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대사는 수도 없이 많지만
내 올해는 이거임
"우리에겐 예언이 있어. 그 빌어먹을 예언이 이루어질 거라고..."
"빌어먹을" "예언"
은벤 노선을 이보다 잘 설명하는 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예언을 수식하는 형용사가 "빌어먹을"인 것도
그럼에도 그 형용사가 수식하는 단어가 헛소리가 아니라 여전히 "예언"인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은벤의 정수가 아닌 것이 없어서
정말 미치게 사랑했다 ㅠㅠ
민족을 깊이 사랑하는 내 도련님으로서는
로마를 몰아내고 유대 민족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거라는 그 "예언"이 이루어질 거라 믿지 않을 수 없었지만
동시에 말에게도 채찍질하지 않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하는 내 도련님으로서는
그 예언이 이루어지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칠 것이기에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는 내심 "예언"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던 마음이 쌓이고 쌓였다가
그 모든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 희망은 사라져에 와서
"빌어먹을 예언"으로 터져 나오는 거 이거 대체 어떻게하면 안 사랑할 수 있어...?
좀 딴 이야기지만 저 "그 빌어먹을 예언이 이루어질 거라고"가
"이루어질 거라고!!!" 바락바락 악을 쓰는 날과 "이루어질 거라고..." 읊조리는 듯한 날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후자일 때 성난 유대 군중들의 "예언 그건 헛소리"에 묻혀 버리는 걸
(내 도련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쪼끔 더 좋아했다 ㅠㅠ
암튼!!!
https://eunben.youtu.be/ZTT-wbvIArQ
"벤허라는 인물이 시종일관 이런 말을 듣습니다. 예언은 이루어질 것이라고요. 로마인들에게 핍박받고 있는 유대인들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벤허는 메시아라는 인물이 오기 전까지 군대를 잘 조직해두지 않으면 예언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그 예언을 강요받게 됩니다."
"벤허들은 그 예언을 믿으면서도 예언이 이루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게 될 것이고 평화롭게 해결되었으면 하는 인물로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의 갈등을 관객여러분들이 집중해서 봐주실 수 있으면 벤허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갈등의 포인트, 예언을 이루기도 뭐하고 안 이루어지기도 뭐하고, 민족을 사랑하지만, 피를 흘리고 싶지 않고 하지만, 여러가지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모든 것들을 부정하게 될 때 진정으로 기적을 경험하고 나서 벤허의 마음들에 집중해주시면 이것이 단순히 기독교적이다, 기독교적이지 않다. 것을 떠나서 한 인간의 재미난 포인트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에 집중해주시면 더 재미있는 극의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재연 때 인터뷰고 재연 못사긴 하지만
삼연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이 캐해를 그대로 가져 왔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이 사람이 이 긴 해석을
딱 한 장면에서 터져나오는 두 단어에 다 담은 거예요...
뭐하는 사람이야 진짜...🤦🏻♀️
아 나는 정말...
내 도련님이 그놈의 "예언"을 이루겠다고 끝끝내 쥐지 않으려 했던 피로 젖은 칼을 쥐고야 말았고
하나하나 다 잃어가면서도 그 "한 마디"를 듣고자 꿋꿋하게 버티고 또 버텼는데
그토록 바라던, 그러나 사실은 바라지 않았던, 그 한 마디를 듣고자
피를 토하듯 절규하면서 "예루살렘아 칼을 들어라!!!" 그 "한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고 울부짖을 때
사실은 내 도련님이 진정으로 바라는 말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데도 그 순간의 내 도련님으로서는 그 분의 한 마디가 그 말이 아니면 지금까지 오만 일을 다 겪으면서 버텨온 걸 납득할 수 없으니까,
어쩌면 더 듣고 싶었을 말을 듣고도 미칠 듯이 분노하는 게 너무... 너무 안타깝고 슬펐음...
근데 정말 그것만 바라보고 달려왔기에
그 순간 억울하고 답답하고 미칠 듯 분노하는 그 심정도 너무나도 잘 알겠어서...
두 배로 안타깝고 슬펐다.....
그래서 모든 걸 부정(하다 못해 십자가를 향해 침까지 뱉었지...🤦🏻♀️)하게 된 그 순간에 기적을 경험하게 되고
시간이 꽤 지나고 운명맆에서 당당하게 "신이시여 이제 내게 대답"하라고 외치던
내 도련님이 그렇게 후련해 보일 수 없었지 ㅠㅠ
아무튼 그래서 내 올해의 대사는,
어쩌면 대사도 아닌,
"빌어먹을 예언"
이라는 이야기였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