싶어하는 모습까지 이중구조를 향해 간다고 느껴졌어
그래서 이번 시즌 은괴의 호수씬은 울음 섞인 허밍이 아니라 울음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잡힐 수 없는 애정을 갈구할 수밖에 없는게 구체화된 노선으로 보이니까 참 아프더라ㅠ
호수씬도 할말이 많은데, 일단 호수씬은 기본적으로 관념적인 장면이라 생각해
그래도 사연 때는 관념적인 장면일지라도 그 속에 등장하는 괴물은 진짜 괴물이라는 존재라고 느껴왔거든
근데 이번 시즌은 볼때마다 느끼는게, 관념 속 그 장면의 괴물조차 유령같아
살아있는 어떤 존재라기보단 상처에 상처를 거듭한 괴물의 깊은 슬픔만 꽁꽁 뭉쳐서 돌아다니고 헤매는 유령
빅터는 자신을 가장 먼저 버린 사람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버린 세상에서 돌아갈 곳은 빅터뿐인, 괴물의 혼란스런 자아가 빚어낸 미아 유령
직접적으로 흐느끼는 모습조차 더 유령같더라.. 괴물이지만 괴물 그자체라기보단 그 속에서도 슬픔만 꽁꽁 빚어놓은 존재
사연때도 이미 본진은 디테일 괴물 캐릭터 장인이었는데 그걸 또 심화시켜서 괴물의 복수심에 기저한, 괴물이 느끼는 앙리에 대한 박탈감을 더 구체화해온게 진짜 본진 캐릭터 연구력에 감탄스러워... 오연째나 돼도 꾸준히 더 깊어질게 있는, 늘 완벽해보이지만 또 더 발전할게 있는 배우라서 너무 흥미롭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