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진의 어떤 매력에 출연을 결정했냐고 묻자 이상엽은 “처음에는 사실 규진이가 나와 비슷하다고 못 느꼈는데 찍다보니 (닮았다고) 느꼈다. 솔직히 대본을 처음 봤을 땐 이해하기 어려웠고 찍으면서 알아가야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 양희승 작가님의 팬이라 긴 시간 동안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굿캐스팅’ 촬영 중이었고 대본을 받았을 때 바로 읽지 못하다가 너무 잠이 안 오는 날 읽어봤는데 단숨에 4~5부까지 읽혔어요. 제 머릿속 그림이 재밌게 그려졌고, 워낙 감독님도 주말극을 전 연령이 볼 수 있도록 재밌게 만들어 주시는 분이니까 안할 이유가 없었죠”
최종회에서 이상엽은 이민정과 쌍둥이 아빠가 됐다. 결말에 대해 이상엽은 “쌍둥이 아빠가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고, 대본을 보고 알았다”며 “태명 ‘오구오구’는 내가 지었는데 같은 말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쌍둥이에 대한 떡밥이었다. 두 아이를 한 번에 든 것도 처음이었고 되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희와 다시 만나 행복해질 거라고 기대했다”며 “작가님은 전체적으로 용주시장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한편의 성장드라마를 보여줬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신선하고 좋았다고 말하지 않았을까”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시청자들에게 “편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같이 울어주고 답답해하고 속상해하는 걸 많이 느끼면서 힘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오랜만에 주말드라마로 돌아온 이상엽은 “배우들끼리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어느 순간부턴 리허설보단 현장에서 눈치와 호흡을 맞추는 게 재밌었다”며 “덕분에 순발력이 많이 늘었다. 힘을 빼고 좀 더 편안하게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제가 가교 역할을 하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제 오만이었던 걸 금방 알게 됐어요.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었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컸던 작품이라 제가 따로 노력을 한 게 별로 없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있는 현장은 항상 즐거웠으면 해서 빙구처럼 굴기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개그에 항상 웃어줬던 이민정 누나에게 고마워요. 사람들이 워낙 잘 맞았고 제가 웃기려고 했던 것들이 분위기나 소통에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그는 또 형제로 나온 이상이에 대해 “형으로서 내가 먼저 다가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상이가 금방 어색함을 걷고 연기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다”며 “상이가 실제로도 형이 있어서 형제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보연 선생님은 연기적인 얘기를 많이 하시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다 알려주셨다. 두 분이 뿌려주신 길에 열심히 따라갔다. 잘 따라간 게 케미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한다다’는 시청자가 중장년층에 몰렸던 기존의 주말극과는 달리 10~20대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상엽은 “그게 작가님, 감독님의 목표였던 걸로 알고 있다”며 “너무 보기 불편한 내용이 없었고, 우리 주변 이야기를 극적으로 재밌게 만들어서 현실감이 있는 걸 좋아해주신 것 같다. 많은 분들의 웃음이 사라진 시기인데 적재적소에 유쾌한 상황이 있어서 재밌게 보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촬영하는 동안 식당에 가면 어머님들께 혼이 많이 났어요. ‘와이프한테 잘하지 그랬냐’, ‘와이프 말을 왜 안 듣냐’고 하시더라고요. 반대로 계란 후라이를 서비스로 주시는 분들이 있었고 이런 반응들 하나하나가 저한텐 너무 큰 힘이 됐어요”
그동안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았다던 이상엽은 “이번에 느낀 건 와이프 말을 잘 듣자는 것”이라며 “대화를 많이 나누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전부터 부부간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의 부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상엽은 또 다시 장편드라마를 선택할 것 같냐는 질문엔 “장기간의 촬영이라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서도 “내가 재밌게 할 수 있고 함께하는 분들이 좋으면 못할 이유가 없다. 500회라도 하겠다”고 답했다.
차기작을 아직 정하지 못한 이상엽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를 예정이다. “이것저것 배워보고 싶은데 늘 실천하지 못했어요. 특히 요즘 들어 생각이 너무 좁아진 것 같아서 견문을 넓히고자 책을 많이 읽고 싶어요.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상엽은 배우로서 꿈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한다다’를 하면서 두려움이 많아졌어요. 저를 다 소진하고 바닥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요. 저라는 사람이 가진 그릇을 더 넓히고 채워서 오래 하고 싶어요. 이상엽이 늘 작품 안에 사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모든 상황에 녹여지는 배우로 남고 싶죠. 잘 추스려서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