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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영화랑 렌드윅을 포함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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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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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는 이 극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고 내가 봤다고 할 수 있는 건 민기의 헤드윅과 영화 속 헤드윅이 전부고 다른 분들 거는 헤드윅에 대해 찾아보면서 읽게 된 후기나 유튜브 영상 정도. 그래서 내가 이 작품을 잘 모르는 걸 수도 있어...ㅋㅋㅋ

문제시 말해주면 확인하는대로 칼삭


처음에 민기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슼 같은데서 가장 많이 나왔던 반응이 헤드윅 특유의 지치고 초연한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느냐 이거였는데

나중에 영화를 찾아볼 때 나는 사실 영화에서 헤드윅이 그렇게 지쳐 보이진 않았음. 물론 헤드윅의 인생이 워낙 굴곡지다보니 내면이 문드러졌을 거라는 건 당연해 술에 취해서 주절거릴 땐 상처를 숨기고 사는 사람이라는게 다 보이기도 했고

근데 첫 넘버인 tear me down이 스스로를 베를린 장벽이라 말하며 부술 수 있다면 어디 부숴봐라 외치는모습은 오히려 상처를 숨기기 위해 더 강한척 하는 사람으로 느껴졌음

그래서 나는 민기의 헤드윅이 좋았어
등장후에 첫넘버를 부르면서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렌드윅은 그냥 당당해보였음

토미를 향한 적개심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도 나는 너한테 상처 받은게 절대 아니고 너같은 거한테 뒷통수 맞은게 ㅈㄴ 빡치는 거야 하고 쎈 척 하는 걸로 보였음

근데 사람이 아무리 강한척하고 시니컬한척

여러분 내가 옛날 얘기 해줄까? 진짜 웃겨 들어봐

하면서 농담 따먹기나 한다고 상처가 진짜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건 아니고 그건 그냥 스스로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둘러싼 겉모습일 뿐이지


헤드윅이 자신의 약한 모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놓고 드러낸게 wig in a box 때라고 느낌 그리고 지금의 모습이 되기로 마음 먹은 것도

영화에서 이 부분을 볼 때 헤드윅은 스스로 여자이길 바랐던게 아니었구나 생각했고 벽이 무너지고 충격 받는 모습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후회 등의 복잡한 속내가 느껴졌어
극에서도 나 있을 때나 무너져주지 라고 명확히 언급했고

어쩌면 나의 반쪽일지도 모를,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루터를 따라 가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느낌.. 선택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사실상 선택하길 강요 당한거나 마찬가지일지도.... 동독을 벗어나고 싶어 했던건 한셀이었긴한데.......

(슈가대디 넘버나 루터 대사 보면 루터가 한셀에게 여자 옷을 입어 보라고 하고 한셀이 난 널 위한 여자 라고 하는데 이걸 보면 루터는 사실상 한셀에게 여자가 되길 강요한 것 같아 근데 영화에서 루터가 누가봐도 남자로 보이는 애와 바람이 났고 헤드윅이 루터가 소세지를 먹는 사진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이거 보면 루터는 그냥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인듯 함 그러니까 사실 헤드윅은 루터를 위해서라는 이유로는 성전환을 해야할 필요가 없었던거 아닐까 생각함 헤드윅도 이혼 할 때 그걸 깨달았고...
끝에 가면 성별이란건 더는 의미가 없어지지만 헤드윅이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이유중엔 이것도 있긴하니까)

넘버 보면

난 널 위해 모두 했지만 넌 내 반쪽이 아니었다
난 외롭고 지쳤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가발을 쓰고 꿈에서 깨지않겠다 돌아가지 않겠다

하는 부분에서 사실 외롭고 지쳤지만 아닌척 웃으면서 자길 포장하고 살겠다고 마음 먹은 걸로 보임 돌아가지 않을거니까


그렇게 살다가 토미를 만났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기에 대해 털어놓았을 때 토미는 헤드윅을 거부하지도 않았고 부정하지도 않음 또 토미는 헤드윅에게 자길 위해 뭔가 포기하라고 하지도 않았음

헤드윅의 껍데기보다 헤드윅이 가진 재능에 빠졌고 헤드윅이 사랑하는 음악에도 푹 빠졌음

헤드윅이 이런 토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가능했을까

안 그런 척 했지만 사실은 외로웠고 평생을 반쪽을 찾고있던 헤드윅인데


그래서 마음도 주고 재능도 다 줬는데 ..... 결과는.....

근데 나는 토미가 헤드윅을 이용하기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함

헤드윅에 대한 사랑은 진짜였다고 생각해 다만 뒤에서 본인이 헤드윅에게 노래하듯 토미는 어렸고 그만큼 이기적인 거였다고 생각함

헤드윅을 사랑하긴하지만 무섭고 불안하면 그 순간 바로 헤드윅을 부정해버릴만큼은 이기적인 사랑

아무튼 이번에야말로 진짜 반쪽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헤드윅은 또 사랑하는 반쪽을 잃은데다 사랑하는 음악마저 빼앗김

헤드윅이 이런 상황에서 버티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현실도피도 방법의 하나였지 않았을까 이미 한번 해봤으니 두번은 더 쉽지

실제로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진짜 철없어 보여 하고 봤는데 그 사람에게도 자기 사연이 있고 상처가 있는 경우가 있잖아

감당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잖아


계속 가발과 가짜 가슴으로 자길 포장하고 겁에 질린 강아지가 더 크게 짖는 것처럼 만사에 더 쎈 척하고 더 예민하게 굴기도 하고 가볍게 굴기도 함

렌드윅이 호루라기를 불고 밴드 멤버들과 이츠학에게 장난치는 장면 보면 되게 가벼움

그걸 볼 때 순간 재밌고 웃겨 렌드윅이 진짜 ㅈㄴ 재밌다는 듯이 웃거든
근데 그러고 나서 하는 말이

여러분 쟤네 다 불법체류자들이에요 여권도 나한테 있잖아ㅋㅋㅋㅋㅋ

그러다 나중엔 이츠학이 자기한테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던 것까지 조롱해 

나의 상처를 별 거 아닌것처럼 치부해버리고 살려니까 남들의 상처도 그런식으로 조롱해버림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알면서, 아니까 이츠학에게도 강요하는데 나는 이게 이츠학을 괴롭히는 동시에 자기를 괴롭히는 것으로 보였음 (물론 학대의 되물림은 너무 나쁜짓...)

근데 이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렌드윅이랑 이츠학의 분위기는 그렇게 심각하진 않음

이츠학이 튀려고 하면 마이크를 뺏는다든지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구박하면서도 객석을 향해서

어떻게 이츠학을 그렇게 많이 때리라고 할 수 있어? 우리 이래봬도 부부야! 이러기도 하고 이츠학한테 쟤야,  쟤가 막 이렇게 박수쳤어 이르기도 하고 자길 달래주는 이츠학한테 너 밖에 없다 이러기도 함

렌드윅 뿐만 아니라 이츠학도 객석의 토미를 귀여워하는 렌드윅을 보며 질투하기도하고 무대 위에서 노래 하는 와중에 토미에게 받았던 상처가 떠올라서 무대 뒤로 사라져버린 렌드윅이 걱정 되는지 계속 무대 뒤를 돌아보는 이츠학에게서는 렌드윅을 향한 애정이 느껴짐


그러니까 둘은 렌드윅이 이츠학의 가장 큰 상처를 대놓고 조롱해버리기 전까진 제법 잘 지내는 관계로 보인다는 거 (예민해서 언제 짜증낼지 모르는 렌드윅을 그간 쌓아 온 요령으로 달래가면서 여차저차 사는 부부)

그래서 상처를 건드렸을 때 갑작스럽게 반전 된 두 사람의 분위기가 더 충격적으로 느껴짐 쌓인게 터졌구나 싶고

그리고 그때 이츠학이 헤드윅 옆에서 지내면서 속이 어땠을까 싶고 두 사람의 캐릭터랑 관계가 더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느껴짐  인간은 원래 좀 복잡하니까....

(만약 헤드윅이 일방적으로 이츠학을 짓누르고 이츠학의 모든걸 부정하고 무시했다면 이츠학에게 헤드윅은 그냥 나쁜 인간일 뿐이잖아)


그리고 이런 관계는 후반부에 midnight radio에서 렌드윅이 이츠학에게 날아가라, you're free 할 때 더 의미 있는듯 함

헤드윅이 마냥 싫은 인간이었다면 이츠학이 그때 복잡한 감정으로 헤드윅을 바라보지 않았겠지 그냥 ㅅㅂ! 자유다!!!! 이러고 당장 뛰쳐나갔겠지ㅋㅋㅋ

하지만 렌드윅에게 애정도 있었으니 마지막에 모든 분노와 상처에서 자유로워진 렌드윅을 그렇게 보내줄 수 있었던거라고 생각함


렌드윅의 엔딩을 보면서 나는 렌드윅이 그렇게 떠나고 잘 살 것 같다고 생각했어 1,2회차 때도 그랬고 렌전드였던 3회차 때는 지금까지 포장하고 억누르고 살아왔던 상처들이 느껴졌고 다 쏟아낸만큼 더 후련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 싶었음....(익스퀴짓때 그 폭발적인 분노도 렌드윅이 계속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더 납득 됐음)

그래서 응원하고 싶었다




좀 더 민기의 헤드윅에 대해서 세세하게 말하고 싶은데 쓰다보니 이미 너무 길어져서 띄엄띄엄 쓰게 됐는데 얘가 뭔 소리하나 싶을 수도 있겠다ㅜㅜㅋㅋ

아무튼 극 자체도 생각할 점이 많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극 자체가 기본 골조 내에서 배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어떤 해석이 옳다 이런 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민기가 만든 민기의 헤드윅이 나는 이 극에서 충분히 깊이 있고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거였음 그니까 민기 잘했고 잘하고 있다고ㅋㅋㅋ

현재까지 3회 공연했고 3회를 봤는데 매회 늘어가면서 렌드윅이 자리잡아 가는게 내가 다 뿌듯하더라

그리구 남은 공연동안 또 어떻게 더 완성 될지 기대되는 것 같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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